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좋은 언어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도착한 사랑과 어긋난 길들

페미니즘은 여성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켜

「B사감과러브레터」 이어쓰기 ①사랑의 진실 ②B사감과 자매들 ③B사감과 운명의 화살 ④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2 ⑤신여성 ⑥눈물

‘왜’와 ‘만약’을 허용하는 역사학적 상상력

코로나 시대의 역설

김소월 혹은 흰 달의 노래를 찾아서

일제강점기 장안을 사로잡은 유행가, 트로트

눈 오는 밤, 식민지 북국의 한 로맨티스트

‘디귿’ 없는 글쓰기

밀란 쿤데라, 두 번의 추방

앵앵시사(櫻櫻詩社) 문우들

민족혼의 숙소 현저동 101번지

쓸쓸하고 초라했던 만년의 자화상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고생은 참을 수 있지만 치욕은 참을 수 없었던 시인 부재(不在) 하는 방랑자 '예술의 목적은 인생’이라던 고독한 ‘원형적비평가’ 멋, 술 그리고 病

①나 세상 떠날 때,그가 울까봐 걱정이다 ②한 달 동안,감정적

엄마가 사준 옷

아빠를 중고로 팔아버렸어

①숭어 이야기 ②바보의 웃음 ③통증이 오는 시간

공포의 대상 혹은 욕망의 주체

팬데믹 시대, 인간의 존엄을 향한 작가들의 질문

부자를 만들어주는 요술책들

1980년대 영국 사회에 대한 세밀하고도 방대한 증언

되풀이 속에서 되풀이되는

또 다른 벽, 타문화와 역사에 대한 선이해

신석정 시인의 영역 시선집을 내며

대산세계문학총서,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2020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대산초대석

페미니즘은 여성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켜

조현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저서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 『젠더는 패러디다』 등

페미니즘은 여성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켜

: 평등과 자유를 공통 기반으로
젠더 차별에 반대하는 강한 연대와 운동

- 미국 페미니즘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와의 대화

 

 

 

Ⓒ알렙출판사

편집자 주 ㅣ 주디스 버틀러는 1990년 기존 페미니즘 정치학에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젠더 트러블』을 출간하여 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10만 부 이상 팔렸으며 주디스 버틀러를 영미 지성계의 떠오르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페미니즘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를 젠더 이론가이자 주디스 버틀러 전문 연구자인 조현준 경희대 교수가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으며 조현준 교수가 인터뷰 진행과 번역을 맡았다.


조현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저서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 『젠더는 패러디다』 등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퀴어 이론의 창시자이자 후기 구조주의 페미니즘의 대표적 이론가, 버클리대학교 비교문학·수사학과 교수, 1956년생 저서 『욕망의 주체』 『젠더 트러블』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안티고네의 주장』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공저)』 등


