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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보다도 나쁜 것 - 스티븐 킹의 「안개」와 프랭크 다라본트의 <미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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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대가,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스티븐 킹 원작의 신작영화가 얼마 전 개봉되었다. 감독은 이미 그의 소설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을 대중적이고 이상적으로 영화화했던 프랭크 다라본트. 1985년에 발표된 스티븐 킹의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의 첫 작품인 「안개」는 가장 오래된 불안인 세계종말과 미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그리고 절망에 대해 높은 밀도로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미국 메인 주의 롱 레이크. 화가인 데이비드는 강력한 태풍에 큰 피해를 입은 후 어린 아들 빌리와 함께 장을 보러 대형마트로 간다. 전기는 끊기고, 군대의 실험에 대한 수상한 소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몰려온 짙은 안개로 인해 고립되는 마트. 곧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마트로 뛰어 들어오고, 정체 모를 괴생명체들이 공격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괴생명체와의 사투 자체보다는 인간들의 이상심리와 분열과 반목에 집중하면서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잘 담아내었고, 영화 역시 이러한 원작을 완벽하게 재현해내어 높은 완성도의 뛰어난 호러 드라마, 공포에 대한 공포영화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한국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필요악이었겠지만 과장된 홍보로 인해, 할리우드 평균영화 제작비의 반도 들지 않은 이 영화를 SF블록버스터라고 믿고 들어온 관객들……. 그들의 상당수는 이성이 마비된 인간군상들이 펼치는, 이성적인 납득이 쉬이 되지 않는 그들의 반목을 지루해했고, 실제 마트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연출에 피곤해했고, 재난영화의 ‘어쨌든 문명승리’ 공식을 깨부수는 우울한 결말을 허무해했다. 광신도 커모디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을 때 딱 한번 박수를 치거나 “속 시원하다” 정도의 멘트를 날리는 관객이 많았으니, 결국 영화는 저조한 관객 수를 기록하며 할리우드 영화치고는 빠른 속도로 극장에서 사라져갔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호오가 분명히 갈라질 법한 영화의 결말이 큰 역할을 했다. <미스트>는 원작 「안개」를 먼저 읽은 관객에게도 이질감이나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소설 속의 인물, 분위기, 사건들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냈으나,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끝나는 소설과는 달리, 절망과 무력감 속에서 주인공이 동지들과 자신의 아들까지 안락사 시키는, 하지만 곧 그의 결정이 오만하고 그릇된 행위였음을 반전처럼 보여주는 충격적이고 묵직한 엔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중략)
* 본 원고의 전문은 <대산문화> 2008년 봄호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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