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대감으로 맞은 새천년은 창의력과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무자비한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지구촌은 피로 얼룩졌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인류를 둘러싼 수많은 경계를 아우르는 문화적인 이해와 토대만이 갈등과 분쟁을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을 담보해준다는 것이다. 재단은 문학을 중심으로 한 문화발전을 통해 균형 있는 교류와 수용에 노력하였다. 한편으로는 재단의 중장기 발전모델을 검토하고 재단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재단의 일관된 문화관과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해온 업적이 높이 평가 받아 11월에는 제2회 메세나 대상 대통령상을 출연기업인 교보생명과 함께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재단은 100여년의 연륜을 쌓은 우리 현대문학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기리기 위해 초창기에 그 중심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문학적 활동과 업적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정리하는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였다. 과거 <신동엽 문학제>와 <채만식 문학제>를 통해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작가회의(당시 민족문학작가회의)와 공동으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출범시켰다. ‘근대문학 갈림길에 선 작가들’이란 주제를 가지고 ‘근대문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부터 ‘근대문학의 갈림길’에 이르는 5개 주제와 종합토론을 통해 심포지엄을 진행하였다. 또한 이들의 정확한 연보를 정리한 정밀 서지를 발간, 보급하였다.
국제문학교류사업의 한․불 작가교류로 르 클레지오를 초청한 것은 한국문학의 국제교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성과였다. “현대 프랑스문학의 살아있는 신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는 작가”, “자신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는 한국에서 4차례의 강연회와 1차례의 작품낭독회를 통해 한국 작가와 독자들을 만났고 광주와 남도기행을 하였다. 프랑스로 돌아간 후에는 한국방문 감상을 「운주사, 가을비」라는 시로 보내오기도 하였다.
또한 재단은 멕시코작가협회 및 쿠바작가동맹과 공동으로 한국·멕시코, 한국·쿠바 작가교류행사를 가졌다. 스페인어로 작품이 소개된 이청준, 황지우, 박영한 등과 장경렬 고혜선이 참가하여 멕시코시립대학과 멕시코작가협회에서 문학교류 행사를 가졌으며 쿠바의 아바나에서 쿠바예술가동맹 작가들과 교류하였다. 이를 통해 중남미 문화의 중심지인 멕시코와의 문학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쿠바와는 최초로 공식적인 문학교류의 물꼬를 텄다.
외국문학 번역지원의 결과물인 <대산세계문학총서> 발간은 번역문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기존의 외국문학 수용과는 달리 문학성과 문학사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상업성이 없거나 길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소개되지 못한 중요한 외국문학 작품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되 영미나 유럽 중심이 아닌 세계문학 전반을 고르게 수용하는 진정한 문화적 이종교배를 추구한 새로운 개념의 세계문학총서인 것이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혁신적인 소설기법으로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주는 18세기 영문학의 대표적 소설 『트리스트럼 샌디』를 비롯해 중남미 최초의 소설 『페르키오 사르니엔토』 등 5종 7권을 6월에 첫선을 보였으며 2001년 한 해 동안 6종 8권을 발간하였다.
제9회 대산문학상은 5개 전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하고 11월 23일 시상식을 가졌는데 시 『지리산』(이성부 作), 소설 『손님』(황석영 作), 평론 『문학의 귀환』(최원식 作) 등 한 출판사(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책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번역 부문은 이인숙, 김경희, 마리즈 부르뎅(Maryse Bourdin) 공역의 『Talgung(달궁)』이 선정되어 3년 연속 불어 번역이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