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입맛이 까다롭다고 하면 나는 변명하듯 말한다. “전라도 출신에 외아들이잖아.” 그러나 입맛이 까다롭다는 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외려 일용할 양식에 감사할 줄도 알며 무슨 음식이든 왕성하게 먹기에 사막에 던져도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말도 종종 듣는다. 다만 어떤 음식을 두고 ‘맛있다’는 평가에 인색할 뿐인데, ‘맛있다’는 기준이 퍽 자의적이며 유동적이다. 지금도 집들이나 돌잔치에서는 손님을 초대한 주인이 손수 차린 음식을 내놓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그처럼 주인이 직접 마련한 음식을 내놓는 잔치가 흔했다. 더구나 농촌 마을에서는 농번기에 이르면 품앗이가 일반적인 노동 형태였기에, 저마다 자신의 들판에 일하러 온 이웃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는 일도 농사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겼다. 어제는 고창댁, 오늘은 흥덕댁, 내일은 모촌댁……. 국수처럼 흔한 새참거리만으로는 어느 댁네 손맛이 일품인지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그날의 일을 마친 뒤 멍석이 깔리고 알전구가 불을 밝힌 마당에 들어서면 어제는 주인이었으나 오늘은 일꾼인 동네 사람들은 주인이 차려 놓은 상 앞에 앉으며 손을 비비고 입맛을 다시는 것이다. 음식장만 하느라 애썼다는 등 몇 마디 사례 뒤에 본격적으로 품평이 이어지곤 하는데, 오랜 세월 더불어 살면서 이웃집 장맛은 어떤지, 그 집 안주인의 손끝은 어떻게 야무진지를 잘 알게 된 터라 기대만큼 매몰찬 평을 쏟아내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러나 입맛이 각각이듯 안주인들의 손끝도 가지런하지는 않아 차려놓은 음식이 모든 이들의 입에 감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마찬가지로 아무리 요리에 젬병이라 해도 상찬을 받는 반찬 한 가지쯤은 내놓기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고창댁 홍어무침은 씹을수록 맛이 깊어지며 흥덕댁 잡채는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고 모촌댁 꼬막무침은 껍질까지 씹어 먹고 싶을 정도라는 식의 품평이 가능했던 것이다. 더불어 고창댁 찌개는 흥덕댁보다 좀 짜고 텁텁하며 흥덕댁 오이무침은 모촌댁보다 싱겁고 모촌댁이 무친 나물은 고창댁보다 질기다는 식의 흠을 잡아도 흥이 깨지는 경우란 없었다. 드물게는 누구에게도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 불평만 쏟아질 수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안주인이 허릿장을 지른 채 그이들을 노려보면서 ‘다 큰 어른들이 쩨쩨하게 반찬투정이나 할 거요’ 어쩌고 하면 ‘말이 진수성찬이네. 그 덕에 밥맛이 나오’ 어쩌고 하는 응수가 나오면서 잔치는 흥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나는 남의 집 음식이 도통 입에 맞지 않았다.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진 탓이었으련만, 어린 시절의 나는 어머니만이 유일하게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남의 집 음식 가운데에도 양념이 듬뿍 들어간 찌개, 조림, 무침은 그런 대로 먹을 만했고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어서였던 듯하다. 대신 유독 김치에 민감했다. 내 혀가 남달리 민감한 건 아니었으련만 매일 먹는 김치다 보니 남의 집 김치를 먹으면 맛의 차이를 단박에 알아채곤 했다. 그 느낌은 익숙한 장소에 놓아 둔 물건을 낯선 장소에서 발견했을 때처럼 당황스럽고 불쾌했다. 일상에 균열이 일어난 듯 불안하기도 했다. 해서 남의 집 김치를 먹는 일은 주의와 인내를 요구했다. 어머니가 담근 김치보다 젓갈이 많이 들었다거나 소금간이 진하다거나 찰기가 적다거나 하는 소소한 차이마저 알 수 있었기에 무심코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삼키려면 인내를 발휘해야 했다. 까짓 남의 집 김치 좀 먹으면서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내게 남의 집 김치는 ‘정상/비정상’, ‘나(우리)/너(너희)’, ‘자아/타자’ 식의 선명한 구분을 가능케 한 하나의 표상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전자가 좋은 것이며 후자가 나쁜 것이라는 암묵적인 가치판단도 포함되었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김치는 왠지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을 불러일으켰고 그건 곧 김치라는 한 단어로 수렴되지 않는 차이 즉 ‘우리 집 김치/남의 집 김치’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시절 내가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그 김치를 무척이나 달게 먹던 바로 그 집 아이들이었다. 내게는 ‘남의 집 김치’였으나 그 집 아이들에게는 ‘우리 집 김치’였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깨닫기까지는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니 내가 그 집 아이들에게 ‘맛있니?’라고 물었을 때 ‘맛있다’는 대답을 듣고 얼마나 곤혹스러워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집시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 ‘아름답다’는 의미로 ‘맛있겠다’라는 표현을 쓴다. ‘아름답다’와 ‘맛있다’는 깊은 관계가 있는 낱말이다. 