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좀비들
「악기들의 도서관」 「펭귄뉴스」 등 기발한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이 조화를 이룬 작품을 선보인 김중혁이 등단 10년 만에 첫 번째 장편소설 『좀비들』 을 펴냈다. 휴대전화 수신감도를 측정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채지훈이 무통신 지역 ‘고리오 마을’의 존재를 알게 되고 뚱보 130, 번역가 홍혜정 등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그간 작품에서 보여 온 소재들과는 이질적인 ‘좀비’를 다루고 있지만 소설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좀비 역시 공포의 대상이 아닌 잃어버린 기억을 구현하는 존재로 나타내고 있다.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으며 독특한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이 돋보인다.
소설 | 플루토의 지붕
전작들을 통해 사회 약자들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온 한수영이 다시 한 번 절망과 희망이 범벅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곧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원으로 재개발되어야 하는 동네 명왕3동의 애처롭고 정겨운 삶이 국제결혼 후 이혼한 필리핀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 민수의 눈에 의해 펼쳐진다. 현미경을 들이대듯 청진기로 민수가 엿듣는 명왕3동의 마지막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생명력으로 도시 한복판에 아름다운 설화가 되어 돌아온다. 태양계에서 퇴출당한 명왕성처럼 세상 한 끝에 붙어 있지만 조만간 사라질 처지에 놓인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공력이 만만치 않은 필력으로 인해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
소설 | 스윙바이
유형수의 첫 단편소설집. 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되었음에도 등단 6년 만에 첫 단편소설집을 냈다는 것이 작가의 진중한 창작 태도와 함께 작품들의 완성도를 대변한다. 우주선 자체의 연료에 의하지 않고 행성의 인력을 이용, 궤도를 수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표제작 「스윙바이」는 자신이 알파-켄타우로스 별에서 왔다고 말하는 젊은 여성과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다. 이러한 낭만적 연애담 속에 공장에서의 사고로 인해 손목을 잃고 사라진 그녀를 자기별로 돌아갔다고 믿는 남자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고 수군대는 사람들의 대조를 통해 현실 고발을 녹여내었다. 이 외에도 퇴락한 지방 태권도장을 무대로 벌어지는 사건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 「청도관」 등 우수한 단편들이 실렸다.
평론 | 분열하는 감각들
다양한 ‘경계’에 대한 질문을 통해 문학의 범주를 새롭게 설정하려고 노력하는 평론가 소영현의 첫 비평집이다. 총 20편의 평론이 실려 있는 본 비평집은 개별 평론들을 통해 2000년대 이후 문학에 나타난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작품의 개별적 특질을 고찰하고자 한 필자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특히 ‘경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이러한 작업을 관통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문학이 보여주는 새로운 경향의 재맥락화, 2000년대 문학의 변화와 포스트 모던한 현실변화와의 상관성, 뉴미디어의 혁신이 불러온 글쓰기 범주에 대한 고민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야의 새로움과 균형감이 설득력 있는 비평적 프레임을 구성하였고 텍스트 분석의 충실함이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는 평과 함께 2009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동문학 | 마지막 이벤트
평범한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작가 유은실의 2009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작이다.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둘러싸고 벌어진 웃기고 당황스럽고 치사하기까지 한 일련의 사건들을 필자만의 빼어난 입담으로 그려내었다. 주인공 영욱이 자신을 이해해준 유일한 존재인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 느끼는 슬픔, 후회, 죄책감 그리고 마지막에 깨닫게 되는 진심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군가 세상에서 사라져도 다른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는 엄연한 슬픔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손자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라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개성적인 캐릭터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주는 내용으로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독자들까지도 사로잡을 수작이다.