조현준 코로나가 한창인데 선생님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2008년 ‘세계적 철학자 7명 릴레이 인터뷰’를 하신 이후로 여기서는 선생님의 책 17권이 번역되었거나 번역 중이고, 저도 『젠더 트러블』의 역자입니다. 『젠더 트러블』은 대중뿐 아니라 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책입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을 한글로 옮기느라 애써주신 조현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영광이며,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 페미니즘, 젠더 연구, 사회 철학과 정치 철학에 관심 있는 학생 및 교수진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한국과 미국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조현준 선생님께선 젠더와 퀴어 이론, 섹슈얼리티, 그리고 정치 윤리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오신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이론적이고 실천적 의미가 있는 책도 많이 집필하셨고요. 초기의 이론적 경향에서는 ‘젠더 정체성이 없는 정치학’을 향하던 것이, 9·11 이후 최근에는 ‘윤리적 정치나 현실의 정치’로 초점이 이동했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기존 ‘수행성 이론’의 강화라 보시는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 윤리학’ 주제의 시작이라 보시는지요? 윤리학과 정치학을 차이 짓는 관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런 초점 변화가 정치의 윤리화, 더 단순하게는 윤리학으로의 전환이라고 보는 비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주디스 버틀러 중요한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젠더 트러블』을 집필하던 당시 저는 주체에 관한 푸코의 해석을 연구하던 중이었습니다. 주체는 권력이 만들었어요. 제 주장은 젠더 주체가 이성애 토대 안에서 만들어지는데, 막상 그 토대는 이성애를 규범으로 한다고 말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사회생활 영역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규범이라는 관념을 통해 이해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젠더의 생존 방식을 확정하지는 않아도 은밀히 만들어가는 규범이 있었지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젠더 범주로 불리게 된다고 간단하게는 언급했지만, 사회적 호명이라는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규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규범이 나를 규정한다고 하면 되는 것인가? 나는 어떻게 타인의 부름을 알고, 순환하는 사회 규범을 알고, 규범이 주체 형성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알까? 윤리학 영역에서는 나를 규정할 때 타인의 자리를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나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르고 나를 규정하는 방식에도 좌우되지만, 동시에 그런 이름과 규정에 내가 저항하는 방식에도 좌우됩니다. 그것은 윤리 관계이기도 하고 권력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나를 규정할 수 없다고만 주장한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언어에 좌우되는 근본적 방식을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낯선 언어 속에 태어나고, 그 언어는 우리 것이 아니며, 우리에겐 그 언어의 모든 선험적 형식 및 실태와 단절하게끔 언어를 재창조할 힘이 없어요. 이것은 윤리적 장면입니다. 나와 언어의 관계에 의무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특정 대접을 해달라고 주장하거나, 특정 이름으로 부르고 특정 젠더로 간주해달라고 요구하려 한다면, 나는 내가 지금 주장하고 요구하고 있는 그 사람의 반응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러니 다른 관계가 거기 있는 것이죠. 그 관계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반응하고, 서로의 삶을 유지할 의무 및 상대가 삶으로 간주해 달라고 요청한 방식을 존중할 의무를 안게 됩니다. 그 존중이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니까요.

