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창립 30주년, ‘가장 소중한 문학적 경험을 전하는 문화재단’을 향한 새로운 출발
팬데믹 이전의 모습들을 하나씩 되찾으며, 대산문화재단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문학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새기는 한 해를 보냈다. 그간 온라인으로 시행되었던 교보인문학석강은 다시 현장 청중을 모객하며 활기를 띠었다. 공쿠르상과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인 프랑스 소설가 아민 말루프와 국내에 『허삼관 매혈기』로 잘 알려진 중국 소설가 위화 등 저명한 해외 작가들을 대중이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한국 독자들과 세계를 잇는 문학적인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교보인문기행 역시 3년 만에 현장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한국문학 모더니즘의 두 거장 이상과 박태원 소설가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서울 곳곳을 함께 거니는 시간을 가졌다. 온라인을 벗어난 이러한 만남들은 문학이 그저 활자로 새겨진 관념에 그치지 않고, 문학적 경험으로 확장되며 사람과 사람이 직접 소통하고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실감하는 자리였다.

지난 30년간 문학의 가치를 믿으며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대산문화재단은 “가장 소중한 문학적 경험을 전하는 문화재단”이라는 중장기 비전과 “모든 사람이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며 성숙한 세계시민(글로벌 시티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새로운 사명을 선포하였다.

이러한 희망찬 비전에 발맞추어, 재단의 역사와 함께 30회를 맞은 ‘한국문학 번역지원’ 사업은 2022년에도 어김없이 세계문화 속 한국문학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다. 많은 한국인의 유년시절 기억에 남아있을 박완서 작가의 소설 『자전거 도둑』을 몽골어로 번역·출간하고, 『삼국유사』나 시조와 같은 한국문학의 뿌리를 유럽과 동남아 등지에 소개하는 등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작품들을 세계 무대에 올렸다. 24회를 맞은 ‘외국문학 번역지원’ 사업 역시 허먼 멜빌이나 옌롄커와 같은 세계 작가들의 국내 초역 작품들을 소개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베트남, 콜롬비아, 아프리카 등지의 작품들을 출간함으로써 국내 문학 환경의 다양성을 확장하였다.

한국문학 안팎으로 이와 같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이들은 물론 우리 문인들로, 2022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나희덕 시인과 한강 소설가, 한기욱 평론가와 같은 걸출한 작가들부터 한국문학 불어 번역의 새 장을 연 한국화-사미 랑제라에르 번역가, 그리고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한 신진 작가들과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문학의 장에 들어선 신인 작가들, 대산청소년문학상으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뽐낸 청소년 문사들까지, 전 세대에 걸쳐 재단의 비전을 지탱하는 이들의 노고가 이루어낸 성과인 것이다.

재단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의 일환으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2022젊은작가포럼 : 전복과 회복>을 개최하였다. 그 제목이 시사하듯 이 시대의 작가들이 경험한 사회의 격동을 면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노동, 몸, 책, 여성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진행된 이 포럼은 변화무쌍한 시대의 전환점을 충실하게 기록해낸 문학적 보고이다. 또한 기성 문학과는 다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SF 문학의 미래를 국제적인 수준에서 논의한 <한·중 작가들의 대화 : 문학의 미래, 미래의 문학> 역시 문학의 새 시대를 조망하는 생산적인 자리였다.

재단은 다가올 30년도 안주하지 않는 자세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였다. 오늘날 문화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손쉽게 유통되는 플랫폼 콘텐츠의 등장, 장르의 급성장과 경계 허물기, 작품의 번역은 물론 창작까지도 순식간에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 등, 불과 지난 몇 년 만에 일어난 이 격변들은 앞으로의 문학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과 영역에 놓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재단은 문학이 세상의 변화에 대한 수동적인 반응물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