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연극사에서 오랫동안 지워진 존재 - 극작가 함세덕과 말하다
특집을 기획하며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 1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2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외부세계의 시선들 3
동아시아 문학포럼 1기 순환고리 완성, 다시 미래를 향하여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는 33인의 성주(城主)들 대산문학상, 풍성한 가을걷이를 향해 출발 젊은 작가들의 담백한 풍경과 개성을 선하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대산칼럼
6~7년 전만 해도 미얀마엔 포장도로가 거의 없어서 양곤에서 만달레이까지 600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는 데 20시간은 기본, 어쩌다 탄력을 받으면 꼬박 이틀이 걸리기도 했다. 승차감이 청룡열차 수준이어서 운행 내내 스포츠 댄스를 추는 것처럼 골이 흔들렸고, 네댓 시간에 한 번씩 겸사겸사 정차할라치면 얼른 탈출해 전신 타박상 입은 몸을 평평한 땅바닥에 눕히고 낑낑 신음하기바빴다. 고단할지언정 좀처럼 잠들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 버스회사 입장에서도 이를 배려한 모양인지 운전석 옆에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달아두고는 밤이고 낮이고 미얀마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었다. 덕분에 네피도, 핀우린, 바간, 인레, 쁘테인 등을 여행하는 동안 많은 미얀마 노래를 접할 수 있었다. 그건 내 쪽에서 사양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싫다고 울며불며 난리쳐도 기어이 감각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쿵짜라 쿵짝 밀고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 하루, 누적된 피로로 넋이 반쯤 달아난 몽롱한 상태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나라 가수들은 왜 죄다 남의 노래만 부르는 거지?”
전부 외국의 유명곡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점잖게 나이 든 원로도 십대 아이돌도 합심이나 한듯 미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인도 노래를 불렀다. 대부분 미얀마 말로 번안해 불렀는데, 일부는 아예 어설픈 남의 언어까지 옹알옹알 흉내를 내었다. 한 번은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를 다투는 두 명의 가수가 브라이언 애덤스의 을 연달아 부르는 진귀한 장면을목격한 적도 있다. 그런 주제에 온갖 고뇌에 찬 폼을 다 잡았다. 왜 그들은 가수인 척을 하는가? 왜 그들은 노래방이 아니라 방송국에서 노래를 부르는가? 가만히 있어서 그렇지 그 노래는 내가 더 잘 부른다.
그러나 따져보면 우리도 잘난 거 없다. 중학교 시절,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귀에 감기는 가요가 있으면 일단 반주와 함께 직접 불러보곤 했다. 그렇게 불렀던 많은 노래들이 훗날 알고 보니 모두 남의 노래였다. 나는 <카사블랑카>가 한국 노래인 줄 알았다. <백만 송이 장미>도, <날 보러 와요>도,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도 한국 노래인 줄 알았다. 정말 그렇게 알고 있었다. 훗날 사실을 깨닫고는 충격과 함께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 미얀마나 한국이나 수천 년 동안 매번 흉내만 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흉내만 내라는 법도 없다. ‘따라 하기’가 특정 문화 공동체의 고유한 태도는 아닐 거란 말이다. 역사적으로 미얀마나 한국이 주변의 공동체에 문화적 영향을 준 경우 또한 대단히 많았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말하자면 한 문화 공동체의 ‘따라 하기’ 유행은 공동체의 타고난 습성이나 창작자 개개인의 저열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그 공동체가 처한 시대적 상황이 초래한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조류, 특히 이웃한 공동체끼리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유기적 평형지향반응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초반 미얀마 가수들의 행태를 근거로 미얀마라는 공동체의 총체적 문화 수준을 규정한다면 이는 가혹한 처사다. 어떤 헐벗은 공동체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남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단한 임무여서 문화까지 돌보고 챙길 여유가 없다.
