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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여성성 고쳐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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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논문은 전경린, 하성란, 김인숙, 은희경 등 1990년대의 소위 신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네 명의 현대 한국 여성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여성성'의 표현 방식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 여성문학에 대해서는 한국학 분야에서 아직 이렇다 할 연구가 없고, 외국 학자가 영어로 쓴 연구서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나는 이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해 보고 싶었고, 외국에서 이 분야의 연구서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비평가인 조세핀 도노반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 그와 똑같은 문학적 재능을 지닌 여동생이 있었더라도 그녀는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건 꼭 여성이 남성보다 영리하지 못하다는 사회의 지배적인 편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편견은 책이 나오기 전부터 그녀의 창작 활동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말이다. 여성의 창작 활동을 막는 그런 전통은 유럽과 동아시아 사회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쳐 왔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극소수의 교육받은 여성도 그런 주변 환경 때문에 글을 쓰기 어려웠고, 최근까지도 여성 작가들은 '여류 작가'라는 다소 모욕적인 명칭으로 불리곤 했다.
한국의 여성 작가들은 조선 시대(1392∼1910)부터 글을 써 왔지만, 문학성과 대중성을 구유한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건 1970년대이다. 1990년대 들어 한국에서는 거의 연예인 같은 인기를 누리는 새로운 여성 작가들이 등장했다. 흔히 '신세대' 작가로 불리는 이들은 새로운 문체로 새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고, '좋은 문학'의 변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계 확장이 여성의 사생활을 다루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남성 비평가들은 이 신세대 작가들이 지나치게 솔직하고 야하다고 주장한다.
이 논문에서 나는 신세대 작가들이 이처럼 '좋은 문학'의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여성성'의 한계를 넘어서서 창작할 수 있는 자유를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 경계 확장은 본래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에서 창작할 수 있는 중립적인 공간을 얻어내는 중요한 서사 전략이다.
과거의 한국 여성들은 엄격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자아상을 정립할 수 있었지만, 한국 현대 여성의 정체성은 늘 유동적인 상태에 있다. 프랑스의 비평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은 성차(性差)는 문화에 의해 구축되는 것이므로 언제든 '부동(浮動)'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내 논문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경계 확장을 통해 '여성성'의 의미를 '고쳐 쓰는' 작가들의 작업을 분석하고, 더 큰 사회 맥락에서 일어나고 있는, 법과 여성성의 개념을 통해 본 여성의 지위 변화가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문학 속의 여성성 고쳐 쓰기'라는 이 제목은 이 논문이 1990년대의 한국 여성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라, 이 논문에 나오는 작가들이 보는 사회의 여성관에 토대를 둔 남녀의 정체성을 분석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문학은 작가의 현실 인식을 어느 정도 '반영'하지만, 나는 논문에서 다뤄진 작품들의 허구성을 부인하기보다 강조하고 싶다. 본 연구의 목적이 한국 여성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에서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성성의 모색에 있어, 이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여성성의 경계를 거부, 수정, 또는 재확립하는 데 동원된 저항 전략들을 살펴보는 데 있기 때문이다.
※ 조안나 엘프빙-황(Joanna Elfving-Hwang)은 재단의 '해외 한국문학 연구지원'을 받아 '한국문학에서의 여성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위 글은 그녀가 준비 중인 박사 논문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 셰필드대 동아시아학과 교지에 수록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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