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대산문화
 
2. 나의 늙은 엄마
 
 

늙은 엄마가 고구마 줄기를 다듬고 있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키 때문에 식탁 아래, 바닥에 쪼그려 앉은 늙은 엄마의 몸피는 한줌이다. 늙음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거부는 당치도 않거니와 수용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라 놀라워 감히 고개 돌릴 수도 없게 되었을 때, 마음보다 먼저 몸이 자기 갈 길을 아는 듯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창때는 60킬로도 가뿐히 넘겼던 몸이 지금은 간신히 30킬로에서 턱걸이를 하고, 예전엔 내 턱까지는 미쳤던 키가 지금은 가슴 아래에서, 그나마 구부정하게 멈춰 있다. 나는 그 늙은 엄마를 난짝 안아올릴 수 있을 것 같고, 갓난아기처럼 어루만져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늙은 엄마를 보러 가는 날, 나는 엄마를 아기처럼 대한다. 밥은 잘 먹었어? 어이구 기특하네. 오늘은 뭐하고 놀았는데? 아이구, 재밌었겠네. 늙은 엄마의 홀쭉한 뺨에 웃음이 실리고, 앞니가 몇 개 남지 않은 입이 벌어진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늙은 엄마가 갈수록 이뻐진다는 사실이다.

시골 사돈집에서 가져온 고구마 줄기는 곧바로 다듬을 손이 없어 하루 넘게 냉장고에 있었다. 늙은 엄마를 모시고 사는 아들과 며느리는 맞벌이 부부이다. 아들이 직장에 나가고 며느리가 가게에 나간 후, 늙은 엄마는 텅 빈 집을 지킨다. 키가 장승처럼 커서 어디다 내놓아도 자랑스럽기만 한 손자 둘이 있지만, 하나는 군대에, 하나는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 집에 없다. 아이들이 키 큰 것은 제 아비 내림이라, 온 식구가 집에 있을 때는 집의 어느 곳에나 대들보가 서있는 듯 했다. 늙은 엄마는 화장실에 가다가도 어느 기둥에 툭 부딪쳤고, 냉장고에 물을 꺼내 마시러 가다가도 툭 부딪쳤다. 여기 웬 기둥이 있나 올려다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키웠던 당신의 맏아들, 그리고 또한 그렇게 키웠던 당신의 두 손자가 키 작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그렇게 많이 늙지는 않았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 이렇게 완전히 늙어버린 후에는, 그들이 먼저 늙은 엄마를 피해 다녔다. 늙은 엄마는 깨지기 직전의 유리병 같아서, 몸은 굵고 미세한 균열과 틈새로만 존재했다. 부딪칠 기둥도 없는데 늙은 엄마는 바닥에 혼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병원에 실려 가고, 서러움은 다락같이 높으나 그 서러움을 다 표현할 기운이 없어, 낮은 소리로 아이처럼 ‘에에, 에에’ 홀로 울었다.

그렇더라도 고구마 줄기를 다듬는 손, 뼈만 남아 가죽을 입혀놓은 듯한 그 손은 놀라울 정도로 매끈한 솜씨로 줄기의 속살을 능숙하게 벗겨낸다. 넓은 아파트, 홀로 있는 한 낮,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늙은 고양이처럼 식탁 아래에 쭈그려 앉아 방심한 듯 줄기를 벗겨내는 손… 늙은 엄마의 평생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하여 추억과 그리움이 남아있는 것은, 이제 와서는 그 손의 습관뿐인 듯하다.


