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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내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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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의 내 성격은 상당히 폐쇄적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야, 콩주머니 놀이야, 공기돌 놀이야, 하여간 온갖 놀이란 놀이는 다 동원하여, 동무들과 무리지어 놀 적에도 나는 동무들의 무리에 섞여들지 못하고 늘, 혼자였다. 처음에 동무들은 나를 저희들 놀이에 끼워주려고 내 이름도 부르고, 놀자고 부르기도 하다가, 막상 내가 놀이에 끼어들어봤자, 별 신명을 내지 못하는 아이임을 간파하고는, 나중에는 아예 내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저만큼 쯤에서 노는 동무들을 이만큼 쯤에서 쪼그려 앉아 구경만 하고는 했다. 그래도 구경이라도 했던 때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고학년으로 올라가자, 나의 폐쇄성격은 중증이 되어, 아이들이 노는 곳은 되도록이면 피해 다녔다. 그래가지고서는 아무도 없는 구석진 데서 혼자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가끔 아무 맥락없이 훌쩍거리며 울기도 했다. 놀이를 끝마치고 들어가는 아이들 눈에 띌새라 무슨 죄인이나 도둑고양이처럼 건물 뒤 후미진 곳,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음습한 곳만을 찾아 헤맸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한 원인이 무엇이건간에, 어머니는 나 때문에 복장터져 하셨고 심지어 형제들에게조차 따돌림을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세상 어디에 대고 내 속엣말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유일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아이는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였다. 아니, 원래는 말을 할 줄도 알고 들을 줄도 아는 아이였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아이는 제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체 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원래는 말할 줄도 들을 줄도 아는 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 아이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라고 못박아 버렸다. 사람들이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있는 아이라는 걸 알면서도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라고 단정지어 버린 것은 그러니까, 어느 순간부터 우연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아이가 들어도 못들은 체, 말을 시켜도 말을 못하는 체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아이를 귀머거리요, 벙어리라고 치부해 버린 것이다. 귀머거리요, 벙어리로 치부되어 버린 그 아이나, 어느 순간 우연히 누가 놀자고 했는데 막상 놀아보니까 별 재미가 없어서 놀이의 와중에 슬그머니 빠져 나와버린 내게 이후부터 아무에게서도 놀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고 급기야, 나라는 사람은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하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낙인찍혀 버린 것이 비슷한 맥락인지라, 우리는 우리를 그렇게 어떠어떠한 사람으로 '낙인' 찍어버린 사람들을 피해 학교 건물 뒤 후미진 곳을 헤매다 어느 한날, 그애는 날 발견하고 나는 그애를 발견했다. 우리는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이후부터 나는 그애하고만 놀았다. 우리는 정말로 재미있게 놀았다. 그렇지만 아무도 안보이는 데서, 소리없이, 우리의 존재를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행동을 작게 하면서. 말없이 나는 그 아이와 얼마나 많은 얘기들을 주고 받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물론 실제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런 기분을 서로가 공유했다.
이따금 글을 쓸 때 그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을까. 혹시 지금도 그 아이는 들을 수 있는데도 들을 수 없는 체, 말할 수 있는데도 말할 수 없는 체 하면서 살고 있을까. 그리하여 정말로 듣지 못하는 사람, 말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왜 그 아이는 스스로를 그렇게 자기 속에 가두어 버렸을까. 아니면 세상이 그 아이를 그 아이 속으로 가두어 버렸을까. 내가 글을 쓰면서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글을 쓰면서도 나는 이따금, 내 글이 과연 세상사람들하고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확신이 안서는 때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글쓰기 말고는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통로가 없다. 소설은, 그리고 문학은, 어찌어찌해서 혼자가 되어버린 내가 세상과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예전에 내 유일한 친구였던 그 아이 대신 지금은 글쓰기라는 친구가 있어서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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