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①우리 공동체의 테두리와 깊이 ②언제든 다시 광장으로 ③국경을 지우기, 이주민을 환대하기 ④소수자, 현장, 연결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1920~30년대 경성의 거리와 음식에 대한 몇 가지 소묘
첫번째｜먼 우레처럼, 두번째｜열등감에 대하여 세번째｜너무 빨리 온 미래 네번째｜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는 것
나의 삶, 나의 문학
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어느 날 큰형이 안양의 자기가 근무하 는 양계장으로 특별히 날 데리고 갔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빚과 함 께 여섯 동생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데다, 주위에서 면도날이란 별명을 타이틀로 획득하고 있을 만큼 늘 엄격하고 날카로운 큰형이 었던지라 난 무척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큰형은 말없이 좀 끔찍스 럽기도 한 양계장을 구경시켜주었다. 나는 형이 왜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이런 걸 보여주는지 무척 의아했다.
큰형은 양계장 구경을 시켜준 뒤 양지바른 사무실 건물 벽에 기 대어 담배를 피워 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좀 도와주라, 너는 머리가 좋은 것 같으니…….”
나는 큰형을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 평소의 엄격하고 날카로운 큰형의 얼굴은 이미 거기 없고, 양계장의 닭들처럼 옴짝달싹 못하 는 우리에 갇혀 무기징역이라도 사는 것 같은 풀죽은 얼굴이 거기 있었다. 나는 큰형이 지금 당당해 보이던 가면을 내려놓고 그 가면 뒤에서 외롭게 견디고 있던 생의 이면을 자발적으로 나에게 보여주고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었 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하는 얘기는 참 거부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 었다. 나는 물론 그렇게 자기 생을 걸고 말해오는 큰형에게 대놓고 글 나부랭이나 쓰고 살겠노 라고 선언할 만큼 싸가지가 없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 며칠 전 밥 먹는 자리에서 글쟁이 운운하 는 얘기를 꺼냈다가 큰형이 밥상을 들어 엎는 바람에 국 사발을 머리에 뒤집어썼던 터라 다시 그 런 용기를 내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큰형 말대로 가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짊어질 생각도 별 로 없었던지라 속으로 큰형이 엄숙무쌍한 가면을 내려놓고 자발적으로 생의 이면을 드러낸 이 사 건 자체에 대해 곰곰이 탐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생의 이면에 대한 나의 탐 구 역사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자기 생의 이면을 드러내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 적이 일찍이 없었 기 때문이다. 대저 생의 이면이란 감추려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삐져나와 드러나는 어떤 것이 아 니겠는가?
내가 생의 이면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그 땐 서산 읍내의 변두리에 살았는데 동네 뒷산을 넘어 갈산리 친구들에게 놀러 다니곤 했다. 그런 데 뒷산엔 6·25 때 파 놓은 참호며, 폐허가 된 옛 마을이며, 사람들이 학살되어 묻혔다는 우물 이며가 그대로 있어 지나가려면 그것들이 감추고 있는 이면의 어둑한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나 와 내 발목을 잡는 느낌이었다.
내가 생의 이면에 대해 관심을 넘어 위험할 정도로 빠져든 것은 중학교 1,2학년 때였다. 그때 우리 집은 파산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학교가 끝나도 마음 붙이고 돌아갈 데도 없 고, 학교에 가면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온 놈이 성적이 말도 안 되게 떨어졌다고 늘 시범 케이스 로 얻어맞고, 간간이 어머니가 숨어 있는 곳을 대라고 닦달하기 위해 찾아오는 빚쟁이 아주머니 들의 얼굴이 수업 중인 교실의 복도 쪽 창문에 나타나는, 삶이 공포였던 때였다.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가까운 산의 소나무 그늘이 있는 너럭바위를 나만의 장소로 삼아 틈만 나면 도망가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너럭바위에 갔는데 웬 군인아저씨가 누워 있었다. 가까 이 가 보니 눈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오고 음독자살을 했는지 활명수 병 같은 게 흩어져 있었다. 꼭 그 군인아저씨가 ‘여기는 귀(鬼)의 세계야. 위험해.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너럭바위 에서 그렇게 쫓겨난 때부터 나만의 장소를 내 안에 만들 수밖에 없게 된 나는 뭔가 낙서 같은 걸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생과 생의 이면을 오가는 귀객(鬼客)이 귀(鬼)의 세계로 아주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삶에 내리는 닻이라고나 할까? 내 글쓰기의 시작은 그렇게 절박한 어떤 것이었던 듯싶다.
