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여, 이건 책이 아닐세,
이걸 건드리는 이는 사람을 건드리는 걸세.
(지금은 밤인가? 우리 여기 홀로인가?)
― 윌트 휘트먼, 「풀잎」
전쟁은 큰 산처럼 세상이 무너지는 이야기
죽음은 큰 산이 우리 얼굴 위로 쏟아지는 이야기
그럴 때면
우리, 여기 모여
큰 산처럼 세상이 솟아나는 이야기
시지프스처럼 올라가는 저 사람,
바위 같은 책이 또 굴러떨어진다, 바닥보다 더 깊은 파란 손바닥을 향해
매일매일 올라간다,
나는 너와, 사랑은 슬픔과,
종이는 부러진 펜들과,
고통은 희망의 살점을 씹으며,
밤낮없이, 휴식도 없이 올라간다
글자의 별들 검은 골짜기로 쏟아지듯
가난과 슬픔의 필체로 처음 그렸던 그 산
거기서, 손에 덮인 두꺼비집 같던 아이가 큰 산이 되는 이야기
거기서, 빈털터리 습작생이 언어의 마술사로 변신하는 이야기
거기서, 아이였던 보통 어른들이 지혜의 강물로 흘러가는 이야기
가장 정직한 자들과 가장 저열한 자들을 모두 적시는 이야기
그래서, 거기가 여기가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30년 동안 해 보았지
우리 여기 모여
그런 이야기를 다시 30년, 또 30년 자꾸자꾸 해 보겠지
우리 여기 모여, 그래, 우리 여기서 나가
세상의 끝까지, 세상의 끝을 넘어
죽음과 하늘을 찌르는 큰 산처럼
공허와 환멸이 달아나는 큰 산처럼
문학이 있었다, 내 곁에
문학이 있다, 눈앞에
문학이 있을 것이다, 책들이 모이는 동안
한 줄의 마음으로 다른 이를 건드리며
한 장의 마음으로 다른 이를 펼치며
모두 함께, 모두 홀로, 큰 산이 될 것이다
진실의 모국어로 한 권의 여기, 또 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