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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장소설사의 한 전범- 최인호의 『내 마음의 풍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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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물음에는 물음표를 붙이기 어려운 난감함이 있다. 최근의 『상도』를 비롯하여『깊고 푸른 밤』『별들의 고향』『고래사냥』등 80년대 이후 수많은 대중소설을 쏟아냈던 그, 「술꾼」「돌의 초상」『내 마음의 풍차』등 70년대 풍속과 문화를 날카롭게 재현해냈던 그, 수사학과 서사의 완성에 관한 한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로서의 그를 평가한다는 것은 쉽게 내키지 않으며, 한국문학의 역사적 맥락에서 그를 이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큰 난감함을 불러일으킨다.
말하자면 그는 불편한 작가인 것이다. 그 불편함을 무릅쓰고 그와 그의 텍스트를 팽개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그의 문학적 자질의 이면에 숨쉬고 있는 말하기 힘든 작가적 매혹 때문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있다. 사실 문학청년의 시기에 그가 문학적 수사와 기술을 통해 시위하던 현란하고 다채로운 레퍼토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문장기술이 유래없이 강조되던 70년대의 문학장에서조차도 말하자면 그는 일급의 문장가였던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70년대의 작가군들이 지금도 활동하지만, 그는 당시 최고의 문장가이자 서사 능력의 보유자였다. 그러나 그의 더 큰 미덕은 그 테크닉의 다른 편에 번뜩이는 도저한 현실 부정과 젊은 문화에 대한 기민한 탐색에서 찾아졌다. 그의 현실을 보는 눈은 훨씬 감각적이었으며, 그의 미학적 수사들은 그보다 더 현실적이거나 매혹적이었다. 그의 수많은 초기 단편들이 이를 예증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다. 가령, 단편 「술꾼」의 소년이 보여준 알코올 중독자의 흉내, 「모범동화」의 소년이 터득한 교활함은 급기야 『내마음의 풍차』(1972)에 이르러 어떤 악마성을 매우 리얼하게 연출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지금 그를 문제의식이 충만한 도시적 작가로 이해하는 독자와 젊은 문학청년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는 한편으로는 대중작가로 다른 한편에서는 잊혀진 작가였던 것이다. 초기에 보여준 문학적 자질과 능력을 그는 대중과의 소통으로부터 구하는데 더 할애했다. 그의 미학은 탐욕스런 대중의 입맛에 맞게 변조되었다. 그는 문학적 진정성을 잃는(?) 대신, 문학적 대중성의 환호를 얻었다. 그의 진로 선회에 안타까움을 표시한 비평가는 수없이 많았다. 한국문학은 있을 수 있는 한 작가의 가능성을 박탈당했고, 더 이상 문학장과 비평적 관심은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의 행로를 보면 그것은 그의 의도였다는 느낌이 더 짙다. 그는 그가 믿는 문학적 글쓰기를 했다. 그 결과 그의 많은 집적들은 소모적일지도 모른다는 혐의로부터 솔직히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한번 말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년대의 문학사를 얘기할 때, 그를 소외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 딜레마를 말하는 중심에 『내 마음의 풍차』가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장편은 최인호 70년대 문학의 주요한 미학적 관심과 문제의식의 수렴이자 한 정점이다. 말하자면 그의 주요한 단편의 삽화와 이후의 문제적 장편의 모티브가 이 소설을 통하여 수렴․확산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마음의 풍차』는 한국의 성장소설사에 중요한 전범을 제공하고 있는 소설이다. 성장소설의 미약한 전통 속에서, 또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70년대의 문화적 배경에서 도시 변두리 아이들, 혹은 도시적 감수성의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가장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의 통과의례를 체험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고무적인 문화적 모티브를 획득한다.
『내 마음의 풍차』는 한 아이의 성인으로의 입사 과정이 악(惡)의 그것으로의 통과의례라고 말하게 한다. 그러나 그 악은 생각해보면 우리의 뒤틀린 기억, 무엇인지 모르지만 몹쓸 병에 걸렸다 헤어난 사람처럼 이상한 허기에 궁색해지는 그 기억의 잔상으로 살아나는 회한의 그것이다. 페허 위의 생존으로도 읽혀질 한 세대의 의식 속에 자리한 성장기 체험이 결핍으로 요약될 때, 최인호 문학의 진정성은 훨씬 탄력성을 얻을 수 있다.
결핍은 이 소설의 주요한 인식소(episteme)를 이룬다. 결핍의 대가로 소설의 주인공 ‘김영후’가 얻는 것은 ‘악마성’이다. 그의 악마성은 우리 소설이 흔하게 모티브로 갖는 성적 신열과는 방향을 선회하여 강렬한 방향(芳香)을 발산하는 악마성이다. 그 악마성이 최인호 문학이 내포한 세대적 감수성의 주요한 바벨탑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내 마음의 풍차』는 그의 세대가 살아낸 사회에 대한 열렬한 생의 형식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급격한 사회체제의 변동과 들뜬 분위기, 정치적 페허와 황량한 정서적 환경을 동시에 살아야 했던 70년대의 내면풍경은 한 감수성의 분열을 통해 매력적인 읽을거리로 재현될 수 있었다. 우리는 그 미적 기록에 다시 신열의 고통을 체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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