제24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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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
성명 |
작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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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오정주 (서울예대 문예창작3) |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는 엑스트라다」 외 4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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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박승혁 (한신대 문예창작 4) |
「Drop the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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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
반은지 (서울예대 극작 2) |
「당신이 영영 모를 주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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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곽준서 (서울대 사회학1) |
「감금과 죽음 사이의 틈 – 정보라식 읽고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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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
정서희 (추계예대 문예창작 2) |
「에이사, 나의 거미」 외 1편 |
심사평
‧ 시 부문
일정한 수준에 오른 응모작이 많아 긴장하며 심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복된 긴장감이었다. 누구나 시의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누구든 시의 새로움을 원한다. 다양성은 곧 새로움이란 말과 같게 취급된다. 다른 시는 곧 새로운 시이다. 새로운 시는 남과는 좀 다른 시여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새로운 문법을 시도하는 시를 모아놓으면 묘하게 비슷한 구조와 분위기가 보였다. 개성 있는 시를 꼽아놓고 천천히 다시 읽으면 어쩔 수 없는 투박함에 끝까지 손에 쥐기 망설여졌다. 시의 새로움은 결국 기성의 시인이 쌓아 올린 성과의 꼭대기 근처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시의 개성은 많은 이가 찾는 정상과 다른 산줄기에서 그 깃발이 발견될 때가 많다. 많은 응모작에서 이토록 팽팽한 아이러니 속 분투를 엿볼 수 있었다.
응모작 중 「숙제를 하면 희박해지는 미래」외 4편, 「계단은 가난한 자들의 고향」외 4편,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는 엑스트라다」외 4편을 두고 최종적인 논의에 임했다. 「숙제를 하면 희박해지는 미래」는 이미지의 흐름과 구성이 특히 표제작에서 돋보였다. 파편적인 진술이 만드는 메타적 상상력이 다음 시를 계속 읽고 싶게 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이 다른 응모작에서는 감소하거나 희박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계단은 가난한 자들의 고향」은, ‘가난’과 ‘사랑’이라는 근래 우리 시단에서 흐릿하게 대해왔던 시어와 주제를 과감하게 전면에 등장시킨 점이 도리어 새로웠다. 유연한 멜랑콜리와 분명한 서사가 잘 어우러진 시였다. 다만 같은 유연함이 다섯 편에서 고루 보이지는 않았다. 요컨대, 작품성의 균형감이 최종 선정의 결정적 논거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는 엑스트라다」는 기성 시가 시도하는 새로움을 계승하고, 기성 시 바깥의 개성을 담지하는 작품이었다. 뜻밖의 흐름으로 읽는 이의 긴장을 유도하고, 눙치는 듯 구사하는 유머로 읽는 재미를 더하였다. ‘너’를 호명하는 식으로 거리를 유지하되 사적인 진술로 ‘나’의 이야기를 끌어내었다. 유려한 진술은 진중한 사유가 되었다. 이러한 시의 장점은 표제작 외 4편에도 선명하게 유지되었다. 이에 심사위원은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는 엑스트라다」외 4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수상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당신과 우리의 진짜 “두더지 잡기” 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응모한 모든 예비 시인에게도 다정하고 강건한 문운이 따르길 바란다.
심사위원 : 김소연, 서효인, 신해욱
‧ 소설 부문
이번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의 응모작은 총 502편이었으며, 예심을 거쳐 선정된 아홉 편의 작품이 본심에서 논의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단편이라는 형식의 특성과 기법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개성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분투하고 있었고, 목표와 방향은 각자 달라도 작품을 통해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했다.
「도시 두더지 전설」은 잘 짜인 구성이, 「구원로봇」은 음울한 분위기를 타협 없이 밀고 나아가는 기세가 인상적이었다. 「맛있고, 싼」은 사려 깊은 시선을 지닌 화자가, 「라쿤을 아십니까?」는 재기와 재치가 두드러졌고, 「정상으로부터」와 「곰의 영역」은 능숙하고 안정적인 진행이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들이 집중적으로 논의한 작품은 「할아버지 옮기기」, 「한 줌」, 「Drop the ‘B’」였다. 「할아버지 옮기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절’이라는 배경과 ‘냉’이라는 상징을 통해 색다르게 해석한 작품으로, 느긋하고 태평한 유머가 글의 활기를 더해주었다. 「한 줌」은 기술적으로 말끔한 솜씨를 보여주며, 소설 스터디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익숙한 가족 서사에 세련된 깊이를 부여한 작품이었다.