난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미친 듯이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3학년 때 《한국문학》이라는 월간지에 시를 보냈는데 당선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전보를 받고 청진동 사무실에 갔더니 이 문구 선생이 편집장이라고 앉아 있고 고은 선생이 이제 막 사십이 넘은 나이를 자랑질하며 옆에 앉아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고은 선생과 수군거리던 이문구 선생이 불렀다. 무슨 문 인선언을 하는데 100명이 넘었으면 좋겠는데 딱 99명이라는 거였다. 그러니 나와 함께 소설에 당 선된 김청씨 이름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졸지에 등단하자마자 유신 반대 자유실천 문인선언의 101번째 문인이 되었다.
그것뿐이었다면 난 아마도 혼자 숨어서 시를 쓰며 교사나 교수로 조용히 살았을 것이다. 한 용운 식 표현으로 내 운명의 시침을 다시 한 번 돌려놓은 사건은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이 었다.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에서 내가 본 것은 생의 이면이 굳어진 가면에 균열을 내며 밖으로 삐져나오는 일이 개인 차원만이 아니라 집단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었고, 그것이 무슨 마법처럼 사람들을 놀랍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온갖 콤플렉스로 부글부 글 끓던 개인의 밀실에서 밖으로 기어 나왔다. 밀실의 밖으로 나와서 내가 처음 한 일은 모든 입 이 막힌 상황이니 시로라도 5월 광주항쟁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5월시’ 동인을 만든 거였다.
집단적, 사회적 차원에서 굳어버린 가면을 깨트리고 생의 이면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시 나 문학만으론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교육평론가 등의 허울을 뒤집 어쓰기도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교육운동조직을 만드는 데 관여하여 교육운동가란 허 울을 뒤집어쓰기도 하였다. 그런데 귀객(鬼客)의 실천운동이란 게 오죽하랴. 사람들을 꼬여서 조 직을 만드는 것까진 잘 하는데 그게 굳어서 껍데기 같은 게 생기는가 싶으면 견디지 못해 훌러덩 후배들에게 떠넘기고 또 새로 다른 조직을 만들고 하다 보니 내가 만들어 놓은 조직이 십여 개 쯤 되어 있었다. 이에 집중적 피해(?)를 입은 사람 중의 하나인 도종환 시인이 불만이 많았던지 어느 수필에선가 불만 붙이고 돌아다녀서 애매한 사람들 고생시켰다고 내게 점등(點燈)이란 별 명을 붙여놓았다.
내가 뒤집어썼던 허울 중에 가장 엉뚱하게 보인 것은 아무래도 판타지 동화작가였던 모양이다. 『고양이 학교』가 처음 나왔을 때 도종환 시인이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대뜸 이 김진경이 그 김진경 맞냐고 물어보았다. 90 년대는 아이들이 급격한 질적 변화를 보이면서 굳어있는 근대교육 시스템, 사회시스템과 충돌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나는 이 굳어 있는 근대 시스템 에 억눌려 있는 아이들의 새로운 이면을 포착해보려 했는데, 그것을 포착 할 수 있는 언어와 문학적 형식이 판타지 동화였다.
요즈음은 나이 들어 점등할 일도 별로 없는지라 십년 만에 시를 다시 개업하여 제목에 귀(鬼)자 들어가는 시를 여러 편 쓰고 있는 중이다. 노숙 자 같은 사회적 유령이든 심리적 유령이든 문학은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로 서의 귀(鬼)를 다루는 것이며, 문학하는 자 역시 경계에 서 있는 귀객(鬼 客)이 아니겠는가? 생활은 나날이 번화해진다고 자랑질이 요란한데 이상 하게 귓(鬼)것들도 나날이 늘어나서 글쟁이가 실업을 할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다. 정권이 바뀌었다는데 귓것들이 좀 줄어들기는 하려나?
