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들꽃’이 피었던 길을 걷다, ‘황혼의 집’에 이르렀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기획특집 ｜ 가깝고도 먼나라, 새로운 한국과 일본 ①열 채의 이불까지는 준비하지 못하더라도 ②진짜 자기문제로 돌아가는 순간은 타자의 인생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때 ③차이와 상호 무지에 대한 인정 ④독재가 통하지 않는 외교무대
①어느 한 詩人의 음악사랑 ②잠시 기다려주세요, 신호가 끊겼습니다 ③지도와 여행
①한국문학은 여전히 건재하다 ②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리뷰 ③영역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톱 10’ 선정
오늘의 화제작
지금 인류는 근래에 보지 못한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은 큰 줄기로부터 불쑥 튀어나온 모난 가 지일 뿐이다. 더 큰 위기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2~3년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답답한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니…… 요즘 세대를 ‘M세대’라 고 일컫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생애 첫 초등학교 입학식도 제 대로 못해 본 불우한 학생들을 비롯한 이들은 분명 이전과는 구분되는 세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잖아도 커진 현대 인의 개인주의가 극단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친구, 동료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게 선(善)이 됐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 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는 말이 현실이 되는 건가.
안갯속에 혼탁한 앞날의 방향이라도 어렴풋이나마 짚어주는 혜안이 절실한 때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금융예측가인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 스 및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회장의 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도 몇 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나침반을 제시한다.
이 책의 앞장에서 다루듯, 코로나19로 당장 일하는 방식부터 달라졌다. 원격근무는 일상처럼 퍼지 고, 팬데믹 이후에도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온라인 교육만 해도 그렇다. 세간엔 “전국에 ‘1타 강사’만 있으면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선생님이란 직업을 꿈꾸는 젊은이들도 미래 설 계를 다시 짜야 할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확실히 기존 질서의 해체, 재편성을 낳고 있다.
이번 팬데믹은 생활 구석구석을 바꿔놓는다. 부쩍 관심이 높아진 주거 행태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요즘 TV만 틀면 여기저기 새로운 형태의 집 찾기가 유행이다. 키워드는 ‘자연’과 ‘직주(職住)일치’다. 벌써 미국인, 유럽인들은 교외지역으로 탈출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도 테라스 하우스나 정원 있는 단독이나 타 운형 주택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으로 주택 규모가 1.5배 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파트 안에서도 개인 서재나 녹지, 테라스 공간이 중요해져 서다. ‘투자의 대상’에서 ‘주거의 공간’으로서 집에 대한 다시 보기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에 나온 “일단 먹고 나야 도덕을 찾는다”고 한 표현을 인용한 이 책의 대목도 눈길을 끈다. 식량 문제를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온실가스 배출의 중요 원 인으로 통하는 목축업 등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는 인공 배양육이나 대체육, 수경재배는 물론 나아가 채 식주의가 늘어날 수 있다.
솅커가 지적한 식량을 포함한 물품의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새겨들을 만하다. 마스크 부족 탓에 최 고 부자나라 미국에서 대체재로서 화장지가 품귀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구의 90% 정도가 도시에 몰려 살며, 배달의민족으로 대표되는 퀵배송망이 잘 갖춰진 작은 나라 한국은 이해 하기 어렵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대개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5년 전 한 강연에서 “향후 몇 십 년 내 1,000만 명 이상 사망케 하는 게 있다면 전쟁보다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가 장 크다”고 했다. 그때 아마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미국만 해도 이미 한국전, 베트남전보 다 2.5배 많은 21만여 명이 죽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어떻게 정확히 알아맞히겠는가. 솅커의 전망 이 다 맞을 순 없겠지만 분명 새겨들을 점들이 적잖다.
다만 이 책은 주제별로 깊이 있게 들여다본 방식은 아니다. 여러 분야를 두루 다루려다 보니 ‘종합선물세트’ 같다.
책의 구성에서도 항목별 구분이 모호하거나 혼재된 것도 독서에 걸림돌로 다가온다. 대 신에 현학적인 점 없이 솔직, 담백함은 매력이다.
어쨌거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류는 그간 당연하게 여겨왔으나 정말 중요한 것들, 즉 건강, 식량, 집, 인간관계 등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됐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가치도 이런 것들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재택근무 증가가 에너지 소비 패턴도 바꾼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의 뿌리는 ‘기후위기’라 고 다수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재생에너지로 구조 재편 등이 가속화할 것이란 데 이견을 내 기 어렵다. 관련 제품과 생산 과정에 관련된 산업, 직업의 변화를 부를 것이다. 일례로 애플, 구글, BMW 등 유수 기업들은 이미 생산 과정에 100% 재생에너지만 쓰는 실천(‘RE100’)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뒤 처진 기업들은 점점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다.
요즘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의 책 제목처럼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인류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다. 이 대로 간다면, 2050년쯤 기후위기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들 한다. 인류가 대기 중에 늘린 이산화탄소 비 중은 전체의 0.01%밖에 안된다고 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설명을 들어보면,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을 하루 40만 개, 1998년 이후 지금까지는 29억 개를 터뜨리는 만큼의 에너지를 머금고 있다고 한다. 이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양이 흡수해온 것이다. 문제는 바다도 한계상황에 다가왔다는 사 실이다. 과거 지구 온도는 1만 년에 4도가 올랐으나 최근 100년간 1도가 상승했다. 25배나 빠른 속도다.
생물들의 ‘대멸종 시대’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류만이 예외일 수 있을까. 대멸종 때마다 공룡처럼 최상위 포식자가 절멸했다고 하니 섬뜩하다. 그저 열심히 일한다고 장밋빛 미래가 찾아올 수 있 을까 싶다. 눈앞에 집값, 경제성장률, 미·중 무역분쟁의 후폭풍 따위에 허우적댈 때가 아니다.
