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 21세기 문학의 창 -

웹진 대산문화

시와 운율의 나라, 몽골의 문학상들

일반적으로 몽골하면 드넓은 초원과 푸른 하늘, 흰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갈기를 나부끼며 초원을 달리는 말을 연상한다. 유목생활이 자연의 리듬과 더불어 가는 삶이어서 그런지 몽골인들은 노래를 즐겨 부르고, 웬만한 식자들은 대개 시를 쓴다. 몽골에 9년 가까이 살면서 몽골은 시의 나라요, 운율이 살아있는 나라라고 느껴왔다.
몽골의 문학인들은 우리나라 문학 풍토와는 달리 장르를 고정해 작품 활동을 하기보다 여러 갈래를 아우르는 창작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로 출발해 소설, 수필, 희곡, 시나리오 등의 자기 장르를 가지며, 두세 개의 장르를 아울러 창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몽골의 문학상에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의 상이 있다. 첫 번째는 국가에서 시상하는 상, 두 번째는 작가협회에서 시상하는 상, 세 번째는 각 지방에서 시상하는 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국가에서 시상하는 상에는 ‘국가훈장’, ‘국민명예훈장’, ‘나착도르치 문학상’ 등이 있다.
‘국가훈장’은 여러 부분에 걸쳐 국가에 공훈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1년에 한 번 국가독립선포일인 11월 26일에 시상한다. 문학상의 경우 작가협회에서 추천 작가의 명단을 올리면 대통령이 직접 검토해 시상자를 결정한다. 1944년부터 시행되어 왔으며, 개인과 가문에 영광을 주는 가장 크고 명예로운 상이다. 상금은 몽골화폐로 3백만 투그릭이며, 사회복지와 주거생활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국가에서 지급하게 된다.
‘국민명예훈장’은 추천 기관이나 심사위원회가 별도로 없고, 각 분야에서 공로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대통령이 직접 선정해 시상한다. 이 상은 주로 나이가 지긋한 공로자들에게 돌아가는데, 문학부문에서는 현재까지 6명이 상을 받았다. 1991년 학자이자 작가, 문학연구가인 체. 담딩수렝, 1994년 사회주의시절 가장 우수한 작품을 썼던 소설가 센깅에르덴, 1996년 시인인 데. 푸릅도르치, 2004년 시인인 베. 라웍수렝, 2005년 시인인 페. 바다르치, 테. 갈상 등이다. 이들 가운데 우수한 작가도 있지만, 작품으로 상을 받는다기보다 사계에서 특별히 공로가 인정되는 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상금은 없고 병원 등의 사회복지 이용료와 주거생활에 소요되는 관리비 등을 국가에서 전액 지불한다.
위의 두 상이 여러 분야에 걸쳐 시상되는 상이라 한다면, ‘나착도르치 문학상’은 문학부문에만 한정하여 주는 상이다. 1970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시상을 해오고 있다. 몽골작가협회에서 몇 명의 우수 문학인을 추천하면 문화과학부 장관이 이를 심사하여 수상자를 선정한 뒤, 정부의 장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친다. 대통령이 서명한 상장과 10만 투그릭의 상금을 시상한다. 현재 약 40명 정도가 이 상을 받았으며, 문학인들이 가장 영예롭게 생각하는 상이다. 이전에는 주로 나이가 든 작가들이 수상했으나 최근에는 뛰어난 작품을 쓴 젊은 작가들도 종종 상을 받았다.
작가협회에서 주는 상에는 ‘몽골작가협회상’과 ‘알탕오드(황금훈장)’, ‘게. 세르오드 문학상’, ‘몽골자유작가협회상’ 등이 있다. 몽골에는 두 개의 작가협회가 있다. 하나는 1929년에 조직된 몽골작가협회인데, 현재 이곳에는 5백여 명의 회원들이 소속되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1991년 이 협회에서 갈라져 나간 몽골자유작가협회로 이 협회는 학자 작가들을 주축으로 한 50여 명의 회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위의 네 개의 문학상 가운데 ‘몽골문학가협회상’과 ‘알탕오드’, ‘게. 세르오드 문학상’은 몽골작가협회에서 주는 상이고, 나머지 하나는 몽골자유작가협회에서 주는 상이다.
‘몽골작가협회상’은 1년에 한 번 시상하다가, 5년 전부터 1년에 두 번 협회창립일인 1월 9일, 독립기념일인 7월 11일에 시상하게 되었다. 11인으로 구성된 몽골작가협회 이사회가 위원회가 되어, 무기명으로 작가를 추천한 후 이를 토대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시상한다. 사회주의시절에는 가장 큰 상이었으나, 현재는 명예로운 상이라는 의미가 크다. 상금은 1만 투그릭(한화로 약 8천 원 정도)으로 이 상이 설립될 당시 1만 투그릭의 상금을 주었던 전통을 따른 것으로, 그때는 화폐 가치가 매우 컸으나 현재는 상금 자체에는 의미가 없고 명예로움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몽골작가협회 5백명 회원 중 1백명 정도가 이 상을 받았다.
‘알탕오드’는 현재 ‘나착도르치 문학상’과 함께 몽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해마다 그 해 가장 우수한 작품의 작가에게 시상하며 시, 장편소설, 단편소설, 희곡, 가사, 비평연구 부문에 시상한다. 이 문학상 시상을 위해 해마다 7~9명 정도의 몽골문학가협회 알탕오드 심사위원회가 조직되는데, 작가를 추천한 회원은 심사위원 선정에서 배제된다. 심사는 2단계로 이루어지며 먼저 그 해에 나온 1백여 편의 작품 중 5작품을 선정한 뒤 이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1작품을 선정한다. 2006년에는 바이런의 돈주앙을 번역한 체웽과 세익스피어의 5편의 희곡을 번역한 헤. 메르겡에게 우수번역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의 상금은 그 해 문학기금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게. 세르오드 문학상’은 23살에 요절한 작가를 기리며 젊은 신인작가들의 창작의욕을 진작시키기 위해 몽골작가협회에서 1년에 한 번 협회창립일인 1월 9일에 시상한다. 상금은 1만 투그릭으로 몽골작가협회상과 마찬가지로 상금 액수 자체에 의미는 없고, 영예로움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몽골자유작가협회상’은 50명 회원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시상하는데 상의 권위가 크지는 않다. 또 우수작품이나 우수작가에게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오랜 작가생활을 한 공로 작가에게 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밖에 몽골에는 각 지방에서 나온 우수 작가를 기념하여 해당 지방의 작가들에게 주는 문학상이 있는데, 여기에는 ‘베. 이릉쳉 문학상’, ‘체. 로도이담바 문학상’, ‘이스. 보잉네메흐 문학상’, ‘엠. 체덴도르찌 문학상’ 등이 있다. 이 상들은 각 지방 형편에 따라 기금이 마련이 되면, 1~3년에 한 번 해당 지역 우수 작가를 선정해 기념사업회에서 시상한다. 상금 역시 기금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몽골에서는 나름대로 활발한 문학창작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문학창작을 활성화하고 작가들의 사기를 고무하는 여러 상들이 있다. 앞으로 몽골의 우수한 수상작품들이 한국에 소개되고 한국의 작품들이 몽골에 소개되어, 몽골과 한국문학 교류의 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