오늘날 아름답다는 의미로 쓰이는 한자어 미(美)는 <설문해자>에 따르면 ‘양(羊)과 대(大)’로 이루어진 글자라고 한다. 다시 말해 양대즉미(羊大則美-양이 큰 것이 아름다움이다)라는 뜻이다. 양고기를 즐겨먹는 사람들은 그 고기가 맛있었을 테고 고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을 것이다. 터키어에도 이런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맛있다’는 의미로 ‘게제틀리’를 쓰지만, ‘아름답다’는 의미의 ‘귀젤’ 또한 ‘맛있다’를 뜻하기도 한다. 일일이 언어에 남은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아름답다’와 ‘맛있다’는 여러 언어권에서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배고픔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인류란 없을 테니 말이다. 어린 시절 한겨울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면 누군가 심장을 간질이는 것처럼 기분이 들뜨곤 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표현할 적당한 낱말을 아무리 골라보아도 내 입에서는 그럴듯한 말이 쏟아지지 않았다. 할머니가 ‘눈 한 번 맛나게도 오는구나’라고 했을 때 나는 비로소 귀가 트고 입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눈 내리는 풍경을 묘사할 수 있는 낱말은 무척이나 많지만 ‘맛있게 내리는 눈’이야 말로 고요하면서도 격렬하게 내리는 함박눈을 선연하게 보여주는 낱말인 듯했다. ‘맛있다’라는 익숙하고 구체적인 감각을 ‘아름답다’라는 형용하기 어렵고 추상적인 감각으로 바꾸었던 건 할머니라는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총체였다고 지금은 추측한다. 나는 그때 미처 함박눈이 쌀을 튀긴 형상이라는 것도, 누군가는 살아오면서 정말로 배가 고플 때 허기가 가시도록 눈을 한 움큼 뭉쳐 먹기도 했으리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더 나아가자면 어쩌면 눈 내리는 풍경이 당신에게는 밥 짓는 연기가 자욱한 풍경으로 보였을지도 혹은 밥 끓는 솥에서 피어오르는 따스한 김의 아지랑이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눈이 맛있게 내리던 내 고향은 어린 시절에도 규모가 있는 동네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욱 쇠락하여 겨우 열 가구 남짓이 어깨를 맞댄 채 삶을 이어간다. 그 작은 마을에도 외국인과 결혼하여 살림을 차린 사내가 셋이나 있다. 베트남에서 온 아낙이 둘이고 캄보디아에서 온 새색시가 하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사내는 둘 뿐이다.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에서 ‘따식이’라는 인물로 묘사한 적 있는 K형은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 소식을 고향집을 찾았을 때 듣게 되었는데 이미 출상이 끝난 지 오랜 뒤였다. 그 일로 한동안 죄책감에 사로잡혔는데, 실제의 어떤 인물을 소설의 인물로 옮겨놓은 탓에 수명을 재촉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 탓이었다. 자연스레 내 눈과 귀는 불행을 겪은 형의 식구들을 향했다. 형이 사고를 당하기 전에도 베트남 며느리 P씨와 한국인 시어머니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들을 앞서 보낸 어머니는 P씨를 앉혀 놓고 네 삶을 찾아 돌아가라는 언뜻 듣기에는 관대한 제안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불행한 시어머니가 진심으로 관대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이제 겨우 걸어 다니는 손자를 혹시라도 빼앗길까 싶어 선수를 친 것뿐이었다. P씨는 한사코 거부했고 아들을 제 손으로 키우겠다며 남편이 없는 그 집을 지켰다. P씨에게 그건 선택이라기보다 포기에 가까웠을 테다. 한국의 궁벽한 농촌 마을로 시집을 온 외국인에게 설령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새로운 삶을 실현할 가능성이란 극히 적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이제는 아들이 살아 있던 시절보다 살가운 고부지간이 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그 자리에서 새로 탄생한 편견을 목격한다. 말하자면 ‘베트남 여자가 한국 여자보다 낫다더라.’는 식의 전도된 가치관이다.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외국인-결혼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을 획득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외국인으로 취급되는 동시에,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여겼던 전통적 가치를 담지한 존재로 밝혀지는 순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외국인’이 되어버리는 광경을 말이다.