조현준 올해 2월에 출간된 신간 『비폭력의 힘』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책은 『집회의 수행성 이론 소고』 이후 이어온 연구의 결론이자 비폭력 윤리학을 정립하려는 힘찬 시도 같습니다. 특히 이 책에 나온 ‘평등의 상상계’ 개념과 관련해, 행위의 실패라기보다는 삶의 주장으로서의 비폭력 철학 사상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또한 이 신간이 지금 선생님이 하고 계신 이론의 정치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주디스 버틀러 이론의 정치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합니다만, 경제 권력과 정치 권력이 완전히 그 문을 닫아버렸을 때, 우리가 상상의 지평을 열어보는 것도 때로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만일 여러 다른 삶이 똑같이 가치 있는 어떤 세상을 찾는다면, 저는 잠시 이 세상을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왜 그곳이 우리가 만들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인지를 언어로 말할 것입니다. 그곳은 분명 누군가 살고 있는 역사적 상황을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지금의 역사적 상황을 출발점이자 기원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또한 거길 벗어난다는 의미에서는 떠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의 비폭력 옹호가 보통 비현실적이라고 불리게 되는데, 그게 전 좀 재밌기도 하고, 제 주장이 잘 통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도 해요! 저는 위협이 되는 타인을 파멸시키려는 경향이 있는, 이기심이라는 이름으로 표시된 정치적 리얼리즘 사상과 결별하고자 합니다. 그래도 이런 주장은 개인의 자아 개념이나 국가, 혹은 인종적 의미의 자아 관념에 기대어 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이 분명히 알려주듯) 우리의 ‘자아’가 국지적이고 국제적인 관계들이 교차하는 지점이라면, 내가 타인에게 가하는 모든 폭력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이며, 또한 우리를 묶는 삶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조현준 한국의 페미니즘과 퀴어 진영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급진적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가들 사이의 갈등 국면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1980년대 대학 강단과 학계의 제1의 물결 페미니즘이 1990년대 대학교 총여학생회 중심의 제2의 물결 페미니즘을 거쳐 2010년대 이후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터진 제3의 물결 페미니즘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세대 차이도 있고, 페미니즘 운동의 목적과 방법의 개념화 및 연대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서로 다른 페미니스트끼리 관점의 갈등을 빚기도 하고, 급진주의 페미니스트와 퀴어 커뮤니티 사이에 적대감도 있습니다.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는 ‘퀴어 없는 페미니즘’을 선언했습니다. 한국의 가부장제 남성 중심 여성혐오 사회에 맞서려는 페미니즘 연대에서, 소위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트랜스 배제 급진 페미니즘) 집단이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커뮤니티를 배제하려 합니다.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일까요? 이런 상호 파괴적 대립 국면을 벗어날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주디스 버틀러 트랜스 배제 집단이 명백한 차별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차별 반대라는 페미니즘의 목적을 심히 왜곡했다는 것을 듣게 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평등과 자유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트랜스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이 젠더에 기초한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트랜스 배제 페미니즘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 이론의 가장 해방적인 차원의 하나는 남자, 여자 같은 범주에 대해 사유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위계와 규제에 기초한 기존 규정에 맞서 싸웠습니다. 아주 많은 여성들이 강인하고 단호하게 나가면 자신이 여성성을 잃게 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여성이 무엇이고 무엇일 수 있는지에 관한 생각을 확장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생물학이 우리의 사회적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 즉 생물학이 우리의 정치적 자유,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욕망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생각에 모두가 반박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태어날 때 배정받은 젠더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해부학이 있기는 하지만, 해부학의 어떤 부분도 우리가 우리 것으로 생각하는 젠더의 형태를 결정해 주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은 대단히 주관적이고 역사적입니다. 그러니 많은 트랜스인에게, 남자와 여자에게, (저처럼)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 젠더감은 의료적 권위나, 심지어 권위주의적 페미니즘 운동이라도 규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젠더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합니다. 그것은 페미니즘, 퀴어 행동주의, 트랜스 운동의 강한 연대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평등을 위해 헌신한다면 반국가주의와 반자본주의 운동에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조현준 같은 맥락에서, 지난 2월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한국의 한 명문 여자대학교에 합격했다가, 서울에 있는 여섯 개 여자대학 학생들과 TERF 학생들의 대중적 낙인찍기와 혐오 발언 등 강한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이 학생은 “온종일 너무 무서웠다. 온갖 욕을 다 먹더니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제대로 된 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제3의 물결 페미니즘과 퀴어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라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에서 이 갈등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주디스 버틀러 페미니즘의 전체 사상이 ‘제대로 된 여자’라는 관념에 반대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제대로 된 여자가 누군지 누가 말할 수 있나요? 트랜스 여성이 수술 전이라 음경이 아직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음경과 동일시된다거나 ‘음경이 있다’는 자체로 위험의 근원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성폭력과 강간의 문제는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몸의 폭력적 사용과 관계가 있지, 그 폭력이 음경이라는 신체 부위로 인해 생긴 결과가 아닙니다. 그 신체 부위가 성폭력에 쓰이는 것이죠. 또한 폭력이 신체적 타격, 강간 행위, 성폭력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해봅시다. 물론 이런 형태를 띨 때도 있고, 우리 모두는 성폭력에 대해 공공연하고도 분명하게 맞서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폭력도 있습니다. 제도적, 사회적, 구조적, 상징적 폭력입니다. 우리는 이런 폭력에도 맞서야 합니다. 말씀하신 트랜스 학생은 다른 종류의 폭력을 당했습니다. 협박, 괴롭힘, 검열 말입니다. 자신에게 최적의 환경에서 교육받으려던 그녀의 재능은 트랜스인을 적으로 오인한 사람들 때문에 좌절당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결정이 추측, 무지, 그리고 공포에서 나오지 않도록 트랜스의 삶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아야 할 것입 니다.