「Drop the ‘B’」를 당선작으로 결정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 작품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폭탄(Bomb)은 못 터뜨려도 비트(Beat)는 내리찍을 수 있다. 내리찍은 비트가 폭발하면 힙합이 시작되고, 그 순간 힙합이 유행이 지났는지 아닌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있지도 않았던 폭탄을 터뜨린 뒤 사라진 오빠를 기억하고 그와 연결되는 일은 그렇게 가능해진다. 생생한 언어가 날카로운 리듬을 타고 거침없이 흐르며 만들어내는 에너지에 심사위원들도 기꺼이 끌려 들어갔다. 당선을 축하하고, 응모자들에게도 감사와 격려를 전한다.
심사위원 : 김인숙, 김희선, 최민우
‧ 희곡 부문
2025년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에는 총 96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심사위원들은 논의를 거쳐 「당신이 영영 모를 주문」 「플란타시아」 「예초」 「창백한 푸른 점」 「스물 네 시간의 하나」 「야호」를 본심에 올렸다.
「당신이 영영 모를 주문」은 2024년 겨울, 집회 중인 여의도를 배경으로 작은 카페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정된 공간에서 시간 순으로 이야기가 진전되는 비교적 전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소재가 동시대의 한국을 핍진하게 구현하며, 인물 군상의 면면이 흥미로워 단번에 눈길이 갔다.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거대한 투쟁과 한 개인의 삶에서 경험하는 부조리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플란타시아」는 1세기 뒤 미래를 배경으로 반려 식물, AI 식물과 같은 ‘식물지능’의 존재를 작품에 구체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지문, 대사의 문학성이 뛰어나고 작가가 시간을 들여 이 세계를 직조했음을 알 수 있는 공들여 쓴 희곡이었다. 무대화의 단계에서 연출적인 상상력이 더해져 작품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
「예초」는 어머니의 무덤가에 앉은 중년의 자매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대사의 말맛이 좋아 큰 사건 없이도 한 번에 쭉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창백한 푸른 점」은 작가의 감각이 돋보이나 향후 더 옹골찬 희곡으로 여물 때를 기다리게 된다.「스물 네 시간의 하나」는 산부인과, 비뇨기과의 명확한 대비가 흥미로우나 다소 교훈적인 결말이라는 인상이 있었다.「야호」는 화장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세 인물의 상황이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희곡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쓰는 작가의 구력이 느껴졌다. 다소 익숙한 전개가 아쉬움을 남겼다.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당신이 영영 모를 주문」을 최종 선정하였다. 희곡 부문에 응모한 모든 작가들을 응원한다. 희곡쓰기가 외로울 때에, 누군가는 당신의 글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심사위원 : 이오진, 최원종
‧ 평론 부문
올해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는 총 48편이 응모하였다. 지난해에 비해 응모작이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근래 한국문학과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과 더불어 비평과 창작에 대한 글쓰기의 관심과 열기도 뜨거워졌음을 실감했다. 이번에는 생태 담론, 포스트휴먼 담론과 퀴어 담론 등 최근 비평에서 주목하는 이론들을 참고하여 동시대의 첨예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글들이 많았다. 특히 ‘죽음’ ‘멸종’ ‘멸망’을 다룬 작품들에 대한 비평적 주목이 눈에 띄었다. 이는 인류세를 사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행성적 감각이자 가속화된 자본주의의 욕망이 가닿을 곳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용불용설: 함께 멸망하는 우리에게―성해나, 김기태, 공현진의 소설을 중심으로」는 최근 소설들에 나타난 파국과 종말에 대한 시대감각을 짚은 글이다. 멸망, 책임, 사랑이라는 삼각구도를 통해 작품들을 일관된 논리 속에 아우르려는 비평적 의욕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비평이 텍스트에서 부분들을 모으고 누비기 위해서는 작품들의 차이를 자상하게 감식하고 분별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멸을 전제한 시대 논의가 작품에 선행하여 과도한 틀로 놓여있는 점이 무엇보다도 아쉬웠다.
「자본주의적 소비의 (불)가능성―성해나와 성혜령의 작품을 통해서」는 최근 소설들에 나타난 죽음과 모럴의 형상화를 통해 자본주의적 욕망의 구조가 어떻게 주체의 정체성에 관계되는가를 살피는 시도가 주목된다. 그러나 소비주체의 욕망이라는 틀을 다소 도식적으로 설정하고 작품 해석에 대입하다보니 두 작품이 품은 풍부한 개성과 상징 역시 단정적인 결론 속에 수렴되는 한계를 보여준다.
