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새로운 미래를 향한 원년, 활발하고 다양한 국제교류와 기획사업
2003년은 재단이 창립 10주년이라는 한 단원의 획을 긋고 “문학을 지원하는 세계적으로 신망 받는 문화재단”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출발하는 원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재단은 문화계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고 새로운 비전에 맞는 아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중장기발전계획을 중심으로 재단 사업의 발전과 확대에 노력하였다. 한편으로는 재단과 출연사인 교보생명을 창립한 대산 신용호 창립자가 타계하는 슬픔을 겪었으며 동시에 대산 선생과 재단을 아끼고 성원하는 많은 분들의 따듯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창립 10주년을 지나 새로운 비전을 수립한 후 첫 사연연도인 2003년에 눈에 띄는 것은 여느 때보다 활발하고 다양한 국제문학교류 사업과 기획사업의 시행이다. 재단의 지원으로 러시아에서 김소월 시집 『КИМ СОЛЬ ЛИРИКА(진달래꽃)』이 번역 출판된 것을 계기로 열린 <모스크바 한국문학제>는 한국과 러시아 간의 첫 번째 공식문학교류 행사로서 오랜 대립과 공백을 딛고 양국 간에 본격적인 문학교류의 물꼬를 텄다. 재단과 러시아의 국립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하고 모스크바삼일문화원이 주관한 이 문학제는 한․러 간 문학교류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남겼다.

가장 중요한 영어권에 한국문학 소개 활성화를 위해 2002년 미국 서부지역 대학 순회 낭독회를 연 데 이어 미국 중동부지역 대학순회 작품 낭독회를 열었다. 소설가 황석영, 시인 황지우, 평론가 한기욱 등이 참여한 가운데 콜롬비아대, 아이오와대, 미시건대 등 중동부 지역 명문 대학에서 열렸다. 또한 재단의 지원으로 독일 펜드라곤(Pendragon) 출판사에서 출간된 오정희 소설 『Vögel(새)』이 독일의 주요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리베라투르상(LiBeraturpreis)을 수상하여 번역자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하고 작품낭독회 등을 가졌다. 한국작가가 받은 첫 해외 문학상인 리베라투르상은 독일 문학단체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여성 작가들에게 시상하는 뜻 깊은 문학상이다.

국내에서 개최한 국제문학교류 사업으로는 거센 열풍을 불러일으킨 판타지문학의 본고장인 영국의 판타지 작가, 평론가, 출판인 들을 초청하여 한국 작가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판타지 문학을 논의하는 <한․영 판타지문학포럼(UK-Korea Fantasy Literature Forum)>을 개최하였다. ‘판타지, 환상성 혹은 새로운 상상력’을 주제로 열린 이 포럼은 한국의 판타지 작가와 평론가들이 참여하여 양국의 판타지문학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교류하며 판타지문학의 위상을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소설 『Native Speaker(네이티브 스피커)』『Gesture Life(제스처 라이프)』를 통해 미국 문단에 큰 주목을 받은 작가인 이창래 프린스턴대 교수를 초청하여 그의 문학세계와 1.5세대로서의 삶, 출판예정인 신작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회를 열었다.

기획사업을 통해서는 일반 독자들이 문학과 문화를 더 생생하게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재외동포재단과 공동주최한 <한민족문학포럼>은 재외동포 작가들과 국내작가들이 한민족작가라는 이름으로 ‘디아스포라, 아이덴티티 그리고 문학’을 주제로 오랜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한민족 문학의 자긍심과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하였다. 이 포럼에는 러시아의 저명작가인 아나톨리 킴(Anatoly Kim), 대표적 재일작가인 이회성, 미국의 평론가인 일레인 킴(Elaine Kim) 등 해외 각국에서 활동하는 동포문인 50여명이 참가하였다.

창립 10주년 기념사업으로 창비와 공동 주관한 대산대학문학상은 대학생들의 뜨거운 참여열기와 수준 높은 응모작에 힘입어 교보생명의 후원으로 정례사업으로 채택되었다. 9백16명이 3천여 편의 작품을 응모한 가운데 대학생 특유의 패기와 실험정신이 돋보인 소설 부문의 윤고은 등 6명의 두 번째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외국문학 번역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중국의 4대 기서 가운데 하나인 『서유기』를 처음으로 완역하여 10권으로 출간하는 등 6종 15권을 선보였다.

또한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과 의견을 담는 반년간 문학교양지로 1999년 창간된 《대산문화》를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계간으로 재창간하였다. 아울러 10년 동안 재단의 발자취를 담은 10년사 『대산문화재단 십년의 이야기 1992-2002』를 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