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대산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20주년 기념원고
대산문화재단 20주년 기념원고 / 국제문학교류
프랑스 왕궁에 울려퍼진 한국 시(詩)
클로드 무샤르(Claud Mushar) / 프랑스 시인, 『포에지(PO&SIE)』 부편집장
나의 첫 한국여행은 대산문화재단 덕분에 이뤄졌다. 1999년 ‘20세기 한국시’에 헌정한 『포에지(PO&SIE)』 특집호 발행 직후,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이 특집호는 당시 내가 재직하고 있던 파리8대학교에 유학하던 한국학생들을 비롯하여 알랭 젠티오와 노미숙 부부의 도움으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었다. 당시 프랑스를 방문했던 몇몇 한국작가들과의 만남도 이 특집호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예를 들면, 이청준과 고은과의 만남이었다. 이 특집호는 프랑스의 시 애독자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갔다.
그렇지만 한국학생들 및 작가들과 우정을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의 러시아 시인 만델스탐의 말처럼, 당시 한국은 내게 있어서 “멀리 떨어진 한국”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포에지』 한국시 특집호 발행과 함께 놀라운 일이 나를 찾아왔다. 그것은 대산문화재단이 특집호 발행을 축하하기 위해서 나를 한국에 초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 나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듯 놀라운 순간들 속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도, 특집호가 발행되었을 때 프랑스에서 나와 내 동료들 그리고 애독자들이 공유하였던 ‘열광’ 속으로 휩쓸리는 일을 한국에서도 경험하였다. 그 열광은 기자회견과 여러 시인들이 참여한 시낭독회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 계기를 통해, 나는 지금 소중한 친구들이 된 몇몇 시인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이청준과 당시 내 지도학생이었던 김희균과 삼 일간의 남도여행을 하였다. 이 여행은 나의 전 생애를 통해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한국의 풍경들, 산들, 절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위대한 소설가와 함께한 ‘한국발견기행’이었다. 여행은 엄청난 파동을 만들었다. 특히, 내 기억 속에 자리하는 가장 소중한 순간은 깊은 밤 내내 이청준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시간이었다.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적었고, 아직도 그것을 간직하고 있다. 이 방문 이후에, 나는 프랑스에서 한국작가들을 만나는 기회를 종종 가졌다. 그리고 한국을 더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매번 몇 주씩 머무르게 되었다. 방문교수로 강의하러 다녔던 미국을 제외하곤 한국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열정을 쏟은 이국(異國)이다.
1999년의 『포에지』 한국시 특집호 발행 이후, 여러 시인들을 만나고 시낭독회를 경험하면서 나는 새로운 특집호를 한국시에 헌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이 생각은 잡지의 편집위원장으로 있는 미셀 드기(Michel Deguy)와 편집위원회 동료들의 동의와 격려를 이끌어내었다. 주현진 박사와 정명교 교수와 여러 번 만나서 의견을 교환한 후에 이 계획을 실현에 옮길 수 있었다. 이번에는 생존하는 한국 시인들만을 다루기로 결정하였다. 정 교수가 시인들을 선정하고 선집의 틀을 만들어주었다.
대산문화재단은 특집호에 실릴 시인들을 번역하는 데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었다. 이 지원이 없었더라면, 『포에지』의 삼십오 년이 넘는 역사상 가장 두꺼운 호(號)인 특집호의 실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 번째 특집호는 2012년 6월에 발행되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놀라운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얼어났다. 대산문화재단의 긴밀한 협조 덕에 ―특히, 곽효환 선생의 배려 덕분에 ― 또한 재단의 재정적 지원 덕에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한국시 낭독회를 훌륭하게 치러낼 수 있었다. 황지우, 김혜순, 곽효환, 강정으로 이우어진 네 명의 시인들과 문학평론가 정명교 교수, 이번 특집호를 기획하고 번역하였던 주현진 박사가 6월 12일 파리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날,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또한 잡지의 여러 편집위원들의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왕실의 가장 아름다운 궁(宮)인 샹보르성에서 한국시 낭독회를 치렀다. 그리고 파리에 주재한 한국문화원과 라틴아메리카문화원 등 두 곳의 훌륭한 장소에서 한국시 낭독회를 개최하였다. 오를레앙에서의 만남도 이어지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장자크루소의 문학관에서도 시낭독회를 열었다. 시낭독회에 참여하였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듯 모든 시낭독회들은 강렬한 순간들로 남았다.
이 모든 것이 대산문화재단의 지원 덕분에 실현될 수 있었던 사건들이었다. 십삼 년 전 한국 시를 프랑스에 소개한 이래로, 재단의 지속적이고 세심한 배려로 인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한국시를 소개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번역 : 주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