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웹진

  추리문학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모르그 가의 살인｣(1841)에서 현대적 의미의 추리문학이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그 역사는 겨우 150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포 이전에는 추리문학이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아벨과 카인의 설화는 인류사의 출발 지점에 이미 범죄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인류 최초의 범죄문학일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설화가 아니더라도, 로베르토 반 홀릭이 『쇠못 살인자』에서 잘 그려낸 것처럼, 현재까지 전해 오는 중국의 수많은 공안 기록들은 범죄가 있는 곳에 반드시 탐정(수사관, 판관 등)이 있으며, 범죄자와 탐정 사이의 지적 게임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들은 확실하게 추리 문학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포의 작품에는 이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가해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과학과 이성의 힘에 기대어 하나하나 추론하여 가면 결국에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추론의 합리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쇠못 살인자』에 나오는 명판관 디 공이 가끔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고문이나 자백과 같은 전통적인 수사 기법들은 완전히 힘을 잃어버린다. 포의 주인공인 오귀스트 뒤팽은 순전히 자신의 이성을 이용하여 범인을 설득하여 범죄를 자백토록 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추리문학은 철저하게 현대의 산물이며, 이성의 힘을 믿고 과학을 신뢰하는 현대인의 취향에 맞도록 재배치된 범죄문학이다. 따라서 다른 장르에 비해 극도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추리문학이 현대 문학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다빈치 코드』나 『단테 클럽』 같은 역사 추리물들이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됨에 따라 부쩍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고 있지만, 이미 그 이전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온 것이 바로 추리 문학이다.

  어쨌든 현대 문학의 우점종인 만큼 매년 엄청나게 많은 추리문학이 창작되고 있으며, 추리문학에 주는 문학상의 수도 만만치 않다. 그 많은 문학상을 이 자리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으므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주요 문학상들만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추리문학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주는 ‘에드거 상’이다. 1946년 추리 소설의 아버지인 에드거 앨런 포를 기념하여 제정한 상으로 ‘미스터리의 오스카 상’으로 불린다. 매년 4월에 전년도에 나온 작품 중 장편소설, 단편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발표한다. 본상에 해당하는 장편 수상 작가로는 레이먼드 챈들러, 엘리스 피터스, 존 르 카레, 딕 프랜시스, 프레드릭 포사이스, 켄 폴렛, 엘모어 레너드, 로렌스 블록, 미넷 월터스 등이 있다.

  셜록 홈스의 나라 영국에는 ‘골드 대거 상’(황금단도상)이 있다. 1955년에 처음 제정되었으며, 영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매년 그해에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 중에서 수여한다. 1986년부터는 추리문학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작가를 선정하여 ‘다이아몬드 대거 상’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 상은 가히 ‘추리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하다. 수상자로는 P. D. 제임스, 존 르 카레, 딕 프랜시스, 루스 랜들, 엘리스 피터스, 콜린 덱스터, 에드 맥베인, 피터 러브시, 사라 파레츠키, 로렌스 블록 등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문학상으로는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과 ‘에도가와 란포 상’이 있다. 1948년에 처음 제정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은 작가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며, 기존 수상작의 작품을 제외하고 그해에 출간된 작품에서 선정한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 일본 추리 문학을 이끌고 있는 아야츠지 유키토, 미야베 미유키, 오사와 아리마사, 기타무라 가오루, 고이케 마리코 등이 모두 이 상을 받았다. ‘에도가와 란포 상’은 장편 추리 소설을 공모하여 시상하는 방식으로 신인에게 주로 수상하고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 진순신, 니시무라 교타로, 모리무라 세이이치 등이 모두 이 상을 받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 밖에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에도 역사에 값하는 추리 문학상들이 있으며, 그 수상작들이 결정될 때마다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 추리 문학상을 받은 헤닝 만켈은 그 한 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추리 문학의 창작이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추리의 대가가 나와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