아동문학 | 내 꿈은 트로트 가수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수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유은경의 동시집이다. 개성있는 문체와 사물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일상을 잘 포착해 아이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세상을 그려낸 46편의 동시를 엮었다. 가족을 배경으로 하는 가족 간의 따스한 사랑과 이해, 배려가 잘 배어난 정서적 안정감이 있는 동시들이 한 지붕아래서 살아가는 인정어린 구성원들을 훤히 보여주는 듯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물의 의미를 깊이 있게 천착해 나가는 힘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는 점이 든든하다는 평을 들었다.
희곡 | 그리고 또 하루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연극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로에서 배우로 활동 후 현재는 카피라이터, 구성작가로 활동하는 등 특이한 경력을 소유한 최명숙의 첫 번째 희곡집 『그리고 또 하루』가 출판되었다. 「그리고 또 하루」는 항공기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두 남녀라는 식상한 소재와 환경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하루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남과 여의 초 단위로 변화하는 의식을 섬세하게 재단하여 수작을 탄생시켰다. 또한 오랜 습작이 이루어낸 극 구성의 영상미와 탁월한 공간적 이해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는 여덟 작품이 실려 있으며 모두 정교한 시적 지문과 화려하거나 수다스럽지 않은 철학적인 대사가 돋보인다.
소설 | 미미
대산창작기금 심사에서 ‘첫 문장을 읽으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만든다’ 는 심사위원의 찬사를 받았던 박선희의 소설집이다. 21개월에 걸쳐 일곱 번의 성형수술을 받고 외모가 달라진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섬세한 관찰로 포착해 묘사한 표제작 「미미」외에도 「하이힐」「중앙고시원」「스틸하우스」등 도시를 대표하는 소재에서 확대된 그녀의 소설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가독성 있는 문체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다가 통쾌한 반전으로 독자의 정화욕구를 인식의 전환으로 유도하는 솜씨와 함께 메마르고 건조한 문장에서 흘러나오는 묵직한 울림이 매력적이다.
희곡 | 4악장
인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인간이 알고 싶어 지금의 자리에 서있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김수미 극작가의 희곡집이다.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뇌구조와 오장육부까지 샅샅이 파헤치고 싶어하는 작가 본능과 관계에 대한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희곡 7편을 모았다. 특히「4악장」은 잔잔한 필치에 실험정신이 눈에 띄는 작품으로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 돋보이는 역작으로 평가된다. 단단한 필치와 돋보이는 실험정신,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05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소설을 쓰자
자신의 시적인 태도, 스타일을 생산해 내는데 생경함도 마다하지 않는 김언이 4년 만에 시집을 펴냈다. 젊은 시인들 중에서도 언어탐구에 몰두해 온 그의 세 번째 시집의 제목은 ‘소설을 쓰자’이다. 시의 근본주의자라 불리는 김언은 이번 시집에서 소설 같은 흥미로운 언어로 시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일성의 텍스트인 시를 해체하거나 언어에 대한 사유를 전개하고 다른 예술적 텍스트를 해체하는 태도가 인간의 현현을 확장해 보려는 시인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2006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심한 듯 담담한 어조로 삶에 대한 예리한 고찰을 보여주는 소설가 강영숙의 세 번째 소설집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가 출간되었다. 2006년 대산창작기금 심사에서 문장이든 구성이든 흐트러짐이 없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생의 어두운 구석을 찾아내어 끈덕지게 주시한 다음 기이한 유머와 함께 특별한 빛으로 비추어내고 있다. 결코 쉽게 낙관하지 않으며 세상에 관한 체념적 비관과 환멸을 바닥에 드리우고 있지만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을 숨겨두는 작가의 미덕이 돋보인다. 2006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도시적 감각에 기댄 강렬한 전위적 시들이 지배하는 요즘 시단에서는 드물게 서정의 미학을 신뢰하는 시인 김일영의 시집이다. 2003년 등단한 후 5년간 발표한 시를 묶은 첫 시집으로, 도시라는 곳에서의 서정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한 시인의 모습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2005년 대산창작기금 심사에서 섬세한 언어요리사라는 평을 들은 시인은 최근 젊은 시인들에게서 자취를 감추다시피한 공감각적 시어와 다채로운 청각 이미지의 사용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아동문학 | 뻥튀기는 속상해