귀객(鬼客), 혹은 생의 이면(裏面)에 들린 자
글 김진경 ㅣ 시인, 동화작가. 1953년생
시집 『슬픔의 힘』 『지구의 시간』, 동화 『고양이 학교』 『목수들의 전쟁』 등
귀객(鬼客), 혹은
생의 이면(裏面)에 들린 자
글 김진경 ㅣ 시인, 동화작가. 1953년생
시집 『슬픔의 힘』 『지구의 시간』, 동화 『고양이 학교』 『목수들의 전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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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은 양계장 구경을 시켜준 뒤 양지바른 사무실 건물 벽에 기 대어 담배를 피워 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좀 도와주라, 너는 머리가 좋은 것 같으니…….”
나는 큰형을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 평소의 엄격하고 날카로운 큰형의 얼굴은 이미 거기 없고, 양계장의 닭들처럼 옴짝달싹 못하 는 우리에 갇혀 무기징역이라도 사는 것 같은 풀죽은 얼굴이 거기 있었다. 나는 큰형이 지금 당당해 보이던 가면을 내려놓고 그 가면 뒤에서 외롭게 견디고 있던 생의 이면을 자발적으로 나에게 보여주고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었 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하는 얘기는 참 거부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 었다. 나는 물론 그렇게 자기 생을 걸고 말해오는 큰형에게 대놓고 글 나부랭이나 쓰고 살겠노 라고 선언할 만큼 싸가지가 없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 며칠 전 밥 먹는 자리에서 글쟁이 운운하 는 얘기를 꺼냈다가 큰형이 밥상을 들어 엎는 바람에 국 사발을 머리에 뒤집어썼던 터라 다시 그 런 용기를 내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큰형 말대로 가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짊어질 생각도 별 로 없었던지라 속으로 큰형이 엄숙무쌍한 가면을 내려놓고 자발적으로 생의 이면을 드러낸 이 사 건 자체에 대해 곰곰이 탐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생의 이면에 대한 나의 탐 구 역사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자기 생의 이면을 드러내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 적이 일찍이 없었 기 때문이다. 대저 생의 이면이란 감추려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삐져나와 드러나는 어떤 것이 아 니겠는가?
내가 생의 이면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그 땐 서산 읍내의 변두리에 살았는데 동네 뒷산을 넘어 갈산리 친구들에게 놀러 다니곤 했다. 그런 데 뒷산엔 6·25 때 파 놓은 참호며, 폐허가 된 옛 마을이며, 사람들이 학살되어 묻혔다는 우물 이며가 그대로 있어 지나가려면 그것들이 감추고 있는 이면의 어둑한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나 와 내 발목을 잡는 느낌이었다.
내가 생의 이면에 대해 관심을 넘어 위험할 정도로 빠져든 것은 중학교 1,2학년 때였다. 그때 우리 집은 파산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학교가 끝나도 마음 붙이고 돌아갈 데도 없 고, 학교에 가면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온 놈이 성적이 말도 안 되게 떨어졌다고 늘 시범 케이스 로 얻어맞고, 간간이 어머니가 숨어 있는 곳을 대라고 닦달하기 위해 찾아오는 빚쟁이 아주머니 들의 얼굴이 수업 중인 교실의 복도 쪽 창문에 나타나는, 삶이 공포였던 때였다.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가까운 산의 소나무 그늘이 있는 너럭바위를 나만의 장소로 삼아 틈만 나면 도망가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너럭바위에 갔는데 웬 군인아저씨가 누워 있었다. 가까 이 가 보니 눈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오고 음독자살을 했는지 활명수 병 같은 게 흩어져 있었다. 꼭 그 군인아저씨가 ‘여기는 귀(鬼)의 세계야. 위험해.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너럭바위 에서 그렇게 쫓겨난 때부터 나만의 장소를 내 안에 만들 수밖에 없게 된 나는 뭔가 낙서 같은 걸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생과 생의 이면을 오가는 귀객(鬼客)이 귀(鬼)의 세계로 아주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삶에 내리는 닻이라고나 할까? 내 글쓰기의 시작은 그렇게 절박한 어떤 것이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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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의 이면에 대해 관심을 넘어 위험할 정도로
빠져든 것은 중학교 1,2학년 때였다. 그때 우리 집은
파산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학교가
끝나도 마음 붙이고 돌아갈 데도 없고, 학교에 가면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온 놈이 성적이 말도 안 되게
떨어졌다고 늘 시범 케이스로 얻어맞고, 간간이
어머니가 숨어 있는 곳을 대라고 닦달하기 위해
찾아오는 빚쟁이 아주머니들의 얼굴이 수업 중인
교실의 복도 쪽 창문에 나타나는, 삶이 공포였던
때였다.
