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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황금시대를 떠나다- 엘사 모란테의 『아서의 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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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네오리얼리스트(Neorealist) 문학의 대표 소설 『아서의 섬(원제 L'isola di Arturo)』가 작년 11월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원작자인 엘사 모란테(Elsa Morante: 1912-1985)는 1957년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스트레가문학상(Premio Strega)을 수상한 작가이고 『아서의 섬』은 1962년에 영화감독 다미아노 다미아니(Damiano Damiani)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작품의 주인공은 아주 어려서 엄마를 여읜 소년 아서이다. 아서는 이탈리아 나폴리 만(灣) 앞에 있는 작은 프로치다 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데 태어나 그 섬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아서는 섬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느끼며 산다. 아서의 아버지는 독일인으로 직업상 여행을 자주 다닌다. 아버지 없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아서는 많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 속의 여행을 많이 한다. 그는 바다만 건너가면 신비스러운 세계가 있을 거라고 믿고 늘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아버지를 대단한 영웅으로 여기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한 젊은 여인을 프로치다 섬으로 데리고 와 재혼을 한다. 아서는 처음엔 그 여자를 싫어하지만 동생이 생기게 된 후 사랑과 이해를 배워나간다. 그러나 아서는 사춘기가 끝날 무렵 아버지에게 지독히 실망한다. 아버지가 여행을 다니던 곳이 겨우 몇 십 킬로 떨어진 나폴리 지역이었고, 영웅으로 여겼던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 동성연애자였던 것이다. 아서는 절망에 빠지고 프로치다 섬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결정한다. 결국 아서는 자원입대하여 태어나서부터 살았던 그 섬을 완전히 떠난다.
『아서의 섬』은 젊은 날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다. 프로치다 섬은 젊은이들의 세계, 사상, 심리의 상징이다. 소녀, 소년들은 그 시기에 상상 속에서 살게 마련이고 상상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여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은 영웅을 창조하고 그 모델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고르게 된다. 실제 결혼할 때에 자기 부모와 비슷한 사람을 고르는 이유도 이런 심리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젊은 날의 황금시대는 가고 청소년은 성인으로 자라난다. 아서가 프로치다 섬을 떠난 것은 바로 성인식 통과 의례(Rite of passage)이다.
원작자인 엘사 모란테는 여성이지만 남성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묘사했다. 아마도 청소년들의 꿈은 성별과 상관없이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은 『아서의 섬』을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의 중요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아서의 섬』은 그동안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제 드디어 한국에서도 출간되어 매우 기쁘다. 역자인 천지은 씨가 이 소설을 잘 번역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쓴 것도 느낄 수 있고 책 속에 들어있는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는 한국 독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누구에게나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하고 이 번역서도 소소한 결함이 눈에 띈다. 원작에서 나타난 파토스(pathos)는 부족하게 느껴지고, 종종 구어(口語) 보다 문학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sortilegio’라는 단어가 ‘예언’으로 번역(486, 495 쪽)되어있는데, ‘sortilegio’의 어원은 ‘운수를 읽다’로써 ‘예언’이란 번역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오늘날 이탈리아어에서 그 뜻은 ‘마법’이나 ‘마술’로 변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역자의 작업은 칭찬할 만하고 또한 희망을 준다. 앞으로 더 많은 실력 있는 한국과 이탈리아 학자들이 번역을 통해 이탈리아 문학을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하고 알리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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