조현준 다시 선생님의 연구와 학문적 활동에 대해서 질문하고자 합니다. 현재 선생님은 단순히 젠더나 페미니즘 이론가로서만이 아니라 정치에 기여하는 활동적 지성인으로서 아시아 연대 네트워크를 포함해서 세계적 이론가와 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게는 정말 엄청난 프로젝트로 보입니다. 이 프로젝트와 현재 상황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세계적 이론 네트워크를 생각하고 현실화한다는 것이 선생님께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조현준




주디스 버틀러 저는 국제 비평 이론 프로그램 컨소시엄에 참여해왔습니다. 대략적으로 말해 비평적 사고에 기여하는 오백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점점 더 많은 대학이 비평적 사고의 가치를 절하하거나, 대학의 연구자들에게 국가 정책을 지지하고 인정하라고 지시하는 상황을 마주하니, 왜 비평 이론이 그토록 중요한 다학제 분야인지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명망 높은 연구의 혜택을 받았습니다만, 그 또한 비평적 사고의 한 가지 형태입니다. 우리는 잡지 《크리티컬 타임즈》와 도서 시리즈 ‘크리티컬 사우스’를 포함해서 웹사이트와 활동을 갖춘 더 세계적인 그림을 그려보려 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이야말로 이론 활동의 중심에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선 학파의 혜택 및 국가주의, 인종주의, 젠더가 동아시아,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사유되는 방식은 억압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할 아주 다른 틀을 의미합니다.

조현준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발발 한가운데서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자본주의적 사고를 완전히 바꿀만한 근본적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많은 대학이 교육과 충원 방식 면에서 강제된 변화를 해결하고자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매주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며, 실시간 원격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스크린으로 만나야 합니다. 이런 변화는 바이러스 때문이든 AI 때문이든 가까운 미래에 마주할 여러 변화의 일부일 것입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일까요? 포스트 코로나 자본주의 시대에 앞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소통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된 것일까요?

주디스 버틀러 원격 강의 규약을 ‘정상화’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익숙해져 대면 세미나와 강의를 대체하지 않게 하는 것 말입니다. 결국 배움은 선생이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실 안과 교실 바깥에서 소통하고 계속 연결되고 모임을 갖는 것으로도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세미나와 강의에서는 다른 역학이 발생합니다. 모인다는 것이 교육과 정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시기를 이용해 우리 세상을 연구하고 온라인 연결을 심화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이 병의 결과로 보이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강화를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교수법 규약은 우리가 집단이나 공동으로 생각하기와 글쓰기에 참여할 때, 정보만 전달하는 것처럼 대합니다. 많은 대학이 수입이 줄고 있고 경비 절감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고등교육을 위해 싸워야 할 것입니다. 교육자도 핵심적 노동자이며,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은 핵심적 지식의 실천입니다. 정부가 정보를 줘야 하고 일상의 실천과 안전한 작업 환경에 좋은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할 모든 권리가 우리에게 있듯이, 국가의 권위주의 목적에 쓰이는 감시 방법에 반발할 모든 이유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공중위생이라는 명목으로 트랜스 건강권, 출산의 자유를 공격하는 일이 있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 동안 가정 바깥의 직업을 유지하려 애를 쓰든 말든 여자들이 집안일과 돌봄 활동을 맡게 될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가정을 ‘안전한 공간’으로 보려는 환상이 있지만, 봉쇄 조치가 가정폭력을 강화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가정 정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쓸 만한 집이 없거나, (특히 극한 자본주의 정권하에서) 좋은 건강보험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투쟁은 연대해야 합니다. 이 시기를 활용해 새로운 연합체를 만들 수 있고, 집결이 가능한 시간을 고대해 볼 수 있습니다.

조현준 마지막으로 한국의 페미니스트 동료, 퀴어 동지, 열렬한 독자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주디스 버틀러 제 책을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고, 또 제 책이 매우 어렵게 보여서 죄송합니다. 한번은 친구가 옷에 달 배지를 하나 줬는데 거기 ‘고뇌할 만한’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제 책이 고뇌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생각에 다다르기 위해 고통의 몸부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제 책을 읽는 독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이고, 동행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할 힘입니다. 여러분의 기꺼운 참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가져다가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고, 좋은 것을 훔치고, 나머지는 그냥 두세요. 여러분을 감동시키고 지원해 준 책과 문화 작품을 모두 끌어와서 여러분의 방식으로 전진하고, 그러면서 여러분 고유의 생각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것을 영원히 끝나지 않을 투쟁과 연결하십시오.