늙은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39년 전, 지금으로부터는 83년 전인 1924년에 태어났다. 열 번도 넘는 임신과 열 번에 가까운 출산을 하였으나, 제 다리로 걸을 때까지 살아 성장한 것은 아들 셋과 딸 둘뿐이었다. 열여덟 살에 결혼해 살아서 돌을 넘긴 첫 번째 아들을 볼 때까지 10년 동안 내 늙은 엄마는 유산과 사산을 거듭했다. 퉁퉁 불었으나 먹일 수 없게 된 젖은 마침 어미를 잃은 큰집 조카의 것이 되기도 했는데, 그 큰집 조카는 내 늙은 엄마를 ‘작은엄마’라 부르지 않고 ‘엄마’라 부르는 또 하나의 아들이 되었다. 한국 전쟁이 났을 때, 내 늙은 엄마는 시집 조카이자 아들인 그를 등에 업고, 대포소리를 피해가며, 당장 한 끼 먹을 것을 찾아가며, 모진 피난길을 다녔다. 그 아들이 다 장성하여 자기 친아버지 집으로 완전히 몸을 옮겨갔을 때, 내 늙은 엄마는 밥을 짖다말고 울며 6.25때를 떠올렸다. 어떻게 업어 키운 자식인데 휭하니 가버려 다시는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봤자 같은 서울 하늘 아래, 버스로 몇 정거장 거리에 있는 큰아버지 집이었으나, 그래도 한번 가 오지 않는 것은 오지 않는 것이었다. 당신의 몸으로 낳지 않았으나 당신의 젖으로 길러낸 첫 번째 아들인 그는 나중에 쌍둥이 아빠가 되었다. 쌍둥이 유전자는 내 늙은 엄마에게는 티끌만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늙은 엄마가 남편을 잃고 홀로된 것은 당신의 나이 마흔네 살 때의 일이다. 그때 늙은 엄마에게는 데려다 기른 자식을 합쳐 아들 넷이 있었고, 딸이 둘 있었다. 당신 몸으로 낳은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 제일 어린 막내가 겨우 다섯 살이었다. 때는, 1960년대 말. 늙은 엄마는 여섯이나 되는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논과 밭과 텃밭이 있는 집을 떠나 돈이 있는 도시로 가야만 했다. 그래봤자 행정구역상 같은 서울이고, 버스로 몇 정거장 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것은 지금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이다. 개발이란 것이 마치 땜통 많은 머리통을 베코치는 것처럼 터무니없게, 그러나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던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는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엔 버스도 없었고, 같은 서울이라도 거긴 사대문 밖이었고, 말하자면 성 밖이었고, 똥창에서 거름이 익어가던 농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사 간 곳은 거의 사대문 근처, 경복궁을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서대문 영천동이었다.

영천동에는 유명한 시장이 있었다. 그러나 늙은 엄마가 시장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시장사람도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되고 싶어도 그리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늙은 엄마는 자기의 재주껏, 하숙을 시작했다. 밥을 지어 먹이고 빨래를 해 입히고 쓸고 닦는 일이야 평생토록 해온 일이었다. 농사를 지으며 자식을 먹일 때는 대충대충이었으나, 돈벌이를 위해서는 밥상이라도 한 번 더 닦아야했다. 그러나 밥상이야 열 번을 더 닦는다한들 무엇이 어렵겠는가. 시장 한복판 하숙집에는 먹을 것이 늘 풍성해서 장기 하숙생들이 늘었다. 지역차별 때문에 번번이 고시에 떨어진다고 하소연하는, 이미 나이 사십이 가까운 서울대 법대 졸업생. 전자회사에 다니는, 잘 나가는 경상도 청년, 여드름투성이 책 외판원 노총각, 신문 연재소설에 그림을 그리는 삽화가 아저씨,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이혼녀 술집마담…. 늙은 엄마는 아홉 개의 방 아홉 개의 아궁이에 연탄을 갈고, 아홉 개의 방에 아홉 개의 밥상을 차려 들여갔다 다시 내오고, 문턱이 높은 부엌을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 들락날락하며, 겨울이면 수백 장의 연탄을 들이고 수백포기의 김장을 담그고, 뻔질나게 그들먹해지는 변소를 부리나케 퍼가며, 쓸고 닦고, 빨고 말리고 다리고, 다듬고 썰고 다지며, 50살을 넘기고 60살을 넘겼다. 아들들은 차례차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거나 취직을 하거나 대학에 갔다. 군대에 간 아들들은 펜으로 꼭꼭 눌러쓴 글씨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께’라는 편지를 보내왔고, 문맹인 늙은 엄마는 행복하고 안타깝고 서러운 표정으로, 딸이 읽어주는 그 편지를 두 번 세 번씩 들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밤이면 홀로 일어나 앉아, 해독되지 않는 글씨를 손가락으로 더듬어가며 기억으로 또 한번 읽었다.

