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탄실이와 주영이

라다크, 네 눈물은 신의 발등 위에 떨어질 거야

한 아웃사이더의, 이야기 만들기에 대한 홀림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깎이’는 것을 읽어내는 것이 문학

특집을 기획하며 ①고양이 사냥의 추억 ②최초의 반려묘 까맹이부터 이백 살 사이보그 고양이까지 ③펫은 실전이다 ④해방촌의 반려종들을 위하여

텍스트에 대한 경의

자파(自派)의 탄생

한 사람이 곧 하나의 우주이다

『반노』는 ‘인간’을 지키자는 처절한 투쟁기였다

하루 2천640번 금형을 드나든 손의 기록

아름다움에 다다르려는 맹렬한 노력

홍진에 묻힌 분내……

추운 날의 벗, 세한삼우(歲寒三友)

노을바다의 장엄

양요리루 의자에서 커피를 압음하니 문명개화 이 아닌가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제2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리뷰-시 부문 수상작 리뷰-소설부문 수상작 리뷰-번역부문

얇아지는 장편, 환영할 일인가

①소각,저작 ②외경,당신은 시를 쓰는 사람인가요

①30년의 끝 ②양들의 침묵

새(NEW)

거울의 미로

①녹색문명(綠色文明) 시대의 숲 ②새끼 ③재와 유리의 미래

소설답지 않은, 그래서 더 공감하는

이광수, 일본에서 크게 취하다

머릿속에 쌓인 문제를 풀 수 없을 때

불안과 행운 사이에서

엘리엇 업데이트하기

‘더듬더듬 먼 길’을 가는 시와 번역

경계없는 예술 향한 10년여의 노정

대산창작기금,대산세계문학총서

대학생 아시아 대장정 3차 리더십 캠프 및 아시아프론티어클럽(AFC) 발대식 개최

글밭단상

②새끼

손 미
시인, 1982년생
시집 『양파 공동체』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산문집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등

산책길에 목줄을 하지 않은 개를 보았다. 경계심도 잠 시, 차도로 뛰어들지 않고 주인 따라서 횡단보도에 턱하니 멈춰 서 있는 개를 보면서 제법 길들여졌구나 생각했 다. 개는 전봇대의 냄새도 맡으러 가지 않고 다리를 들어 오줌도 싸지 않은 채 제 주인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주 인이 걸으면 저도 걸었고, 주인이 멈추면 저도 멈췄다. 목 줄도 없이 제 길을 잘 가는 개를 보면서 기특하다 생각했 는데, 개 주인의 손을 보니 갓 태어난 듯한 새끼 한 마리 가 들려 있었다.
새끼가 목줄이구나.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아이고. 새끼네. 아는 체를 하 자 개의 주인이 얘가 낳았어요 하면서 아래에 서 있는 개 를 가리켰다. 그러네 얼룩이 똑같네. 아이고 야, 새끼 낳 느라 고생했다. 아주머니들은 개가 듣고 있기라도 하듯이 개를 칭찬하고는 멀어져갔다. 새끼를 낳아본 적 있는 엄마들이 갓 새끼를 낳은 개의 마음을 달래주고 갔다.
얼마 전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 셋 중에 한 명이었던 친구였다. 우리는 반가워서 길거리 에서 얼싸안고 뱅글뱅글 돌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렸는 데 친구의 옆구리엔 친구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 둘이 찰 싹 붙어 있었다. 나는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은 경계심을 갖고 나를 보았다. 친 구가 인사해 엄마 친구야 라고 말하자 그제야 안녕하세 요 쭈뼛 인사를 했다. 초등학생인 그 아이들은 세상에 없던 낯선 존재들이었다. 얘들 키우느라 시간이 다 갔어. 일도 안 하고 얘들만 키워. 친구는 내게 빚 을 졌다는 듯 말했다.

새끼를 낳는다는 것, 그 새끼를 죽지 않게 살려두는 것, 먹이고 입히고
씻기면서 죽지 않게, 살려만 두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나는 안다.
나의 모든 에너지와 돈과 힘을 다 쏟아 부어서 결국은 떠나보내야 하는
아이를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새끼를 낳는다는 것, 그 새끼를 죽지 않게 살려두는 것, 먹이고 입히고 씻기면서 죽지 않게, 살려 만 두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나는 안다. 나의 모든 에너지와 돈과 힘을 다 쏟아 부어서 결국 은 떠나보내야 하는 아이를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82년생 김지영>이 상영 중이다. 얼마 전에 만난 여성 시인은 너무나 잘 아는 얘기이기 때문에 그 얘기를 영화로 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꾹꾹 눌러놓은 마음이 화악 올라와 물고 늘어져 놔주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줄을 달지 않아도 이어져 있는 그 새끼라는 끈에 여자들은 가던 길을 멈춘다. 조카들을 힘들게 키우고 있는 동생들을 보면서 엄마는 어떻게 우리 셋을 키웠을까. 경이롭게 깨닫는다. 어린 나이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애 셋을 어떻게 키웠나. 그러면서 중간에 누구 한 명 죽어버리는 일 없이 안전하게 기르고 사람으로 만들었다니, 그 일은 얼마나 숭고한가. 새끼를 쫓아오는 어미 개 처럼 딴 길로 빠지지도 못하고 화려하고 좋은 것들 마다하면서 살아야 하는 여자의 인생을 누가 함 부로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조카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나를 보고 동생이 한마디 한 적이 있다. 그냥 잘했다고 해줘.
아무도 칭찬을 안 하잖아. 애기 콧물 흘린다, 춥게 입혔다, 그런 말로 엄마 탓만 하고 아무도 이만 큼 키운 것에 대해선 칭찬 안 해주잖아. 동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양가의 첫째 아이 에게 쏠려 있는 관심이 퍽이나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을 생각해본다. 유튜브를 많이 보여주는 것도, 우는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는 척하는 것도, 감자튀김을 먹이고 너무 이른 나이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옆구리에 붙어 있는 그 낯선 얼굴을, 볼 때마다 쑥쑥 자라난 조카들을 그저 살아있도록 키워낸 모든 엄마들을 평가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다. 그러니 무조건 사랑할 것. 훌륭 한 그녀들을 존중하고 사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