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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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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밤늦도록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수학 문제와 영어 문제를 노려보던 기억을 안고 있다. 덕분에 모두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청소년기는 그 어떤 생생한 아픔도 느껴보지 못한 채 지나가버린 단순한 단어상의 시기로만 박제가 되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시기 우리는 어른들의 소원대로 천재가 되기 위해, 천재가 될 수 없다면 바보 소리라도 듣지 않기 위해 노력에 또 노력을 경주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시기를 지나 다른 세계에 도달하는 순간 그 동안의 노력이 허상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다. 머리 속에 억지로 우겨 넣었던 그 많던 지식과 숫자가 나의 삶과는 유리되어 있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사랑과 교육』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삶과 유리된 지식을 위한 부질없는 노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스페인의 철학자 우나무노의 작품이다.
『사랑과 교육』은 비교적 단순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증주의적 세계관에 빠진 아비토 카라스칼이 교육을 통한 '천재 만들기' 실험을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소설은 실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을, 예컨대 실험의 객체이자 주체인 아비토의 아들 아폴로도로가 차츰 성장하며 외부 세계와 겪는 충돌을 다루고 있다. 삶의 주체로서의 고통스러운 의식이 깨어나면서 아버지와 풀헨시오 선생님과 번번히 충돌을 일으킨 아폴로도로는 결국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사랑의 실패라는 또 다른 시련에서 좌초하고야 만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예컨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 모두가 겪는 '교육'의 갈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사랑'과 '교육'의 올바른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고 있다. 『사랑과 교육』은 우나무노 자신이 젊은 시절 치열하게 고민하였던 내면의 갈등, 즉 이성에 바탕을 둔 실증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영원한 갈등을 토대로, 20세기 초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한 실증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교육이론 - 교육이라는 틀을 통해 '천재'까지도 기계로 찍어내듯이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투입'이 있으면 반드시 '산출'이 있다는 오늘날의 교육관에 대한 우나무노의 반박 성명인 것이다.
물론 우나무노의 이같은 생각은 잘못 받아들인다면 교육 무용론으로도 빠질 수도 있지만 작가 스스로 후기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정작 여기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바로 '교육은 어디에서 비롯되어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우나무노는 『사랑과 교육』을 통해 교육이 시작하는 점, 바로 그 지점에 있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주지시키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은 절대로 기계적으로 수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1세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교육 풍토에서 야기되는 많은 문제를 시사하고 있다. 모든 아이를 천재로 만들려는 교육, 천재가 아니라면 영재라도 만들려는 교육이 자행되고 있는 한국적 교육 상황과 학부모들은 『사랑과 교육』에 나오는 아버지 아비토와 과연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나라. 국민 개개인의 평균 학력 또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 그렇지만 창의적인 능력도 없고,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나라. 과연 이같은 문제는 현행 한국의 교육 현실 혹은 제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다시 한번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나무노의 『사랑과 교육』은 반드시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책이다.
※ 『사랑과 교육』은 재단의 2000년도 외국문학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 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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