그건 여전히 우리 내부의 외국인을 이방인으로, 침입자로, 비유하자면 괴물로 취급함에 다름 아니다. 한국 여자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베트남 여자라면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식의 가치 부여는 여전히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강조하는 행위이며 그들을 영원한 이방인으로 묶어두려는 치사한 속임수일 뿐이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적어도 한국소설의 경우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었다. 김소진의 소설이었다. 그 즈음의 어느 해 추석에 고향 도시의 한 음식점에서 중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옆방에도 수십 명이 모였는데 그들은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농공단지에서 일하던 베트남 노동자들이었다. 나는 주변에 그것도 내 고향처럼 근대화의 과정에서 낙오한 지방 소읍에 그토록 많은 이주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꽤나 충격을 받았다. 그로부터 박범신의 『나마스테』를 거쳐 김재영의 단편 「코끼리」, 구경미의 『라오 라오가 좋아』에 이르기까지 한국소설에서 이주노동자 혹은 ‘우리 안의 타자’라는 모티프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졌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매체들이 앞 다투어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 문제를 다루었고 그들의 고통에 동감하고 처우를 개선하자는 필사적이라 여겨질 만큼 새된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솟아났다. 내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체감하면서도 씁쓸한 이유는 ‘우리 안의 타자’를 다루는 방식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타자는 머리가 여러 개인 괴물이다. 사회가 인정하기 전에도 타자는 우리 안에 존재했다. 여러 계층의 사회적 약자들이 바로 외국인이라는 타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타자이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 타자의 몫을 한국인 약자들이 감당하고 있을 때에도 외국인 노동자 역시 엄연히 우리 곁에 있었으니까.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우리 안의 타자로 인정하게 된 건 값싼 노동력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값싼 한국인 노동자를 손쉽게 구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보편적인 노동자의 권리’ 문제는 ‘이주 노동자’ 문제로 바뀌었고 마치 보편적인 노동자의 권리가 실현되는데 유난히 이주노동자들만이 그러한 권리에서 소외되는 존재인 듯 묘사되는 것이다. ‘다문화’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여러 문화가 존재한다는 뜻일 텐데 문화는 하나의 총체적 경험이므로 다른 의미에서 말하자면 획일화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러할까. 한국은 하나의 획일화된 문화를 지닌 사회인가. 강남문화는 보편적인 한국문화를 표상할 수 있는가. 노동자 문화는 한국인 문화를 표상할 수 있는가. 아파트가 한국의 주택문화를 표상한다면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외적 존재인가. 물론 사회를 지배하는 커다란 틀로써 신자유주의를 거론할 수도 있겠지만 내부의 양상은 그처럼 획일적이지 않다. 한 발 양보해서 하나의 한국문화가 존재한다면,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출신 국가, 민족, 집단의 문화를 대표하는 존재인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바로 문화와 문화의 충돌인가.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에 어떤 함정이 있음을 느낀다.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차이가 원래부터 없었다는 식의 태도, 이 문제는 거대한 추상적 힘인 문화의 문제라는 식의 태도에서, 차라리 사소한 차이를 강조하는 태도보다 위험해 보이는 태도를 읽는다. 아마도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외국인 포비아가 내국인 포비아의 변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요즘 하나 둘 깨닫듯이, ‘다문화’라는 기획이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와는 전혀 무관한 국가적 기획이라는 점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국가는 우리 안의 타자가 봉기하는 걸 용납하지도 않을 뿐더러 허용된 ‘다문화’라는 족쇄 아래 얌전히 굴종하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나는 ‘다문화’를 거론하는 이들이 그러한 기획에 무조건적으로 종속되었다고 믿지는 않는다. 터키의 소설가 야샤르 케말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지구는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지구는 지금 하나의 문화를 향해 서둘러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결과적으로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게 될 것입니다. 단 하나의 문화가 지배하는 지구에서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될지 한번 상상해 보세요. 한 가지 꽃만이 피어나고 한 가지 색, 한 가지 향기, 한 가지 언어를 가진 인간을 말입니다.” 이게 진정한 공포며 혐오이다. 오늘날 ‘다문화’를 거론하는 이들 또한 이러한 공포와 혐오를 잘 알 리라 믿는다. 다만 손쉽게 획득한 ‘다문화’는 진정한 ‘다문화’가 아닐 수 있음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진부한 생각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남의 집 김치의 맛을 음미하기까지(타자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