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의 2025년도 제33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안타깝게 수상자가 되지 못한 학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부디 더 좋은 기회로 재단과 인연을 맺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시 부문> (총 14명)
■ 중등부
금상: 송아인 (서울 목운중 2)
은상: 김정은 (강원 용전중3)
동상: 전민서 (경기 비재학생)
■ 고등부
금상: 윤정현 (경기 안양예고2)
은상: 강예은 (경기 고양예고3), 구나은 (경기 안양예고 3), 심은지 (서울 진명여고3)
동상: 권민정 (서울 안법고 2), 김하몬 (경기 안양예고3), 서지민 (경기 백석고 3),
이윤종 (경기 고양예고3), 이준서 (인천 마전고3), 이현교 (경기 안양예고2)
하채현(경기 안양예고2)
<소설 부문> (총 14명)
■ 중등부
금상: 신은수(대전 충남여중3)
은상: 김효은(서울 목운중2)
동상: 성민진(대구 새론중3)
■ 고등부
금상: 신솔비(서울 송곡여고3),
은상: 정채민(경기 고양예고2), 최현석(충북 세명고3), 홍유운(경기 고양예고 2)
동상: 강혜원(경남 효암고3), 박시은(경기 안양예고 2), 신올레시아(인천 초은고3),
양지민(경기 안양예고 3), 오지윤(경기 안양예고3), 정희원(경기 이산고 3),
최아원(경기 안양예고2)
<심사위원>
시 : 박형준(시인, 동국대 교수), 양안다(시인), 유진목(시인)
소설 : 김병운(소설가), 박서련(소설가), 이신조(소설가, 한양여대 교수), 해이수(소설가, 단국대 교수)
■ 시 부문 심사평
제33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시 부문 응모자는 총 573명(중등부 161명, 고등부 412명)으로 지난 회차보다 많은 응모자가 참여했습니다. 현시대가 문학을 필요로 하는 건지, 혹은 문학이 미래에 필요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훈련을 통해 다듬어진 시부터 투박하지만 진솔한 목소리를 가진 시까지 다양한 시편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세 명의 심사위원에게 공통된 심사 기준이 있다면, 본 문학상의 명칭처럼 “청소년”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무엇이 “청소년”다운 것인지,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명확한 잣대를 세우기는 어려운 일이겠으나 심사위원 모두의 눈길을 멈추게 한 작품은 적어도 “청소년”다움이 존재한다는 데에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백일장 시제를 선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건 ‘학생’의 목소리였습니다. 창작자인 ‘나’와 가까운 인물을 매개로 세계와의 거리감을 어떻게 유지하고, 무엇을 사유할 수 있는지를 중점에 두었습니다. 또한, ‘건너가고 있다’와 ‘망원경’이라는 서로 연결성이 뚜렷하지 않은 제시어를 풀어내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기대했으며, 예심작을 포함하여 최근 시의 경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을 배제했을 때 개성 있고 밀도 높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일부 작품은 시제를 억지로 맞추려 하거나 시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채 주변부에서 맴돈다는 인상을 주었고, ‘두 그루 나무가 있는 언덕’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시적 공간을 앞세워 자연 체험을 시로 형상화하는 데에 힘겨워 보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반면 입상한 작품들은 자연스럽고 정직하게 흘러갔으며, 시제를 독자적인 시선으로 응시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세 심사위원은 중등부 시 부문으로 금상 송아인(서울 목운중 2) 등 세 명, 고등부 시 부문으로 금상 윤정현(경기 안양예고 2) 등 열한 명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중등부 금상 수상작인 송아인의 「물고기와 개구리 사이」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침묵이 매력적인 시였습니다. 멋 부리지 않고 솔직한 문장들이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비교적 단순해 보일 수 있으나, 화려하지 않은 풍경들이 선명하게 인상에 남았습니다. “시선을 어느 쪽으로 돌려도 내가 보이지 않는”것처럼 앞으로도 화자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하며 시를 쓰길 바라겠습니다.