도시 바람이 든 늙은 엄마는 도시 여자들의 유행을 좇아 교육열로 엉덩이가 뜨거워졌다. 막내아들과 막내딸은 그 수혜자로, 그들의 언니 오빠와는 다르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가거나 개인회사에 취직을 하는 대신 대학에 갔다. 유행의 수혜자인 그들은 또한 그들의 유행대로 데모를 했고 강집을 당했으며 유치장에 수감되거나 즉결심판을 받았다. 데모를 하는 아들에게는 빗자루를 휘두르고 옷을 쥐어뜯고 있는 대로 욕을 퍼부었던 어머니는, 데모를 하는 딸, 담배를 피우고 외박을 하고 술을 마시는 딸한테는 어쩐 일인지 욕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시대가 너무 달랐고, 세월이 너무 달랐고, 딸이 당신과는 너무 달랐다. 늙은 엄마는 이미 그때, 그 시절의 가난한 여인들 누구나 그러했던 것처럼, 일찌감치, 너무나 빨리 늙어 있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시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고, 60년대와 70년대의 가난을 거쳐, 그 후에는 그 정신없던 80년대를 지나, 그러고도 다시 삼십년을 더 살아, 당신이 태어난 세기와는 또 다른 세기에까지 이른 내 늙은 엄마는 한번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자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제외하고는 간단한 글씨와 숫자조차 읽지 못한다. 문맹이라는 것이 평생의 수치고 한이었으나, 늙어 축복처럼 백내장이 다가와, 이제는 검은 게 글씨인지 흰 게 종이인지도 모를 만큼 시력이 나빠졌으니 누구에게 문맹인 것을 들킬 염려도 없다.

글을 읽지도 못하고 글을 쓰지도 못하는 늙은 엄마는, 게다가 시력조차 나쁜 늙은 엄마는, 대신 ‘모든 것을 기억 한다’라고 말하고 싶으나 사정은 전혀 그러하지가 않다. 오히려 내 늙은 엄마는 아주 많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예컨대, 늙은 엄마가 아직 젊었을 때 노상 입에 붙이고 살다시피 했던 그 수많은, 적나라하고 직설적이며 그래서 때로는 재기발랄하기까지 했던 욕설들, 욕하는 엄마가 죽도록 싫었던 내 유년기의 기억에 생생히 들이박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그 욕설들을 내 늙은 엄마는 전부 잊어버렸다. 그 욕설과 섞여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던 서울 변방의 사투리와 속담 구어들도 내 늙은 엄마는 전부 잊어버렸다. 내 유년의 생생한 기억만 믿고 글에다 썼던 어떤 사투리, 출판사의 교정자가 이런 단어는 사전에도 없다 해서 내 늙은 엄마에게 물으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썼다니?’ 늙은 엄마는 씨도 안 먹히게 시침을 뗀다. 그리고는 어느 날 그런 말을 또 쓰고, 쓰고 나선 또 잊어버린다. 내가 뭘 어쨌다고? 뭐라고 했다고?