난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미친 듯이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3학년 때 《한국문학》이라는 월간지에 시를 보냈는데 당선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전보를 받고 청진동 사무실에 갔더니 이 문구 선생이 편집장이라고 앉아 있고 고은 선생이 이제 막 사십이 넘은 나이를 자랑질하며 옆에 앉아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고은 선생과 수군거리던 이문구 선생이 불렀다. 무슨 문 인선언을 하는데 100명이 넘었으면 좋겠는데 딱 99명이라는 거였다. 그러니 나와 함께 소설에 당 선된 김청씨 이름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졸지에 등단하자마자 유신 반대 자유실천 문인선언의 101번째 문인이 되었다.
그것뿐이었다면 난 아마도 혼자 숨어서 시를 쓰며 교사나 교수로 조용히 살았을 것이다. 한 용운 식 표현으로 내 운명의 시침을 다시 한 번 돌려놓은 사건은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이 었다.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에서 내가 본 것은 생의 이면이 굳어진 가면에 균열을 내며 밖으로 삐져나오는 일이 개인 차원만이 아니라 집단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었고, 그것이 무슨 마법처럼 사람들을 놀랍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온갖 콤플렉스로 부글부 글 끓던 개인의 밀실에서 밖으로 기어 나왔다. 밀실의 밖으로 나와서 내가 처음 한 일은 모든 입 이 막힌 상황이니 시로라도 5월 광주항쟁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5월시’ 동인을 만든 거였다.
집단적, 사회적 차원에서 굳어버린 가면을 깨트리고 생의 이면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시 나 문학만으론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교육평론가 등의 허울을 뒤집 어쓰기도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교육운동조직을 만드는 데 관여하여 교육운동가란 허 울을 뒤집어쓰기도 하였다. 그런데 귀객(鬼客)의 실천운동이란 게 오죽하랴. 사람들을 꼬여서 조 직을 만드는 것까진 잘 하는데 그게 굳어서 껍데기 같은 게 생기는가 싶으면 견디지 못해 훌러덩 후배들에게 떠넘기고 또 새로 다른 조직을 만들고 하다 보니 내가 만들어 놓은 조직이 십여 개 쯤 되어 있었다. 이에 집중적 피해(?)를 입은 사람 중의 하나인 도종환 시인이 불만이 많았던지 어느 수필에선가 불만 붙이고 돌아다녀서 애매한 사람들 고생시켰다고 내게 점등(點燈)이란 별 명을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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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나이 들어 점등할 일도 별로 없는지라 십년 만에 시를 다시 개업하여 제목에 귀(鬼)자 들어가는 시를 여러 편 쓰고 있는 중이다. 노숙 자 같은 사회적 유령이든 심리적 유령이든 문학은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로 서의 귀(鬼)를 다루는 것이며, 문학하는 자 역시 경계에 서 있는 귀객(鬼 客)이 아니겠는가? 생활은 나날이 번화해진다고 자랑질이 요란한데 이상 하게 귓(鬼)것들도 나날이 늘어나서 글쟁이가 실업을 할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다. 정권이 바뀌었다는데 귓것들이 좀 줄어들기는 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