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대산문화재단 창립 10주년에 부쳐 |
| |
대산문화재단 창립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대산재단이 출범하던 때 이미 우리 사회에서 문학은 그다지 당당한 위치에 있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10년, 진지한 문학적 노력은 한편으로 가볍고 유행적인 글쓰기에 쫓기며 다른 한편으로 새롭고 인기있는 매체들에 눌려서 더욱 위축된 듯합니다.
저 자신도 최근 한동안 재단법인 시민방송의 책임을 맡아 위성방송의 시민 참여(이른바 퍼블릭 액세스) 채널인 RTV의 출범을 도왔습니다. 그 바람에 문학평론은 개점휴업하다시피 했고, 대신에 일반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물을 접할 기회가 제법 많았던 편입니다. 이름없는 비전문가의 작품인데도 놀랄만한 신선미와 세련도를 갖춘 것들을 만나는 경험도 종종 합니다. 그럴 때면 우리 작가들이 써내는 문학작품에서 이만한 것을 만나기가 쉬울까 자문해보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도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언어와 문자만으로 전달하자면 훨씬 어렵지 않겠는가, 라고. 어느 예술이건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즉물적인 음향이나 형상에 기대지 않고 말로써 사람들의 감각과 감정에 호소하는 작업은 남다른 훈련을 요한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알맞은 재능이 그 어려운 훈련을 견뎌냈을 때 이룩되는 성과는 사람을 더 깊이, 더 오래 움직이는 힘이 있을 것입니다. 대산문화재단이 문화의 여러 영역 가운데 유독 문학에 집중해서 지원사업을 벌이는 일이 그만큼 더 뜻있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문학분야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공연예술과 달리, 비교적 적은 돈으로 큰 효과는 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대신에 다른 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돈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차라리 안쓰느니만 못한 분야지요.
대산문화재단이 문학을 키우겠다는 초지를 굳건히 지키면서, 그 돈독한 뜻이 제대로 펼쳐지게끔 스스로 연마하고 점검하며 실행력을 키우는 일에도 노력을 아끼지 마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