어떤 운 좋은 공동체는 약탈한 재화로 그들의 별 볼 일 없는 겉치레 문화를 풍성하고 높이 쌓아올린다. 그 차이에 눈을 감은 채 각설이의 테이블 매너만 헐뜯는 건 무례한 짓이다. 누군가에겐 모방이 필요하다. 잘 가꾸어진 외계 문화를 체감하면서 제 고유한 문화를 객관적으로 발견하는 작업은 고립 속에서 과거만 주억거리는 영감 짓보다 진화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게다가 넓은 틀에서 보았을 때 엄밀한 의미에서의 ‘원조(元祖)’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는 균일하지 않은 비율로 섞이고 일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다양성이야말로 문화발전의 핵심요소로 간주되는 것이다. 물론 빈곤을 눈속임하는 이와 같은 몸부림이 썩 근사해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근대화에 먼저 성공한 서구 열강이나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 같은 일부 국가는 거기에 대고 손가락질 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야말로 모방없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싹둑 강탈해간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그들 역시 과거엔 이웃 공동체의 마제석기가 마냥 부러워서 어떻게든 한번 흉내내보려 이리저리 용을 쓰던 때가 틀림없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당신이 저지른 표절은 또 다른 얘기다. 전술한 말랑말랑한 견해가 곧 야비한 표절까지 옹호하진 않는다. 모방은 지극히 특수하고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만 일부 긍정될 수있다. 아무리 편을 들고 싶어도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표절의 대부분은 ‘몸부
림’의 범주에서 저만치 벗어나 있다.현재 한국에서 고발되는 대부분의 ‘따라 하기’는 명백하게 상습적이며 적극적이며 선제적이다.
초거대 기업이 미국 휴대폰을 베끼고, 유수의 제과업체가 일본 과자를 베끼고, 같은 한국 내에서도 이 라면회사가 저 라면을 베끼고, 저 포테이토칩 회사가 이 포테이토칩을 베끼는 이유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 능력이 부재하거나 미달해서가 아니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끼는 건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돈도 시간도 노력도 적게 들어서 저비용고효율의 경제원칙에 부합한다고, 남들도 다 베끼니 괜찮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살고 말 텐가? 그런 방식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형기업만 욕할 것도 아니다. 괜찮은 국밥집이 하나 생기면 인근에 ‘진짜 원조’ 국밥집이 줄줄이 들어선다. 한 가게가 수제맥주로 재미 좀 보았다하면 한두 달 지나기 전에 빌딩 전체가 수제맥주를 판다. 그리고 좋은 날을 받아 모두 한꺼번에 망한다. 가요 영화 드라마와 같은 상업적 대중문화는 물론이거니와 음악 미술 문학과 같은 순수 예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 전반에 걸쳐 노골적인 표절이 횡행하는 중이다. 거기에 동종업자에 대한 비겁한 관용이 겹치면서 자정 시스템마저 먹통이 되었다. 목도하건대 이 더러운 벌레는 너무 빠른 속도로 자신의 타락한 알을 우리 의식 구석구석에 슬어대고 있다.
시급히 염치를 회복할 일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구호를 기다리는 최빈국도, 발견을 기다리는 변방의 소국도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 네트워크 및 IT 환경을 갖고 있어 우리가 쓰는 소설과 우리가 만드는 노래와 우리가 찍는 영화는 서대문구 A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소식과 함께 즉각 세계에 퍼져나간다. 만약에 당신이 누구의 것을 표절했다면 그 치욕스러운 소식은 지구한 바퀴를 돌아 사흘 뒤 당신 가족의 트위터에 게시된다. 그러면 어제까지의 존경이 무색하게 당신은 갑자기 치매에 걸린 시늉을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시궁창까지 끌어내려야 한다.
몇 차례 생활의 때를 벗기는 과정에서 저 많던 미얀마 뮤직비디오를 모두 잃거나 혹은 잊어버렸다. 아직 꼭 붙들고 있는 건 <나웅 베이나웅> 하나에 불과하다. 버마족 처녀가 여행지에서 반달곰처럼 생긴 샨족 총각에게 하트를 날리다가 며칠 뒤 고향으로 돌아가니 덜컥 홀로 남겨진 반달곰은 고목을 등지고 대책 없는 그리움에 젖는다 — 대충 이런 내용이다. “나웅 베이나웅 나웅 베이나웅 센도 요야 오지덴, 드띠 야 말라 메이 말라, 메이 라이츤 데” 하는 부분이 클라이맥스인데, 이 중에서 “나웅 베이나웅 나웅 베이나웅”하는 소리는 놀랍게도 샨족 나무꾼이 북 두드리는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다.