푸른책들에서 내는 ‘시 읽는 가족’의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된 동시집이다. 『뻥튀기는 속상해』는 아이들의 일상과 사물을 새롭게 바라본 시선들을 다양한 빛깔과 향기와 맛으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시인이 어른이기에 ‘아이인 척’ 하며 동시를 쓸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해 시인 자신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있다. 짧은 한 편의 시 속엔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은 삶의 진리나 가치관, 깨달음 그리고 더 나아가 시인의 성격과 마음까지도 담겨 있어, 다분히 시적 상상력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시인의 ‘우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문학 | 영두의 우연한 현실
『짜장면 불어요!』『장수 만세』『우리들의 스캔들』등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일상을 둘러싼 기만과 부조리를 톡톡 튀는 감성으로 예리하게 살펴온 저자가 펴낸 청소년소설이다. 발랄한 문체, 의외의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이 소설집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청소년소설의 질을 담보하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묶여 있다. 표제작 「영두의 우연한 현실」을 비롯해 총 6편의 단편들은 기존의 편협한 소재와 주제에 머물러 있던 청소년소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현실, 그래서 정답처럼 자신을 맞춰 가며 살아 보려는 현실, 혹은 너무나 높고 튼튼한 철벽같아서 벗어나 보고 싶은 현실을 보여준다.
시 | 나는 맛있다
현대적인 삶의 경험을 동물이나 사물, 자연 등의 감각이나 정서로 변형시켜 드러내는 데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2007년 수혜작으로 선정된 박장호의 시 「코시코스의 우편마차」 외 58편이 실려 있다. 「말라이카」등 다수의 작품을 보면, 시어의 의미 자체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동어반복을 통해 기존의 언어 관습을 해체하면서 묘한 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주하려는 일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려낸 박장호의 첫 시집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시 | 우리는 매일매일
첫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문학과지성사, 2003)을 내놓고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하는 새로운 감각의 발견, 피 흘리는 고단한 현실과 예술가와 철학자의 밤과 별들로 가득한 초현실을 오가며 신열을 앓는 언어의 파문 등으로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시인이 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이다. 총 49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싣고 있는 이 시집 역시, 깊이 앓고 오랜 시간 사유하고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치고 가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하다. 그 은유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진은영 특유의 청신한 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소설 | 그린핑거
이 시대 각각 다른 주인공 남녀의 만남과 사랑과 이별을 담아낸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연작소설 5편과 단편소설 「그린 핑거」「전망좋은 집」이 실려있다. 『루이뷔똥』『타잔』에 이어 세 번째로 펴낸 이번 소설집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건조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사랑이나 헌신이라는 외피의 안쪽에서 들끓는 또 다른 욕망을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라고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연애소설이라고 하기 보다는 여성의 자의식에 관한 소설이라고 밝히는 작가의 말처럼 연애라는 일상의 소재를 작가만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착상의 기발함과 재미있는 전개가 돋보이며 다양한 주제를 잘 내면화하여 시적 긴장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8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
시 | 사팔뜨기
풍경을 정물화처럼 그리는 솜씨와 이로부터 나오는 암시성이 크게 다가오는 양선주의 시 「자물쇠」외 63편과 산문 1편이 실려 있다. 2006년 대산창작기금 심사에서 언어에 대한 긴장감, 장식하지 않으려는 의지, 감정에 대한 절제의 극치가 눈에 띈다는 평을 받은 시인답게 「골목」「아파트입구」 등의 일상적 소재를 세밀하고 압축적인 시어로 잘 그려내고 있다. 몸의 전부가 날개로 이루어진 나비를 '날개'로 부를 수 있듯이 막역한 호명이 아닌 ‘시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의 작품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2006년 수혜작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