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산 단무지도 위생상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듯한 보도를 접한 후였다. 중국산이니 그렇지 뭐. 누구나 다 그 순간 그렇게 반응했을 것이다. 그리곤 잊어버렸을 터. 곧이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한국산 김치를 문제 삼았고 다시 중국산 김치가 한국인들이 직영하는 공장 산(産)임이 밝혀졌다. 일본은 한국산 김치의 기생충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거들었다. 언론은 식약청 발표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난했다. 그럴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우리들의 그 첫 반응의 근거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이 만든 걸 중국인이 만들었다고 전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첫 반응은 중국인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과 관련이 없을까.
근대 문학 초기의 소설가 최서해는 「홍염」(1927), ｢기아와 살육｣(1928)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큰 충격을 준 문제적인 작가이다. 그의 소설은 극단적인 궁핍을 형상화 하여 가난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을 최초로 우리 문학의 감수성 속에 편입시킨 작가였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보면 중국인은 불결하며 욕심 많다. 가난한 조선인 소작농의 아내와 딸을 소작료 대신 빼앗는 지주로나 등장한다. 그 곳은 또 춥고 척박하며 불결하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서 조선인이 가난하다는 점만 빼고는 신빙성이 없다. 안수길의 ������북간도������(1959)는 이런 사실을 잘 설명한다. 풍요로운 땅, 감자를 던져놓고 다음해에 가보면 감자밭이 되어 있는 땅이었다. 조선인들이 몰려들자 토착민인 중국인들과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토착민들은 한전(旱田)에만 익숙하고 외지에서 들어온 조선인들은 수전(水田)에만 익숙하다. 싸움이 벌어진다. 조선인들은 특유의 응집력으로 이를 돌파한다. 식민지주민이니까 자국민(?)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일본이 조선농민 편을 든다. 이런 조선농민들의 승리를 그린 근대작가 이태준의 ｢농군｣(1939)이나 이기영의 ������대지의 아들������(1939)은 ‘민족주의적’이라 말해진다. 그런가? 중국인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한갓 외지인들이 그럴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정당화는 우리 근대 문학의 대표작가 채만식의 만주기행문에 잘 드러난다.
황차 그동안까지는 내란과 군벌과 탐관오리에 백색자본의 착취와 그리고 쿨리와 아편 이것밖에는 없던 과거의 중국 민족에 비해서리요. 우리 (조선과) 일본민족은 그럼으로 당연히 지나 민족보다 일보 나아간 지위-생활이 필요하고 그들을 영도하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륙경륜의 장도｣, 1943)
어떤 독립운동가 조차 이렇게 써 놓았다. “어린 아이들까지도 아편을 피워 문 후에 연방 침을 토하면서 빨고 있다. 미개인일수록 알콜과 니코틴 등 독물을 기호한다더니 이 사실은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한다.”(｢북만오지여행기｣, 1925) 이것이 민족성 탓인가. 이 아편이란 부도덕한 아편전쟁을 통해 제국주의 영국이 뿌려놓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맥에서 일제하 일제에 편승하여 중국을 3등 국민으로 폄하했던 사이비 식민주의적 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 그 의식은 중국인은 불결과 야만의 기호이다. 해방 후에 염상섭이 쓴 ������취우������에서는 전시기 적 치하 서울에서 인민군과 국군에게 번갈아 환영한다는 포즈를 취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중국인 같다’고 표현한다. 이젠 무의식으로 치환되어 관형사화 되어 버린 것이다. 식민지 경험의 그늘이다. 그러나 중국은 아시아 최초로 인민 혁명이 성공한 국가이니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
약소국을 침탈하며 제국주의 ‘문명’ 국가들이 내세운 명분은 약소국의 ‘야만’ 상황이었다. 역사의 한 국면에 불과한 ‘근대’ 진입이 뒤늦은 후발국들에 붙여진 이런 관사는 그들만의 안목이었음에도 우리는 일본에 편승해 중국을 향해 제국주의자의 위선적 포즈를 취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포즈 배후에 있는 안목은 무의식이 되어 우리에게 남아있다. 동남아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와 그들을 보는 시선이 역시 그렇지 않은가. 김치 사태에 대한 첫 반응은 이런 무의식과 관련이 없을까. 그리하여 동남아 노동자의 세계를 아프도록 따뜻하게 그리고 있는 신예작가 김재영의 소설 ｢코끼리｣(2004)가 귀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