고등부 금상 수상작인 윤정현의 「슈게이징」은 동명의 음악 장르처럼 몽환적인 분위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시적 상황을 다듬고 변형하기보다 화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두 그루 나무가 있는 언덕’과 결부시켜 개성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화자의 내면을 외부에서 발견할 줄 아는 관찰력이 있었으며,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시로 구축할 줄 아는 힘이 돋보였습니다. 작고 사소한 장면을 포착하고 내면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이 작품을 고등부 금상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우는 법을 배운 적 없는 아이”를 헤아리는 마음을 오래도록 지켜나가길 바라겠습니다.
중등부 은상 김정은(강원 용전중 3), 그리고 고등부 은상 강예은(경기 고양예고 3), 구나은(경기 안양예고 3), 심은지(서울 진명여고 3)를 비롯하여 동상 수상작까지 모두 상상과 체험이 개성적이었으므로 괄목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 예상 밖의 기쁨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문예캠프 동안 자신의 언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심사위원으로서 여러분의 언어가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작품을 통해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심사위원 박형준 양안다 유진목
■ 소설 부문 심사평
제33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총 460명(중등부 82명, 고등부 378명)이 응모했다. 4명의 심사위원은 전체 응모작 200자 원고지 60매 내외의 단편소설 460편을 정독하며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한 달여 간 그 중 중등부 19명, 고등부 59명의 작품을 추려내 한자리에 모인 심사위원들은 다시 긴 시간 열띤 분위기 속에 숙고와 토론을 거듭했다. 그처럼 지난한 예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 중등부 8명, 고등부 27명이 문예캠프 참가자로 선발되었다. 문예캠프에 참가한 35명의 학생 모두는 의심의 여지 없이 뛰어난 문학적 잠재력을 씨앗처럼 품고 있는 존재들이다. 수상 여부와 무관하게 꾸준한 독서와 습작으로, 세계와 인간을 향한 핍진한 시선으로 자신만의 씨앗을 발아시켜 소중히 가꿔나가길 바란다.
유난한 폭염이 지속되던 7월 말, 천안 계성원에서 2박 3일간의 대산청소년문학상 문예캠프가 시작되었다.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것은 참가 학생들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문학을 꿈꾸는 청소년 시절의 어느 여름날, 어쩌면 누군가 평생 기억할 순간에 동참한다는 것은 흔쾌하고 기꺼운 일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심사위원들의 심층 회의를 통해 본심 백일장의 시제는 ‘낯선 사람과 인생 네 컷을 찍게 되는 이야기’로 정해졌다. 작품 속 ‘낯선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여서는 안 된다는 조건과 사진을 혼자 찍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추가로 제시했다. ‘인생 네 컷’ 사진 촬영을 시대의 분위기를 방증하는 유행인 동시에 관계와 존재의 본질적 찰나를 포착할 수 있는 도구로 규정한 후, 익숙한 조건을 배제하고도 자연스러운 서사를 구성할 수 있는지 살피고자 했다. 또한 문학적 사유의 부피와 정교한 문장력을 측정해야 했고, 예심 작품에서 드러났던 각각의 고유한 작가적 개성을 본심 작품에서도 재확인할 수 있는지가 평가의 지침이 되었다. 이윽고 한여름 무더위에 진지한 열정을 더한 작품들이 완성되었고, 심사위원들은 한 작품 한 작품 꼼꼼히 톺아보며 입체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수상자(중등부 3명, 고등부 11명)을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중등부 금상을 수상한 신은수(대전 충남여중 3)의 「청춘강요」는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를 능숙하고 선명하게 형상화시키는 생동감이 큰 장점이었다. 나아가 주류적 질서에 무력감을 느끼던 인물이 강력한 주체성을 갈구해 끝내 서사적 당위성을 획득하는 마무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는 예심 작품 「미치광이들의 나라」에서도 작가의 인증처럼 포착되는 지점이었다. 낯선 시대를 배경으로 발랄한 감성을 더해 자신의 미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묵직한 철학적 태도를 견지하려는 접근이 돋보였다.
