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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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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 폴란드 여자가 소인 작품 「자전거(自轉車)」를 폴란드어로 번역해 가지고 찾아왔었지요. 하는 말이 「자전거(自轉車)」를 어느 선집에 끼워준다고 해서 허락없이 먼저 번역부터 했으니 승낙해줘야겠다는 것이고, 거기다가 기왕에 승낙할 바에는 하나 더 소인 작품 대여섯개를 한데 묶어 폴란드어역판 희곡집을 내고 싶은데, 그렇게 하자면 대산문화재단 관계자하고 의논드려야겠는데, 그거 필시 작가 승낙 받아오라 할 터인즉 승낙서를 한장 더 보태서 해줘야겠다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폴란드는 2차대전 때 나치로 해서 제일 먼저 풍지박산이 됐고 대전 후에는 이데올로기에 된통 걸려 사람으로 치면 중환자실에서 살아나올 가망이 영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같은 나라지요.
그래서 그런지 동구(東歐) 쪽에 그만그만한 나라, 헝가리 체코 폴란드 이 세 나라에 무대예술은 아주 잘 발달돼 있습니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연극적 여러 문법이, 우리하고 처지가 엇비슷해서 그런지 우리가 가져다 쓰기에 무리가 없고 편하고 좋아서 자주 신세지곤 했는데, 이제 저들이 우리 몸짓 소리 색깔을 탐하고 가져가려고 온 것입니다.
유럽 사람들한테 한국은 아직 일본 속국, 매일 최루탄 날라다니고 머리에 띠 두른 사람들 고함치는 나라 정도로 취급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런 나라 작품을 자국어(自國語)로 된 책으로 갖고 싶어 찾아온 것입니다. 대체 누가 이 벽안(碧眼)의 여자한테 이런 일을 시켰지요.
- 정말 큰 일이 당신한테 생길 거야.
10년 전 대산의 상을 받게 되었을 때 한 심사위원이 제게 들려준 말씀이었습니다. 그 폴란드 여자 큰일 생길 줄 알고 대산을 찾아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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