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대산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10주년 기념원고
대산문화재단 10주년 기념원고 / 대산청소년문학상
대산문화재단이 나에게 준 미래
이완 / 서울대 인문학부 2년, 제8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前略)
칠판으로 별똥별이 하나 떨어지면
어둠을 뚫고 차임벨 소리가 들리고
그제서야 교실은 싱싱한 물기를 머금는다.
훌훌 졸음을 털어내면
별들이 몸에서
우수수 떨어진다.

- 제8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응모 작품 중, 「야간자율학습」 중에서

밤 12시가 가까워 오면 야간자율학습 중인 고교 3학년 교실은 생각조차 심연을 헤매듯 의식이 몽롱해진다. 밀린 문제집들은 매일 밤마다 졸음의 끝자락을 물고 머리 속까지 따라 들어와 마음을 불안케 하곤 했다. 한두 달 건너서 치러지는 수능 모의고사는 전국 석차와 점수까지 공개되어 학교 본관 출입구에 상위 등수의 소수의 인원만이 전시되었고, 그곳에 이름을 올린 친구들과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각기 다른 모양으로 서서히 영혼을 질식시켜 가고 있었다. 그렇게 차츰 마음을 황폐화시켜 가고 있던 고3의 늦은 봄, 한 줄기 청량한 바람과도 같이 시심(詩心)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가 내게로 다가왔다. 화가이자 영어교사인 담임선생님의 강권(强勸)으로 대산청소년문학상에 응모하게 된 것이다. 대학 입시를 눈앞에 둔 고3의 입장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사치일 수밖에 없었지만, 짧고 경황없이 치른 습작기간은 고3 시절의 편린으로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되어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채 스무 해를 살아보지도 못한 설익은 삶으로 깊은 각성도 없이 시를 썼고, 그 시들이 선택되고 문예캠프에 참가할 자격도 얻게 되었다. 이렇게 지난날이 엊그제 같은데 7월도 중순으로 접어든 오늘, 대 산문화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우리가 그때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의 환희와 한숨, 열정과 아쉬움이 그때 그 모습으로 다시 도배되어 있었다.
대산문화재단의 홈페이지에는 ‘대산청소년문학상’에 대하여, '우리 청소년들의 정서순화와 전인교육에 기여하고 내일의 한국문학을 이끌어 나갈 문학영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시행하는 문예장학사업'이라는 말로 소개하고 있다. 나는 대산 문화재단의 이 말이 현재의 공교육 제도와 대학 입시 체제 아래서 우리 청소년들의 메말라가는 영혼을 적셔 주는 한 줄기 샘물임을 믿는다. 그것은 해마다 학교장의 추천을 통한 수천 명의 학생들이 대산청소년문학상 축제의 한마당을 즐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진정한 문화가 사람들의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성 속에 씨를 뿌리고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성숙해 가는 것이라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모든 문화의 본질은 청소년 시절부터 가꾸어지고 올바르게 자라도록 보살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되어진 청소년들에게 결실되는 그것이 바로 참다운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청소년들을 길러내는 것이 바로 제도(制度)가 담당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공교육 제도는 누구나 다 공감하듯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나는 이러한 우리의 공교육 제도 아래 그 동안 경험해 본 것을 떠올려 보면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끌어 내고 극대화해야 할 문화의 무한한 잠재적 동력을 생각해 본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세태가 만연한 세상에서 청소년들에게 이끌어 내야 할 잠재적 동력이 그들의 가슴속에 묻혀 사장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비록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청소년들의 가슴속에 묻혀 있는 무한한 잠재적 동력을 일깨우기 위해 그들의 마음밭을 일구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제2, 제3의 ‘대산문화재단’이 세상에 태어나서 많은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
사람의 사고와 판단에 끼어들어 끈질기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열등감과 오만이라면, 그 동안 대산청소년문학상이라는 작은 결실에 갇혀 있던 내가 그런 영향에 적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해 보곤 한다. 스스로에 대해서 엄혹함도 없고 작은 노력에 대한 추상같은 반성도 없이 장기 장학생의 허울에 갇혀 있는 모습을 느낄 때면, 늘 뜻 모를 책임감이 가슴을 누르는 무거운 그림자 같이 느껴진다.
대산청소년문학상과의 만남을 통해서 새롭게 인식한 문학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사랑,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는 내 자신에 대하여 지향점이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