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대산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30주년 기념원고
대산문화재단 30주년 기념원고 /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탄생 100주년’이라는 빛을 지상에 쏘다
유성호 / 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2011, 2014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획위원
2001년부터 대산문화재단은 한국작가회의와 협업하여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열어왔다. 이때 ‘문학인’이란 시인, 소설가, 극작가, 비평가, 수필가, 아동문학가 등 여러 장르에 헌신한 분들을 포괄하는 것이다. 첫해에 1901년생 김동환, 박영희, 박종화, 심훈, 이상화, 최서해 등을 다룬 이래 이 행사는 근대문학의 성좌들을 학문적, 대중적으로 발굴하고 해석하고 알리는 문학사적 검토의 대표적인 현장이 되어주었다. 불가피하게 1901년 이전 태생들은 이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는데 이인직, 이해조, 한용운, 신채호,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 조명희, 이기영, 김억, 김동인, 한설야, 주요한 등이 그러했다.
특별히 그동안 제도권 내에서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납월북 문인들이 폭넓게 알려지게 된 것도 문학제의 큰 성과였다. 정지용, 송영, 최명익, 이태준, 박팔양, 박세영, 김기림, 임화, 이원조, 박태원, 이찬, 허준, 안막, 이북명, 안함광, 김남천, 설정식, 백석, 조명암, 이용악, 김사량, 함세덕, 안용만, 최석두, 오장환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근에는 월남 문인들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는 월북 문인들이 당시 이미 중진이나 중견의 위상을 가졌던 반면, 월남 문인들 가운데는 월남 후에 비로소 문학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나는 이 문학제에서 2005년 박팔양을 다룬 이래 제법 여러 번 발표와 토론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근대문학의 척박한 토양 위에 빛을 던졌던 그들의 언어와, 등이 한참 굽어 있는 그들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뒷모습을, 때로 외경으로 때로 연민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 맥락에서 누구는 북을 택한 이유로 누구는 제국 협력의 이유로 문학 외적 평가에 노출되기도 했고, 유족들이 참여하여 고인의 생애를 증언하고 추모하는 성격도 부가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적 친화력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또한 문학제는 최근으로 올수록 심포지엄 외에도 공연이나 전시로 문학인들을 재탄생시키는 융합적 조명을 시도하여 대중적 접근성을 한층 더 높여갔다.
나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 때 발표를 맡고 재단의 후의로 ‘2017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에 지도 교수로 참여하였다. 이때 윤동주와 갑장인 대산 신용호 선생의 유적을 함께 돌아볼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행사를 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큰 인연이라 생각한다. 백 년 전 태어나 불우한 민족 현실을 딛고 문학적 성채를 이룬 선배들의 공과(功過)를 때로 학술행사처럼 때로 축제처럼 치러온 이 행사가 ‘탄생 100주년’이라는 빛을 지상에 쏘아온 지 벌써 23년이다. 요절 문인들이 특히 많았던 근대 100년을 넘어 이제 평균수명도 늘어나게 되었는데, 앞으로 생존 문인이 자신의 탄생 100주년 행사에 나오시어 추모가 아닌 회고를 하시게 될 날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