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진   © 운영자

1983년경 촬영한 혜산 박두진 선생의 사진이다. 당시 무슨 일인가로 선생의 댁을 찾아갔더니 고향인 안성으로 분재감 채취를 나갈 참이라며 동행을 제의하셨다. 안성에 거주하고 있던 김유신 시인의 집에서 하루를 묵은 뒤 산으로 향하던 중 잠시 쉬고 계신 모습을 찍었다. 고향 들녘이라 그런지 누워 있는 자세가 유난히 편하고 아늑해 보인다. 선생은 수석과 분재가 취미였다. 그 무렵 선생으로부터 단풍나무 분재를 한 그루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는데 물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그만 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 이문구     ©운영자

1978년에 경기도 화성 발안에서 촬영한 명천 이문구의 사진이다. 당시 명천은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날은 명천 큰아들의 돌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문인 열댓 명을 발안 집으로 초청해 잔치를 벌인 뒤 읍내로 나와 그들을 배웅하고 나서 한숨 돌리고 있는 장면을 찍었다. 그때 하객 중에는 불청객도 있었다. 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명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정보과 형사가 그였다. 당시 참석했던 손님들이 모두 ‘자실’의 주축 멤버였으므로 그로서는 이날 돌잔치가 놓칠 수 없는 이벤트이기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