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과 외형주의에 치중했던 우리 사회가 이제 정신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그 중심에 있는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 계속해서 들려오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이는 창립 이래 일관되게 인문학의 핵심인 문학을 중심으로 한 공익사업을 지속해온 대산문화재단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2014년은 한·중·일이 역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심화된 갈등을 딛고 동아시아문학포럼 재개를 합의한 의미있는 한 해였다. 재단의 주도로 시작된 동아시아문학포럼은 지난 2012년 중·일 간에 조어도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중국작가협회가 전격적으로 연기를 통보한 이래 표류하고 있었다. 동아시아문학포럼의 출범 취지가 불행했던 근대사를 딛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3국 공동의 평화와 미래를 함께 모색하자는 데 있었던 만큼 3국 조직위원회와 문인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한 끝에 어려운 고비를 넘어 재개를 결정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한국조직위원회와 대산문화재단이 중·일 관계의 균형잡힌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적극적인 소통의 창구가 된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문화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횡보 염상섭의 상을 광화문으로 이전한 일도 2014년의 성과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1996년 문학의 해에 문학인들의 중의를 모아 세워진 횡보의 상을 삼청공원 외진 곳으로부터 그의 위상에 걸맞은 문화적 상징공간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같은 여론을 수용하여 종로구와 교보생명 등과 협의한 끝에 4월 1일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 남쪽 교보문고 출입구에 횡보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의 상을 국가의 상징 공간이기도 한 광화문에 자리 잡게 하고, 그곳을 수많은 청소년과 지식인, 일반 시민들이 가까이서 교감하는 명소화한 것이다.
이 밖에도 1992년 처음 선을 보였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복원하여 총 22점의 작품을 교보문고 광화문점 세종로 출입구에 상설 전시하였다. 누구나 와서 작품을 감상하고, 지적 영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예술문화공간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더하였다.
재단 청소년 육성사업의 가치와 비전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미지센터) 운영은 위탁 3년차를 맞이하여 ‘학교 밖 세계시민학교’, ‘찾아가는 희망의 운동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적 소양과 상생의 지혜를 갖춘 청소년 세계시민육성기관’으로 한층 안정되고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었다.
세계무대에서도 양적 확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우리 문학의 위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 재단의 출판 지원 없이 현지 출간이 이뤄지는 등 해외 출판 흐름이 수동적인 위치에서 능동적인 위치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르 간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시상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시행된 대산문학상의 희곡과 평론 부문 격년시상이 정착했고,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수상작 「시에나, 안녕 시에나」가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등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한 젊은 작가들이 문학계에 힘찬 활력을 불어 넣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소중한 결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