은상 김효은(서울 목운중 2)의 「필터를 선택하시겠어요?」는 모든 대상과 현상에 다층적 차원이 존재함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미덕인 작품이었다. 불안과 상처가 일시적인 공감과 연대로 해소될 수는 없겠으나, 예심 작품 「해상도를 기부합니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다층적 차원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탐구가 앞으로의 창작을 기대하게 했다. 이는 동상을 수상한 성민진(대구 새론중 3)의 예심 작품 「살인 예고편을 본 소감이 어떠십니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두 사람은 참신한 발상과 중학생이라 믿기 어려운 필력으로 예심 때부터 심사위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아직 중학생이기에 수상자 모두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더욱 반갑기만 하다.
고등부 심사는 예상대로 다시 한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거듭된 논의 끝에 금상 수상자로 결정된 신솔비(서울 송곡여고 3)는 유폐된 청춘이란 시의성이 담긴 소재에 가족 서사를 녹여 정서적 감흥을 이끌어내는 재능과 열의를 보여줬다. 「찾은 인생」은 관계의 양가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한편 내적 갈등을 생생히 묘사한 점이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예심 작품 「상자 밖으로」와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사랑으로부터 비롯되는 안간힘과 그 안간힘의 슬픈 한계로부터 다시 비롯되는 사랑을 사유하게 한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온전한 주체성에의 희구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과 곡진한 태도에 신뢰를 부여한다. 본연의 개성을 바탕으로 나날이 문학적 넓이와 깊이를 더해 가기 바란다.
「사람 구합니다」의 정채민(경기 고양예고 2), 「간단하고도 간편한」의 최현석(충북 세명고 3), 「히키코모리와 안녕을」의 홍유운(경기 고양예고 2)은 은상 수상자들로 결정되었다. 세 사람 모두 남다른 관점으로 인물을 형상화하고 전환적 발상으로 주제에 접근해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 각각의 예심 작품에서 정채민(경기 고양예고 2)은 예민하면서도 날카로운 내면의 풍경으로 소설 전체를 견인했고, 최현석(충북 세명고 3)은 과감하고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선이 굵은 스토리텔러의 등장을 예감하게 했으며, 홍유운(경기 고양예고 2)은 디스토피아 서사에 애틋한 감수성을 접목시켜 정서적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모두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거듭나기를 반복하며 문학적 성장을 이루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상을 수상한 강혜원(경남 효암고 3), 박시은(경기 안양예고 2), 신올레시아(인천 초은고 3), 양지민(경기 안양예고 3), 오지윤(경기 안양예고 3), 정희원(경기 이산고 3), 최아원(경기 안양예고 2)의 작품도 많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을 만큼 새로운 시각과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작품 속 행간에 깃든 고민과 열정, 갈등과 용기는 깊은 울림을 주며 진실되게 다가왔다. 긴 호흡으로 창작과 예술을 통해 찬찬히 자신을 완성해 나간다면, 훗날 각자의 책의 저자로 모두를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둠 속에 빛이 있듯, 빛 속에도 어둠이 있다. 우리에게 한국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역사적 낭보가 들려온 것은 AI의 등장으로 창작자의 위치가 재설정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들려온 것과 거의 동시였다. 작가는 인간다움과 인간답지 않음을 함께 고찰하고 탐색해 나간다. 무서울 정도의 적막과 고독 속에서 자신이 쓴 한 줄의 문장을 차갑게 마주하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다. 민감하고 예리한 지성의 촉수로 시대를 감각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백여 년 전 “미래는 어둡고, 미래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다”라고 썼다. 예의 어둠이 비관이나 절망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비정형의 무한한 어둠을 감당할 작고 소중한 한 줄기 빛을 당신은 가지고 있는가. 뜨거운 여름날의 2박 3일,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산청소년문학상 문예캠프에 참가한 모든 학생은 스스로가 깨닫지 못했을지언정 내내 자신이 놀랍도록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김병운 박서련 이신조 해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