Interview with Judith Butler

1. It’s my pleasure to have the chance to interview you by email in the middle of the COVID-19 pandemic. Let me start by asking how you feel about your unceasing popularity in South Korea. Since 2008, after your interview here, seventeen of your books have been translated and still being translated into Korean, and I myself am honored to be the translator of Gender Trouble, which has been hugely influential in academia as well as in public sphere.

JB: I am most grateful to you, Professor Cho, for all the work you have done to bring Gender Trouble into Korean. I am very honored by the reception and hope that one day I will be able to visit there and be in conversation with students and faculty who are interested in feminism, gender studies, and social and political philosophy. I see that both of our countries are suffering right now.

2. We are well-aware of your continuous interest in gender and queer politics, sexuality, and political ethics; you produced a lot of books with various theoretical and practical implications. If it is possible to configure that your early theoretical orientation towards politics without any identities of gender and sexuality might recently undergo a change of focus to more or less the ethical and practical politics after 9/11, how do you assess this turn, an intensification of “performativity theory” or a setting-up of new agenda for political ethics? What do you think is the differential relation or non-relation between ethics and politics? How would you react to critical comments that this change of focus might demonstrate a sort of ethicalization of politics, or simply, a turn to ethics?

JB: Thank you for this important question. When I wrote Gender Trouble, I was working with a Foucaultian understanding of the subject. The subject was produced by power. My argument was that the gendered subject was produced within a heterosexual matrix, what would not be called heteronormative. The domain of social life was basically understood through the idea of social norms. There were norms that orchestrated, without determining, the ways that gender can be lived. I mentioned briefly that one is called by gender categories by others, but I did not consider in a thorough enough way how that power of social address really works. Do others define me, or is it enough to say that norms define me? How do I come to understand the address of the other, the social norms that circulate, and the effect it has upon the formation and feeling of the subject? The domain of ethics takes seriously the place of the other in my own definition. I do not define myself. I depend upon the ways that others name and define me at the same time that I can come to contest those names and definitions. That is both an ethical relationship and a relationship of power. If I were only to argue that no one should define me, then I would be misunderstanding the primary ways that we are dependent on the language given to us by the other. We are born into a strange language, one that does not belong to us, and we do not have the power to recreate language in a way that breaks with every prior form and practice of language. This is an ethical scene precisely because there are obligations implied by this relationship. If I want to ask how I ought to be treated, or if I want to make a demand to be called by a certain name and regarded as a certain gender, then I depend upon the responsiveness of the one to whom I direct my claim, my demand. So there is this other relation, the one in which we are responsive to one another and assume the obligation to sustain each other's life, and to respect the ways in which we are asked to regard a life, because that respect is life-sustaining.

3. I really liked your new book published in February this year, The Force of Nonviolence. For me, this book amounts to a powerful attempt to establish the nonviolent ethics, a sequel as well as a conclusion of what you did since Notes Toward a Performative Theory of Assembly. Can you tell us more about the idea of non-violence philosophy less as a failure to act than as a claim of life, especially with its relevance to the concept of what you call “the equalitarian imaginary”? Where would you place this book in your ongoing commitment to the politics of theory?

