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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작 리뷰 - 텍스트, 근대, 그리고 헤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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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을 읽거나 그에게서 배운 사람들은 아주 자주, 자신도 모르게 그의 문체를 흉내내는 경험을 한다. 그만큼 그의 글이 휘황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 카리스마의 많은 부분은 단호한 어조, 정연한 논리에서 말미암는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에는 헤겔이 자리잡고 있다. 소설이란 장르는 근대 시민 계급이 창출한 최대의 예술 형식으로 시민 사회의 논리와 윤리 감각의 중요한 표현 방식이라는 것, 따라서 소설은 인류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 즉 소설은 이성의 힘으로 세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명제를 표상한다는 것……
헤겔의 이 논리는 역사를 일직선상의 선형적인 발전의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텍스트의 선형적인 형식 속에서 숨쉬는 이야기인 소설의 형식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것은 작가와 독자가 맥락(context)을 공유하지 못하는 텍스트의 의사소통 체계에서 작가의 압도적인 울림, 일방통행으로 작동해 왔다. 여기에 그가 소위 '발바닥으로 뛰어' 모은 산더미 같은 근대 문학의 자료들을 배경으로 이 논리는 태풍과 같은 힘을 발휘해 왔었다.
시간이 비롯되어 끊임없이 증식해 가는 과정이 근대이며 그 추동력의 근원은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나'와 '너'의 대결과 투쟁이란 것, 그 대결의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구분되며 그 뒤집고 뒤집히는 순차적인 과정에 소설이 놓인다는 것, 이 선명한 이분법과 자리매김의 결과 그의 평에는 '미달형', '초월형'이란 단어가 자주 보인다. 제 3자인 독자가 읽어도 가슴 철렁하는 말일진대 당사자인 작가들의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그의 글에는 '주'와 '객'의 대화체 형식이 많다. 묻고 대답하는 것. 그런데 그의 질문과 대답은 필경 자문자답이다. 혹은 가르침과 배움이다. 일방적이다. 소설이 다성소(polyphony)라 했던, 작가와 화자,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라 했던, 바흐친(M. Bakhtin)이 일찍이 제시했던 혼란과 중첩이 그곳에는 없다. 그의 대화에는 무지개를 향해 곧바로 날아가는, '미늘'에 꿰인 영웅의 선명한 행동만이 있을 뿐이다.
그는 한 작가가 위암 선고를 받고 쓴 10권의 방대한 작품을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시라고 감히 단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을 읽노라면 '소설 장르라든가, 근대라든가, 뭐 그런 따위란 안중에도 없'는 『혼불』의 문학사적 의미와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문구의 연작체 소설을 감히 소설 미달, 또는 초월이라 단언하면서도 '모란꽃 무늬와 물빛 무늬'로 핵심을 짚어내는 그 정확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발자크적인 리얼리즘의 승리일까? 자신의 선명한 세계관이 면밀하고 충실한 자료의 검증을 이긴 것일까?
『당신들의 천국』의 텍스트의 층위를 짚어내는 방식은 참으로 다성적이다. 소록도의 실상을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 이규태의 『소록도의 반란』과 작품의 모델이었던 의사 조창원의 『허허, 나이롱 의사 외길도 제길인걸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비교는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같은 사건도 글쓴이의 시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방식에서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이나 하이퍼텍스트상의 글의 생산과 조합을 연상하는 것이 잘못된 판단일까?
그의 『우리 소설과의 대화』의 서문은 인상적이다. 소설의 목소리의 여러 갈래의 겹침과 불협화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의미는 고정적이 아니라는 것, 수백년이 지나도 고색창연한 자태를 남기며 위용을 더하는 텍스트 문학에서 작가와 독자의 다성적인 동참의 순간성을 감지하는 그의 자세에서, 시대의 유한성을 이기는 대가스러움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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