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본 대로 기록한다. 몽골에는 열흘을 주기로 발행되는 <문학예술신문>이 있다. 신문가판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 신문을 통해 문인들은 시와 소설을 발표하고 문학 관련 소식을 접한다. 이 신문은 대통령이 직접 후원한다. 사회주의 시절부터 발행된 신문인데 시장경제로 바뀐 후 재정난으로 한동안 휴간되었다가 다시 나왔다. 구독자가 꾸준히 늘어 경제적 자립까지 내다본다고 한다.

하루는 이 신문에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촐롱'이라는 시인이 몽골 문인들에 대해 조사한, 우리로 치면 문인실태조사쯤 되는 보고서였다. 그는 총 340명의 작가를 조사했는데(참고로 몽골작가동맹에 등록된 문인은 600명쯤 된다), 그 중 32.6%가 교직에 몸담고 있었다. 셋 중 하나는 교사인 셈이다. 전업은 16명으로 의외로 적었는데 아마 뚜렷한 직업이 없다고 응답한 93명에는 전업 같지 않은 전업 작가들이 다수 섞여 있을 것이다. 법조인 21명, 의사가 13명이나 되고, 기자도 12명으로 많은 편이었다. 유목사회라 특이하게 수의사가 6명이나 있었고, 4명의 비행사와 3명의 전화교환원도 눈에 띄었다. 조사자는 말미에서 몽골의 문인들이 사회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몽골 문인들이 태어난 해가 ‘8'과 ‘3'의 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340명의 조사자 중 59.7%에 해당하는 203명의 작가가 이런 해에 태어났다. 역학을 중시하는 사회라지만 이런 항목을 조사 내용에 포함한 것이 흥미로웠고, 그 결과도 기상천외했다. 몽골 문인 200명 이상이 쥐띠, 토끼띠, 뱀띠, 닭띠였다고 하며 이런 해들은 역학적으로 우주의 에너지가 아주 강하고 길한 해였다고 조사자는 설명했다. 기사는 마지막으로 또 재미있는 조사내용을 알려주었다. 문인들 중에 동명이인이 꽤 많았는데 나짝도르찌, 푸렙도르찌, 냐마 같은 이름은 무려 7명씩이나 되었다. 4명이 같은 이름을 쓰는 경우도 2건, 2명 이상인 경우는 하도 많아서 다 언급할 수도 없다는 거였다.

매년 새해에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시인대회가 열린다. 전국에서 시인들이 상경하여 이틀 동안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부대행사로 시낭송대회가 열리는데 세종문화회관 같은 대형공연장에서 개최된다. 미리 예선을 거쳐 뽑힌 서른 명 남짓한 시인이 무대에 올라 낭송 경합을 벌인다. 주최측은 일반인들에게 관람권을 판매한다. 우리 돈으로 8천 원쯤 되는데 현지 물가로 꽤 비싼 편이나 암표가 성행할 정도다. 이 행사는 텔레비전으로도 방영된다.

낭송대회 사회는 남자 원로문인과 여자 연예인이 맡는다. 족히 일흔은 되어 보이는 원로문인은 말재간이 남달라 입만 뻥긋해도 관객들이 자지러진다. 심사위원들은 문인부터 일반시민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객석에 앉는다. 본선 참가자 모두가 무대에 올라 자리를 잡고 한 명씩 무대 가운데로 나와 시를 낭송한다. 배경음악이나 반주도 없는 맨 목소리 낭송이다. 관객들은 더러 깔깔거리고 더러는 감동에 젖은 표정을 짓는다. 그 자리에서 시인 10명을 가려낸다. 머리 허옇고 명망 있는 원로시인도 탈락자 명단에 있고 이를 불쾌히 여기지 않는다. 남은 10명이 다시 똑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서고, 그 중에 5명이 최종적으로 남는다. 이들은 모두 수상권에 든 시인들이다. 마지막으로 등위를 결정하기 위해 이들이 다시 무대에 선다. 1등은 젊은 시인이 차지했고 그에게 부상으로 3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울란바토르의 시인들은 북부도시 볼강 시까지 기차와 자가용으로 하루하고 반나절이 걸리는 긴 시낭송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술의 여행이기도 하다. 시인들은 밤새 열차 침대칸에서 보드카에 대취한다. 시민들이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 두어 시간 전부터 시민회관으로 모여든다. 장 따라 나선 아이들처럼 조무래기들까지 와서는 무대 아래서 뛰어논다. 관람객의 열기는 울란바토르보다 더 뜨거웠다.

▲ 북부도시 볼강 시에서 시낭송대회를 마친 몽골시인들과 함께 ©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