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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작 리뷰 - '一花開世界起'의 깊은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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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시집 『花開』의 서문을 읽다보면 그가 자신의 시집 제목을 '花開'라고 지은 이유가 나와 있다. 그의 시집 서문에 따르자면 『벽암록』의 한 구절인 '一花開世界起'에서 '花開'라는 말을 찾아냈고 그것을 시집 제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방금 인용한 『벽암록』의 한 구절은 주지하다시피 '한 송이 꽃이 피니 세계가 모두 일어선다'는 뜻을 갖고 있다.
김지하의 시집 『花開』에 대한 논의는 이 제목의 속뜻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이 제목의 속뜻 속에 김지하의 사상은 물론 시작 원리 그리고 상상력의 움직임이 다 들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一花開世界起'라! '한 송이 꽃이 피니 세계가 모두 일어선다'고! 삼라만상의 이와 같은 어마어마한 연기의 움직임과 교감의 율동 그리고 융통무애한 합일의 신비함을 관념으로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로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절감하고, 자기자신 또한 이런 움직임과 율동과 합일의 신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매순간 경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지하의 시집 『花開』를 보며 감동하고 그 속으로 빨려들게 되는 것은 '一花開世界起'라는 그 엄청난 화두를 앞에 놓고 이 시인이 그 화두가 지향하는 바를 실제의 삶 속에서 몸으로 직접 느끼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김지하의 상상력은 구체적 삶의 현장에 토대를 두고 있되 우주만상을 넘나들며 막힘이 없고, 지극히 작은 것에서부터 지극히 큰 것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들이쉬고 내쉬는 생명의 숨소리를 여실하게 포착해내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一花開世界起'가 의미하는 바를 직접 몸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의 차원을 넘어선 이른바 샤먼과 같은 존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하는 샤먼을 닮은 시인이다. 많은 시인들이 자연을 이야기하고, 우주를 이야기하는데도, 그 중 김지하의 시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독특하고 흡인력을 갖고 있는 것은 그의 이런 자질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김지하는 타고난 샤먼으로서의 시인인가?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대답보다는 그의 엄청난 노력과 사색 끝에 이런 샤먼으로서의 자질이 창조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김지하의 시집 『花開』를 보면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이 그대, 당신, 님 등과 같은 공경의 대상으로 격상되어 있거니와 이런 그의 마음 근저에는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의 신성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 인간을 포함한,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게서 이렇게 신성을 찾아내고 그들을 공경하기까지 그는 끊임없는 자기해체와 자기초월을 감행한다. 소위 에고가 완전히 소멸하기를 꿈꾸며 자신을 '虛', '空', '無'와 같은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 세상만물과 만날 때, 그는 자연스럽게 샤먼으로서의 자질을 발휘하며 '一花開世界起'의 엄청난 우주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김지하의 이번 시집 『花開』 역시 그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탐구해왔던 '살림의 사상'을 널리 확대시키며 실천하고자 하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앞에서 계속하여 논의의 중심으로 삼아온 '一花開世界起'라는 말도 실은 살림의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그의 숨은 뜻을 반영한 것이라 보인다.
이 엄청난 죽음과 죽임의 시대에, 김지하가 품고 있는 살림의 사상은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그런 시대 속에서 신음하는 많은 생명들을 치유할 수 있는, 이른바 치유의 신령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이 시대의 우리들의 영혼 속에 김지하의 시집이 한 줄기 살림의 빛을 전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나는 파편화될 대로 파편화된 이 시대의 우리들의 삭막한 몸 속에 김지하의 시집이 촉촉한 생명의 물기를 부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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