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ㅣ유성호_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64년생
저서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침묵의 파문』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등
최근 우리는 단일민족 신화에서 차차 벗어나 전면적인 다문화 사회를 맞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 살아가는 이들과 구체적 삶 속에서 융화해가는 다문화 환경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데서 장기적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데까지 논의의 진전을 이루어왔다. 어쨌든 우리 사회는 전혀 새로운 변수로 ‘인종’을 경험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들이 새로운 ‘인종 집단(ethnic group)’으로 등장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사유해갈 수 있을까? 이처럼 처음에는 한시적 균열의 징후로 보였다가 이제는 항구적 통합 과제로 다가온 다문화 양상은, 21세기 초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동일 혈통과 언어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 상(像)은 매우 활발한 균열 과정에 접어들 것이다. 여기에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여성이라는 사회적 구성원이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 신분이나 고용허가제 같은 법규를 통해 입국하여 한국 사회의 3D 업종에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한국 사회 현실의 계층 구조를 고스란히 닮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이다. 결혼이민여성 및 그 2세들은, 단일민족 신화가 견고하게 편재해 있는 한국 사회의 감각과 무의식을 흔들면서 새로운 한국을 구성해가고 있다.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들에 대한 차별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큰 전제일 것이다. 너무도 분명하게,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자들을 통해 경제생활의 활력을 얻고 있고, 결혼이민여성들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때 우리는 한쪽 가치를 강요하는 일방적 동화주의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어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산문화》 봄호에서는, 다문화 사회를 맞이한 한국문학의 양상과 과제에 대해서 고명철, 이경재, 손홍규 선생이, 프랑스 청소년소설을 사례로 한 다문화 사회 성찰은 조재룡 선생이 글을 맡아주었다. 다문화 사회와 관련한 문학의 현황과 사례들을 통해 우리 문학의 첨예한 과제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분들의 구체성 있는 논의와 경험들이 다문화 사회에서의 한국문학에 나타나는 여러 긍정적, 부정적 징후에 대한 반성과 갱신의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