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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절편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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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식으로 저지르고, 벌여 놓고 보자는 것이 근래 문학과 문화계 행사인 듯하다. 지원금이나 후원, 협찬을 얻기 쉬워서인지 국제화 또는 세계화라는 명분을 걸고 ‘국제―’라는 타이틀을 붙인 기획과 행사가 넘치고 있다. 이벤트사회의 특성과 기획자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의복주의가 맞물려 행사 규모 키우기에만 급급하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행사는 타이틀주의 자체이고, 국내외 초대 인물 또한 나서기 좋아하는 그 인물이 그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TV 오락프로그램의 겹치기 출연을 연상하게 한다. 그뿐인가? 행사장 자리를 메우는 인근 대학의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보면, 다소 거친 표현일는지 모르겠지만 60~70년대 최고 권력자의 나들이에 동원되어 광화문 인도에 도열한 중겙玆紵剋壎湧?모습이 오버랩 된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이판 아니면 저판 아니냐는 행티 같아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결과물은 어떠한가. 내놓은 것들이라고는 참신성은 차치하고 구체성, 현실성이 결여된 본전 생각나는 아마추어적인 것들이 태반이다.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겹치기 출연자들의 애드리브로 적당히 때워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거기에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패의 책임과 전력을 가진 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과거부터 바람을 잔뜩 잡고 판만 크게 벌여놓고는 나 몰라라 했던 이들이 아무런 반성과 책임 없이 다시 판을 벌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이를 두고 한 문인은 소위 부동산 업자들이 벌이는 떴다방이 연상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문(학)화 판의 타락은 이제 집단화를 꿈꾸는 듯하다. 적어도 문화계에서 지난 10년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새로움과 기회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의 시간은 둔탁하고 경직된 사고와 움직임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갈과 갑갑증에 시달렸다. 도서관과 학교 벽면에 걸린 액자 속에 들어있는 금언과 명언구들의 죽어버린 의미들에 둘러싸여 눈과 귀를 막아놓고 살았다. 일례로 초등학교나 중겙玆紵閨?교가의 대부분은 몇몇 사람에 의해 작사, 작곡되었다. 같은 리듬에 지역의 산이나 강 이름이나 지형적 특성 몇 가지만 다를 뿐인. 지난 10년은 그런 획일화되고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벗고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과는 어떠한가. 아직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에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그 10년을 너무 어설프게 흘려보냈고 또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비단 문화예술분야 뿐이던가. 세상 모두가 그렇게 변해가고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지방에서는 특성 없고 명목 없는 축제들이 끊임없이 기획되고 열리고 있다. 물론 자리를 잡은 행사도 있지만 왜하는지를 떠나 최소한의 노력이나 공마저 들이지 않은 티가 확연한 넘치는 행사들이 부잡스럽다. 선거 때 마다 지어놓은 마을 회관이니 노인정이니 관리능력이 없어 방치해둔 것들뿐이다. 게다가 그 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람에게 ‘더불어 같이 살기 위해’ 그렇게 지어놓은 건축물의 보일러를 설치를 요구하거나 마을 운영비 명목의 기부금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냥 과도기이겠거니 해야 하나, 어딜 가도 어수선하고 모든 것이 부유하는 듯한 오늘, 눈 둘 곳이나 마음 둘 곳이 없다. 온 땅의 사소한 것까지도 축제나 행사로, 혹은 이해관계로 확대하고 몰고 가려는 왕성한 절편증이 두렵다. 낡고 허름한 집이었을지라도 정갈했기에 마음이 오롯했던 것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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