공상과학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듯, 지구를 버리고 이사 갈 다른 별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끝 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바로 이 땅이다. 이것이 77억 인류가 코로나19 이후 세계를 심각하게 따져 봐야 하는 이유다.
‘대전환’ 시대의 미래 읽기
- 제이슨 솅커의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전병역
경향신문 논설위원, 1973년생
공저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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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는 근래에 보지 못한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은 큰 줄기로부터 불쑥 튀어나온 모난 가 지일 뿐이다. 더 큰 위기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2~3년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답답한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니…… 요즘 세대를 ‘M세대’라 고 일컫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생애 첫 초등학교 입학식도 제 대로 못해 본 불우한 학생들을 비롯한 이들은 분명 이전과는 구분되는 세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잖아도 커진 현대 인의 개인주의가 극단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친구, 동료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게 선(善)이 됐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 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는 말이 현실이 되는 건가.
안갯속에 혼탁한 앞날의 방향이라도 어렴풋이나마 짚어주는 혜안이 절실한 때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금융예측가인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 스 및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회장의 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도 몇 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나침반을 제시한다.
이 책의 앞장에서 다루듯, 코로나19로 당장 일하는 방식부터 달라졌다. 원격근무는 일상처럼 퍼지 고, 팬데믹 이후에도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온라인 교육만 해도 그렇다. 세간엔 “전국에 ‘1타 강사’만 있으면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선생님이란 직업을 꿈꾸는 젊은이들도 미래 설 계를 다시 짜야 할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확실히 기존 질서의 해체, 재편성을 낳고 있다.
이번 팬데믹은 생활 구석구석을 바꿔놓는다. 부쩍 관심이 높아진 주거 행태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요즘 TV만 틀면 여기저기 새로운 형태의 집 찾기가 유행이다. 키워드는 ‘자연’과 ‘직주(職住)일치’다. 벌써 미국인, 유럽인들은 교외지역으로 탈출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도 테라스 하우스나 정원 있는 단독이나 타 운형 주택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으로 주택 규모가 1.5배 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파트 안에서도 개인 서재나 녹지, 테라스 공간이 중요해져 서다. ‘투자의 대상’에서 ‘주거의 공간’으로서 집에 대한 다시 보기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에 나온 “일단 먹고 나야 도덕을 찾는다”고 한 표현을 인용한 이 책의 대목도 눈길을 끈다. 식량 문제를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온실가스 배출의 중요 원 인으로 통하는 목축업 등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는 인공 배양육이나 대체육, 수경재배는 물론 나아가 채 식주의가 늘어날 수 있다.
솅커가 지적한 식량을 포함한 물품의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새겨들을 만하다. 마스크 부족 탓에 최 고 부자나라 미국에서 대체재로서 화장지가 품귀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구의 90% 정도가 도시에 몰려 살며, 배달의민족으로 대표되는 퀵배송망이 잘 갖춰진 작은 나라 한국은 이해 하기 어렵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대개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5년 전 한 강연에서 “향후 몇 십 년 내 1,000만 명 이상 사망케 하는 게 있다면 전쟁보다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가 장 크다”고 했다. 그때 아마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미국만 해도 이미 한국전, 베트남전보 다 2.5배 많은 21만여 명이 죽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어떻게 정확히 알아맞히겠는가. 솅커의 전망 이 다 맞을 순 없겠지만 분명 새겨들을 점들이 적잖다.
다만 이 책은 주제별로 깊이 있게 들여다본 방식은 아니다. 여러 분야를 두루 다루려다 보니 ‘종합선물세트’ 같다.
책의 구성에서도 항목별 구분이 모호하거나 혼재된 것도 독서에 걸림돌로 다가온다. 대 신에 현학적인 점 없이 솔직, 담백함은 매력이다.
어쨌거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류는 그간 당연하게 여겨왔으나 정말 중요한 것들, 즉 건강, 식량, 집, 인간관계 등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됐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가치도 이런 것들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재택근무 증가가 에너지 소비 패턴도 바꾼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의 뿌리는 ‘기후위기’라 고 다수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재생에너지로 구조 재편 등이 가속화할 것이란 데 이견을 내 기 어렵다. 관련 제품과 생산 과정에 관련된 산업, 직업의 변화를 부를 것이다. 일례로 애플, 구글, BMW 등 유수 기업들은 이미 생산 과정에 100% 재생에너지만 쓰는 실천(‘RE100’)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뒤 처진 기업들은 점점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다.
요즘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의 책 제목처럼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인류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다. 이 대로 간다면, 2050년쯤 기후위기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들 한다. 인류가 대기 중에 늘린 이산화탄소 비 중은 전체의 0.01%밖에 안된다고 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설명을 들어보면,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을 하루 40만 개, 1998년 이후 지금까지는 29억 개를 터뜨리는 만큼의 에너지를 머금고 있다고 한다. 이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양이 흡수해온 것이다. 문제는 바다도 한계상황에 다가왔다는 사 실이다. 과거 지구 온도는 1만 년에 4도가 올랐으나 최근 100년간 1도가 상승했다. 25배나 빠른 속도다.
생물들의 ‘대멸종 시대’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류만이 예외일 수 있을까. 대멸종 때마다 공룡처럼 최상위 포식자가 절멸했다고 하니 섬뜩하다. 그저 열심히 일한다고 장밋빛 미래가 찾아올 수 있 을까 싶다. 눈앞에 집값, 경제성장률, 미·중 무역분쟁의 후폭풍 따위에 허우적댈 때가 아니다.
공상과학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듯, 지구를 버리고 이사 갈 다른 별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끝 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바로 이 땅이다. 이것이 77억 인류가 코로나19 이후 세계를 심각하게 따져 봐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