잊어버리는 것은 단어뿐이 아니라 줄거리도 마찬가지다. 엄마 전쟁 때 얘기 좀 해주세요. 그러면 내 늙은 엄마는 아주 시원하게 답한다. 그 오래된 걸, 다 잊어버렸지. 그러면 아버지 바람 핀 얘기 좀 해주세요. 이제는 너무 늙어 당시의 질투도 분노도 다 잊어버린 늙은 엄마는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해왔던 그 이야기들을, 앞뒤도 바꾸고, 상황도 바꾸고, 주인공도 바꿔 말을 한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쉽사리 가지를 못해, 더듬더듬 엇갈리는 스토리를 누군가가 옆에서 거들어 한 길로 가게 만들어줘야만 한다. 아니지, 그땐 그 작부가 있던 술집 유리창을 깼다며. 아버지 바람피우던 그 작부 술집. 그렇게 거들면, 어머니는 하하 웃고, 그랬나? 내가 그랬었어? 외려 묻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벌써 10년 전쯤의 얘기다. 어머니는 이제, 그 정도도 기억하지 않고, 기억이 되살려져도 웃지 않는다. 재미가 없는 것이다. 생의 모든 기억들이. 생을 기억하는 지금의 당신이. 그리하여 내 늙은 엄마는, 마침내 묻는 게 많은 막내딸을 성가시다는 듯 쳐다본다. 넌 뭐가 그렇게 궁금하니. 너도 이제 늙어가고 있는데.


내 문학에 있어서의 근대, 그것이 혹시 생생한 풍경일 수 있다면 그 풍경 속에는 항상 내 늙은 엄마가 있다. 나를 서른아홉에 낳는 바람에, 기억하는 한 내 어머니는 항상 늙은 엄마였다. 그 늙은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이미 늙은 엄마였을 것만 같다. 그 늙은 엄마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과 전쟁 후의 참혹한 가난과 폭력적인 개발기, 정치적 불안기 그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단 한번도 엄살을 부리지 않았을 것만 같다. 생의 매순간이 엄살투성이고, 조금만 다쳐도 비명이고, 조금만 아파도 깊고 깊은 상처를 주장했던 나와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이미 늙은 엄마였을 것 같은 나의 어머니는, 단 한번도 요란을 떨지 않고 생의 전부를 살았을 것만 같다.

내 상상은, 어쩌면 맞을 것이다. 훌륭한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은 요란을 떨지 않는 법이다. 고단했던 삶, 앞도 뒤도 옆도 살펴보지 못하고, 당장 다음 먹을 끼니만 따지며 살았던 삶…. 그 삶에 무슨 수식어가 필요하고, 무슨 낭만적인 추억이 필요하랴. 늙은 엄마의 삶은 날것으로, 그리하여 깊다. 깊은 것은 가벼운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남보다 덜 기억하고, 남보다 말솜씨가 덜 좋은 내 늙은 엄마 탓에 늙은 엄마의 삶은 흔히 거대한 단락으로만 뭉뚱그려진다. 내 늙은 엄마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의 집터 담장에 무슨 넝쿨이 올랐는지, 텃밭에는 무엇을 가꾸었는지, 그것을 가꾸기 위해 어느 절기 어느 때에는 무슨 일을 하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않는다. 전쟁 때의 기억은 유일하게 ‘쿵 쿵’ 하는 먼 대포소리로만 기억된다. 남편이 죽었을 때는, 그가 지르던 비명소리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소멸되지는 않았으나, 혼자만의 창고에 저장된 기억…. 문제는, 이제 내 늙은 엄마조차도 그 창고의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그 닫힌 문을 어루만진다.

문 저편, 거기에 내가 다리를 건너온 시대가 있다. 그것은 한 개인의 기억, 너무나 보잘것없었으나 누구도 보잘것없다고 비난할 수 없는 한 늙은 여인의 생이 담긴 기억이거니와, 그 여인의 온 생을 밟고 건너간 시대의 기억이기도 하다. 늙은 엄마는 나의 뿌리고, 내 시대의 뿌리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가. 무엇을 쓰고 있든, 그것이 내 뿌리의 흔들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뿌리는 땅 속에서부터 흔들려, 비와 햇살을 향해 뺨을 내밀고 있는 연한 잎들을 고통과 설렘으로 달군다. 이것이 결국, 나의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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