「멸하며 탄생한 사랑의 언어―유선혜의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읽기」는 작품에 대한 섬세한 읽기가 돋보이는 글이다. 시에 드러난 ‘구멍’의 형상이 도약을 위한 일종의 웜홀임을 읽어내면서, 멸종과 사랑을 바꿔서 읽는 사유의 전환이 지니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비평문이면서도 곳곳에 시적 장치를 설치해놓은 아름다운 글로 읽혔다. 아쉬운 것은 비평이 작품의 설계와 상징을 맴돌면서, 비약과 멸종, 사랑이라는 정해진 논의의 구도에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평론을 읽는 즐거움은 비평가가 구사하는 논리의 도약과 활강, 비약과 분산과 집중, 착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감금과 죽음 사이의 틈―정보라식 읽고 쓰기」는 정보라 소설이 지닌 ‘여성 환상 문학’의 특성과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비판이라는 주제를 의식하면서 개별 작품의 특징에 섬세하게 착목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감금과 죽음을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은유로 읽는 논의 구도도 인상적인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펜’과 ‘칼’을 유비하는 서두의 장치 덕분이다. ‘펜과 칼, 착취와 구원, 시간과 신체, 끝과 시작, 사람과 사건’이라는 소제목들도 정보라 소설의 역설적 장치와 세계관을 요령 있게 요약한다. 그동안 장르소설이라는 범주가 정보라의 소설 세계를 온전히 보지 못하게 하는 맹점을 품고 있었는데, 이 글은 작품의 실상에 주목하여 논의를 진행한 점이 돋보였다. 각 장의 키워드를 이정표 삼아 글을 맺고 푸는 솜씨도 좋다. 덕분에 차분한 이 비평에 입체적인 리듬감이 생겼다. 당선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며 좋은 글을 계속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비평에 관심을 갖고 소중한 글을 보내주신 응모자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 백지연, 양윤의
‧ 동화 부문
대산대학문학상 응모자들의 대다수는 ‘어린이’의 시절을 떠나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존재들일 것이다. 응모자들 내면의 어린이와 2025년을 사는 어린이가 만나는 어떤 지점에 깊이 침잠하면 어떤 기성작가도 그려낼 수 없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두 편 모두 일정 수준의 완성도에 이르지 못해 본심에 올리진 못한 작품에서도 동화의 새로운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씨앗은 발견할 수 있었다. 응모자 모두 그 씨앗을 일구며 어디에선가 새싹을 틔워주시길 기다린다.
본심에 오른 총 세 분의 응모작 중 「재미 있는 시간」외 1편은 응모작 두 편 모두에서 좋은 동화 작가가 될 수 있는 다부진 문장력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재미 있는 시간」의 도입부는 신선하고 강렬했다. ‘재미’가 주인공 곁에 살아있을 때의 서사가 끝나고 죽음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문장, “하지만 이제 재미는 식빵 부스러기보다 작아졌다.”는 특히 빼어났다. 애도라는 주제를 기존 동화들과 다른 상상력과 분위기로 말하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주인공 어린이가 친구 ‘재미’의 죽음 이후 겪어내야 하는 과정 즉 죽음에 대한 거부, 죽음을 대면하는 고통, 죽음의 수용이 단 하루 만에 일어나는 점이 지나치게 성급해 설득력이 떨어졌다. 시간 배경을 늘이고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서사를 펼치면 좋겠다. 한편 응모자의 다른 작품인 「조금 속삭일게요」는「재미 있는 시간」에 비해 평이하고 완성도가 떨어져 아쉬웠다.
「우리는 우주로 갈 수 있어」외 1편은 응모작 두 편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작가적 역량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우주로 갈 수 있어」는 엄중한 주제와 자칫 부서질 듯한 상황에서도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요약 서술한 부분이,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깨버린 듯 아쉬웠다. 엄마도 아빠도 오지 않는 시간을 ‘길이’보다는 ‘밀도’로 대체해서 퇴고하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우리 학교를 지켜 줘」는 독자가 긴장감을 가지고 인물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며 따라가기에 느슨한 작품이었다. 결말 부분에 “어쩌면 사라지지 않는 것”을 지나치게 모호하게 만든 것이 오히려 함정이 된 듯하다. 이 응모자는 어쩌면 장편동화에서 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잘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이의 현실을 깊이 살피는 응모자의 시선과 애정을 좀 더 확장된 이야기에서 보고 싶어진다.
「에이사, 나의 거미」외 1편에서는 응모자에게 ‘단편동화의 소재를 포착하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에이사, 나의 거미」는 ‘나’와 ‘어느 날 아파트 벽과 내 방 창문 유리 사이, 좁은 틈’에서 발견한 거미 에이사의 이야기다. 신선한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써냈다. 주인공의 내면과 거미를 묘사한 부분이 빼어났고 이를 어린이의 독립으로 연결한 점도 자연스러웠다. 작은 존재들에게 시선을 두고, 그것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이를 잘 풀어낼 수 있는 힘은 아동문학에서 더욱 요구되는 작가적 역량 중 하나일 것이다. 「플로어 볼」은 주인공이 ‘플로어볼’을 만나는 과정에 오히려 무게를 두고, 좀 더 주체적인 존재로 방향을 잡고 퇴고하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에이사, 나의 거미」에서 풋풋하게 펼쳐낸 매력을 무럭무럭 꽃피워, 큰 작품 세계를 펼쳐내는 동화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김유진, 유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