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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한국문학 전문 번역팀의 구성을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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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한국문학 작품 소개는 1992년 한-베트남 정식 외교수립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교수립 이전에는 소개된 한국문학 작품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중국어, 러시아어 또는 다른 외국어로 된 북한문학 작품 10여 편을 베트남어로 번역, 소개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1992년에 정식으로 양국 외교 관계가 수립된 이후로는 경제, 정치, 문화, 사회 교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때부터 한국문학 작품을 베트남어로 직접 번역하고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번역된 초기작이 1994년 배양수 교수가 베트남어로 번역한 시집 『춘향전』이며 이후로 한-베트남 번역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소개되는 작품 유형도 초기의 전래동화에서 점차 내용이 복잡한 단편 및 장편소설, 시집 등으로 그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번역가 층은 한국문학 전공자 보다는 한국어 전공자들이 주를 이루며 한국인과 베트남인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베트남인 번역가는 필자(김소월 시선집 『진달래 꽃』,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김영랑 시선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번역)를 비롯하여 호앙하이반(오정희 소설 『저녁의 게임』 번역), 하밍타잉(방현석 소설 『랍스터를 먹는 시간』, 『한국 현대 단편소설집』 등 번역), 리샹쭝(『금오신화』 번역), 레후이 콰(『한국 속담』 번역) 등이 있으며, 한국인 번역자로는 배양수(『춘향전』 번역), 오은춘(염상섭 소설 『삼대』 번역), 전혜경(『금오신화』 번역), 강하나(현진건 소설 『운수 좋은날』 번역) 등이 있다.
베트남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은 베트남에서 인지도 있는 베트남문학출판사나 베트남문인협회출판사에서 주로 출판되고 있으며, 보다 많은 베트남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작품 설명회 또는 세미나, 도서관 책 소개 모임, 대학교 독후감 대회 등을 개최하고 한국문학 강의의 수업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생활상이나 문화상에 상호 유사한 점이 많아서 이를 반영한 한국문학 작품이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문학 작품에 관심을 갖는 베트남 독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베트남 정식 외교 수립이후 15년 동안 베트남에서의 한국문학 소개에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이 앞장서 왔으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의 관계 발전과 비교하면 아직은 더 노력해야할 부분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번역 인력 수준 향상과 우수한 한국문학 작품의 선정이다. 베트남의 한국문학 번역가 중 고급 통번역자의 수는 매우 적으며, 현재 대부분의 한-베트남 통번역자의 수준은 실무 통역과 간단한 자료 번역이 가능한 정도이다. 더욱이 동시통역가는 전무하거나 있더라도 오역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번역 분야는 통역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한국문학 작품이나 복잡한 고문헌의 경우 번역이 가능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문학의 번역은 주로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과학 대학교에 있는 한국어 강사들이 하고 있고 다른 대학교와 연구 기관에서는 문학 번역 인력을 찾기가 거의 어렵다. 지역별 차이를 보면 번역 작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북부지방과 달리 남부지방에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우수한 한국문학 작품의 선정 역시 베트남에서의 한국문학 작품 소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베트남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베트남의 전문번역가들에게 자문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베트남에서 한국문학 번역팀을 구축하고, 이들이 베트남문인협회에 가입하고 한국에 있는 전문번역기관과 협력하여 보다 수준 높은 한국문학 번역 작품을 베트남에 많이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는 재단의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을 받아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시선집)을 베트남문학출판사에서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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