JB: I do not know very much about the politics of theory except to say that it is sometimes important to open up an imaginary horizon precisely when it has been brutally closed down by economic and political powers. So if I seek to imagine a world in which lives are treated as equally valuable, I temporarily take leave of this world, enter into an imagined world, and convey through language why it is we should wish to build such a world, and inhabit it. Theory is not under any obligation to describe reality as it is. It must depart from the historical situation in which one lives. In English, we take the historical situation as the point of departure, the origin. But we also depart in the sense of taking leave. So my defense of non-violence is usually called unrealistic, and this gives me some pleasure, and indicates to me that my argument may well be working! I am seeking to break with that idea of political realism that says in the name of self-interest we are prone to destroy others who threaten us. This argument, though, depends either on a notion of the individual self or the national (or racial) sense of self. But if our "selves" are intersections of relations both local and global (as the pandemic makes clear), then any violence I commit against another is against myself, and the living relation that binds us.

4. I am not sure whether you are familiar with what has been going on in feminism and queer camp in South Korea. Right now, there is a growing concern about conflictual confrontations between radical feminists and queer theorists. When it comes to the history of feminist and queer movement in Korea, the first wave of feminism in academia in the 1980’s, after the second wave of feminism strongly supported by young female students in colleges during the 1990’s, leads to the third wave of feminisms exploding online since 2010’s on. There are certainly generational gaps and differences of conceptualization concerning the goal and method of the movement, and the forms of alliances. What’s happening here is the conflict of interests among different feminists, and the antagonism between radical feminists and queer communities; radical feminism declares a feminism without queers. The so-called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groups attempt to exclude LGBT communities from the feminist alliance against patriarchal, male-oriented, highly misogynic Korean society. Do you think it is inevitable? What do you think would be the possible way-out of such a mutually-destructive confrontation?

JB: It is very sad to hear that the trans-exclusionary groups have so twisted the anti- discriminatory aims of feminism to serve the purposes of explicit discrimination. A feminism that is in favor of equality and freedom cannot be transexclusionary. There is no such thing as a transexclusionary feminism if we take feminism to be an opposition to all forms of discrimination on the basis of gender. One of the most liberatory dimensions of feminist theory was the reflection on categories such as woman and man. We struggled against the received definitions that were based on hierarchy and restriction. For so many women, if they were strong and assertive, they felt that they lost their femininity. But feminism allowed them to expand their idea of what a woman is and can be. And it allowed all of us to refute the notion that biology determines our social destinies: our political freedoms, our work, and our ways of desiring and loving. The gender assigned at birth is not always right. Although anatomy exists, nothing about anatomy determines what gender we understand ourselves to be. That understanding is both profoundly subjective and historical, and for many trans people, men and women, and those who are non-binary (like myself), the sense of gender cannot be prescribed by medical authorities or even the feminist movement in its authoritarian mode. So we have to continue to struggle for gender freedom and equality, which means a strong alliance between feminism, queer activism, and the trans movement. I would add that we need to be part of anti-nationalist and anti-capitalist campaigns if we are truly committed to equality.

5. In the same vein, last February, a transgender student, who got admitted to Sookmyung Women’s University,’ a renowned institution of female higher education in Korea, withdrew from the school unable to bear the enormous pressures including public stigmatization and hate speeches from the students and the alliance of TERF students in six women’s universities in Seoul. She says: “I am really scared of what’s happening around me now. I was frightened by all the derogatory words and harsh actions of those who opposed to my admission. Sadly, they do not even allow me to lay a foot on the ground for the reason that I am not a proper woman.” I would like to share your view on it, taking account of the political conflicts between the third wave of feminism and queers in South Korea. How can we think of the conflicts in terms of theoretical and practical side?

JB: I thought the whole idea of feminism was to oppose the idea of "the proper woman"! Who is to say who is a proper woman? If a trans woman is preoperative and still has a penis, that does not mean that she identifies with that penis or that "having a penis" is itself a source of danger. The problem of sexual violence and rape has to so with the violent use of one body against another, and that violence is not the result of the body part. That body part serves the purposes of that violence. Let us also remember that violence takes place not only as a physical blow, an act of rape, or sexual violation. Of course, it too often takes those forms, and we should all oppose sexual violence publically and clearly. But there are other forms of violence: institutional, social, structural, and symbolic. And we have to oppose those as well. The trans student you describe was subject to a different kind of violence:
intimidation, harassment, censorship. And her ability to seek an education under conditions that were best for her was thwarted by those who mistake trans people as their enemies. We should all be learning much more about trans lives so that our decisions are not based on speculation, ignorance, and fear.

