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30주년 기념원고 /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문학
장 노엘 주테(Jean-Noël Juttet) / 번역가, 제7회, 제8회 대산문학상 수상
30년! 대산문화재단이 창립하던 해에 한국에 없었던 제게 왠지 재단은 그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좋아하는 한국의 문화산업계에 아주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존재해온 느낌입니다. 역사가 깊으면서도 젊은 한국에서 꼭 필요한 만큼 자연스러운 존재로서 대산문화재단은 자국의 문학을 알리고, 오래전부터 미국이나 일본 등의 문학이 무게감 있게 차지해온 세계문학의 장에서 한국문학의 입지를 확보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은 교보빌딩의 한 층에 조용한 복도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지원으로 출판된 많은 서적이 진열된 서가를 지나면 서울의 서쪽으로 전망이 확 트인 회의실에 도착합니다.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시고, 차분한 음성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이곳이 바로 한국 작가 다수의 작품의 국제적 운명이 결정되는 기관의 중심입니다.
30년간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지형에서 자랑스러운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은 (물론 아직도 한국문학의 위상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노력 덕분입니다. 30년 전에 아주 적은 수의 한국문학 작품이 프랑스어로 출판이 되었습니다(프랑스어로 국한하는 것에 양해를 구합니다). 다른 언어에서도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랑스어로 출판된 작품의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였고 더 많은 출판사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출판사들이 매년 한국문학 작품을 출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 덕분에 다양한 번역가가 한국문학 작품의 번역에 참여, 번역된 작품이 증가하고 외국 출판사가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양질의 작품이 생산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 세계적으로 영상과의 경쟁으로 인해 독서가 위축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최미경 번역가와 저는 함께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자로 선정되어 번역작업이 잘 완성되도록 재단이 따듯한 배려를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열녀춘향수절가(최미경 번역, 장 노엘 주테 감수)』에 이어 이승우 작가의 『생의 이면 (고광단 번역, 장 노엘 주테 감수)』을 번역하는 즐거움을 경험했고 1999년, 2000년에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을 차례로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대산문화재단에서 조직해온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세계적인 사상들이 한국에서 토론이 되는 중요한 장이 되었습니다. 세계의 저명한 지식인들이 한국에 모여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 오르한 파묵, J.M.G. 르 클레지오, 모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참여도 있었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은 프랑스의 지식인들의 목소리에도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였고, 장 보드리야르, 알랭 로브그리예, 피에르 부르디외, 앙투완 콩파뇽 등이 강연에 참여했습니다. 르 클레지오 작가와 한국문학의 만남은 한국문학의 선양에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는 이후 한국문학에 끊임없는 찬사를 보내고 한국의 소설가와 시인들에게 흔들림 없는 지지를 해왔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넉넉한 재원을 조달하는, 교보생명의 대표이며, 대산문화재단의 신창재 이사장님에게 2017년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인 파비앙 페논 대사가 레지옹 도뇌르 프랑스 국가 훈장을 수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