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대산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10주년 기념원고
대산문화재단 10주년 기념원고 / 전국청소년연극제
연극예술의 못자리

– 전국 청소년 연극제 6년의 회고

유민영 /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 전국 청소년 연극제 운영위원장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유익한 일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좋은 일은 자기희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기희생이란 육체적, 정신적, 또는 물질적 대가를 요함을 의미한다.
가령 6년 전에 시작된 전국 청소년 연극제만 하더라도 매년 수억 원의 비용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큰 행사 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이란 차원을 넘어 문화교육, 더 나아가 한국무대예술 발전에 절대적 기여를 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시작을 못했었다. 그러다가 1997년에 대산문화재단에서 그 행사를 용감(?)하게 틀어잡고 나왔다. 여기서 필자가 ‘용감'이란 용어를 굳이 쓴 이유는 그 연극제가 그만큼 진통을 겪고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전국 청소년 연극제는 대산문화재단 신창재 이사장의 용단이 없었으면 생겨나기 힘든 것이었다. 물론 필자와 당시 정진수 연극협회장이 평소 청소년 연극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의기투합했던 것이 전제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필자가 신창재 이사장에게 건의했을 때 거절했으면 아직까지 전국 규모의 청소년 연극제는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신창재 이사장은 전도 유망한 소장 의학자로 대학 안에서만 후진을 양성하다가 기업에 입문한 분이기 때문에 순수, 열정적이고 특히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윤은커녕 적잖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청소년 연극제를 선뜻 개최하겠다고 나설 수 없었다고 본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그런 행사가 성 공할 수 있을까 회의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첫해에는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넘어갔다. 전국 청소 년 연극제가 생겨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여러 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변화는 각급 고등학교들 에서의 특활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입시교육에 찌들어 있는 학생들 중에 예능에 관심 있던 학생들이 무대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등학교 특활이 왕성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따라서 첫 해에는 참여학교가 1백여 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백여 개가 넘을 정도가 되었다. 그것도 지역별 참여학교를 제한하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학교들이 참여했을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몇 년 후에는 1천여 개의 학교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초기에는 참여학교도 주로 인문계 아닌 실업고교들이 주축을 이루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인문계고교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특히 지역 예선이 더욱 치열해져서 본선 무대를 밟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로는 지방에 묻혀있던 유능한 학생들이 명문대학 연극영화과에 다수 입학해서 한국연극의 장래를 밝게 하고 있다. 사실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중소도시 학교생들이 서울의 명문대학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기란 쉽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청소년 연극제가 생겨나면서 수상학생들이 연극영화과에 들어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청소년 연극제는 문예교육 행사라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정규교육에 버금가는 자발적인 인성교육이고 예능교육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명한 연극지도자들, 이를테면 차범석 예술원 회장같은 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예사상 처음 생겨난 전국 청소년 연극제가 이제는 완전히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연극제가 단시일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대산문화재단, 특히 교보생명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연극계, 정부(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 예술의전당) 등의 도움에 따른 것이다. 2002년 제6회에는 교육방송(EBS)까지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에 전국 청소년 연극제가 우리나라 문화행사 중 몇째 안가는 예술축제가 되리라 확신한다. 못자리가 튼튼해야 벼농사가 잘 되는 것처럼 청소년 연극제가 성공을 해야 많은 인재들이 나와서 한국공연예술과 영상예술도 발전할 것이다. 그 일이야말로 21세기 문화예술시대에 걸맞은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