6. Back to your research and academic activities, I know that you have been building, not only as a theorist of gender and feminism but also as an active intellectual dedicated to politics, a global network of theorists and institutions including those of Asian connections. For me, it seems like a really huge project. Could you introduce a bit about the project and how it stands now? How crucial is it for you to imagine and materialize the global network of theory?

JB: I have been part of the International Consortium of Critical Theory Programs, a network that includes more than 500 programs dedicated to critical thought, broadly understood. In the face of an increasing number of universities that seek to devalue critical thought or who mandate that university researchers support and ratify state policies, it is more important than ever to make clear why critical theory is such an important interdisciplinary field. Of course, we are all indebted to the influential work of the Frankfurt School, but that is only one version of critical thought. We seek to build a more global picture with our website and our activities, including the journal, Critical Times, and the book series, Critical South. It is also important for the US and Europe to stop assuming that they are the center of theoretical activities. The way that debt, nationalism, racism, and gender are considered in East Asia, South Asia, Latin America, and Africa, for instance, implies very different frameworks for understanding the historical conditions of oppression and imagining our way forward.

7. We are now facing a radical challenge to entirely transform our ways of life and thinking in capitalist society in the midst of worldwide outbreak of COVID-19 virus. Especially, lots of universities are desperately coping with the mandatory transformations in the methods of education and recruiting. I also have to procure several video lectures online every week and make myself available on screen in real-time long distant classrooms. This seems to me just a piece of changes we are probably going to confront in the near future, either virus-driven or AI-driven. What would be the big difference in our daily lives after the wave of COVID-19? How much do you think are we prepared for what would happen in our individual and communal exchanges in the era of the post-COVID capitalism?

JB: I believe it is important not to "normalize" the long-distance teaching protocols, that is, to get used to them so that they can replace the in-person seminar and lecture. After all, learning happens not simply by transporting information from a teacher to a student, but through the exchange, the ongoing connection, the meeting inside and outside of class. A different dynamic happens in the seminar and the lecture where people gather. We should not underestimate how important gathering is for education and for politics. So we can use this time to study our world, to further our connections online, if that is possible, but also to anticipate the intensification of social and economic inequality that seems to be the effect of this disease. The online teaching protocols act as if we do nothing other than convey information, when what we often do is engage in forms of collective or collaborative thinking and writing. We will have to fight for higher education now that so many universities are losing income and looking for ways to cut. Teachers are also essential laborers, and thinking and writing are essential knowledge practices. As much as we have every right to demand that governments give us information and provide good guidelines on daily practices and safe working conditions, we have every reason to push back against modes of surveillance that serve the authoritarian aims of the state. I see that in some countries, in the name of public health, there is an attack on trans health rights, on reproductive freedoms, and women are expected to assume housework and care activities during the time of the pandemic, no matter whether they are trying to hold down a job outside the home. There are also fantasies of the household as a "safe space" but we know that lockdown also intensifies domestic violence, so we will need to revise our understanding of the politics of the household going forward. Given that so many people - an increasing number - do not have proper shelter, or never had good health care (especially under hyper-capitalist regimes), our struggles should be linked. We can take this time to build new alliances, and look forward to the time when gathering becomes possible.

8. Last but not least, do you have any special message for feminist colleagues, queer comrades, and avid readers of your books in Korea?

JB: I thank you very much for reading my work and I am sorry if it seemed very difficult. My friends once gave me a button to wear that says "worth the agony!". I am not sure whether my books are worth the agony. Perhaps it takes some twisting and turning to arrive at a new way of thinking. My readers are absent company, and accompaniment is what gets us through difficult times. I remain grateful for your willingness to engage. But take my ideas and make them into your own, steal what is good, and leave the rest. Move forward in your own way, taking from all the texts and cultural works that move and support you, and make your own network of thought as you go, and link it to the struggles that are far from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