촌스럽고 사랑스럽다. 이것이 미얀마 문화다. 조악한 의상과 산짐승의 연기력은 몇 밤 지나면 자연히 나아질 일이다.
모방과 표절
글 박형서 ㅣ 소설가, 계간 《대산문화》 편집자문위원. 1972년생
소설 『끄라비』 『새벽의 나나』 『자정의 픽션』 『핸드메이드 픽션』『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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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가수들은 왜 죄다 남의 노래만 부르는 거지?”
전부 외국의 유명곡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점잖게 나이 든 원로도 십대 아이돌도 합심이나 한듯 미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인도 노래를 불렀다. 대부분 미얀마 말로 번안해 불렀는데, 일부는 아예 어설픈 남의 언어까지 옹알옹알 흉내를 내었다. 한 번은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를 다투는 두 명의 가수가 브라이언 애덤스의 을 연달아 부르는 진귀한 장면을목격한 적도 있다. 그런 주제에 온갖 고뇌에 찬 폼을 다 잡았다. 왜 그들은 가수인 척을 하는가? 왜 그들은 노래방이 아니라 방송국에서 노래를 부르는가? 가만히 있어서 그렇지 그 노래는 내가 더 잘 부른다.
그러나 따져보면 우리도 잘난 거 없다. 중학교 시절,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귀에 감기는 가요가 있으면 일단 반주와 함께 직접 불러보곤 했다. 그렇게 불렀던 많은 노래들이 훗날 알고 보니 모두 남의 노래였다. 나는 <카사블랑카>가 한국 노래인 줄 알았다. <백만 송이 장미>도, <날 보러 와요>도,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도 한국 노래인 줄 알았다. 정말 그렇게 알고 있었다. 훗날 사실을 깨닫고는 충격과 함께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 미얀마나 한국이나 수천 년 동안 매번 흉내만 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흉내만 내라는 법도 없다. ‘따라 하기’가 특정 문화 공동체의 고유한 태도는 아닐 거란 말이다. 역사적으로 미얀마나 한국이 주변의 공동체에 문화적 영향을 준 경우 또한 대단히 많았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말하자면 한 문화 공동체의 ‘따라 하기’ 유행은 공동체의 타고난 습성이나 창작자 개개인의 저열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그 공동체가 처한 시대적 상황이 초래한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조류, 특히 이웃한 공동체끼리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유기적 평형지향반응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초반 미얀마 가수들의 행태를 근거로 미얀마라는 공동체의 총체적 문화 수준을 규정한다면 이는 가혹한 처사다. 어떤 헐벗은 공동체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남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단한 임무여서 문화까지 돌보고 챙길 여유가 없다.
어떤 운 좋은 공동체는 약탈한 재화로 그들의 별 볼 일 없는 겉치레 문화를 풍성하고 높이 쌓아올린다. 그 차이에 눈을 감은 채 각설이의 테이블 매너만 헐뜯는 건 무례한 짓이다. 누군가에겐 모방이 필요하다. 잘 가꾸어진 외계 문화를 체감하면서 제 고유한 문화를 객관적으로 발견하는 작업은 고립 속에서 과거만 주억거리는 영감 짓보다 진화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게다가 넓은 틀에서 보았을 때 엄밀한 의미에서의 ‘원조(元祖)’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는 균일하지 않은 비율로 섞이고 일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다양성이야말로 문화발전의 핵심요소로 간주되는 것이다. 물론 빈곤을 눈속임하는 이와 같은 몸부림이 썩 근사해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근대화에 먼저 성공한 서구 열강이나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 같은 일부 국가는 거기에 대고 손가락질 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야말로 모방없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싹둑 강탈해간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그들 역시 과거엔 이웃 공동체의 마제석기가 마냥 부러워서 어떻게든 한번 흉내내보려 이리저리 용을 쓰던 때가 틀림없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당신이 저지른 표절은 또 다른 얘기다. 전술한 말랑말랑한 견해가 곧 야비한 표절까지 옹호하진 않는다. 모방은 지극히 특수하고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만 일부 긍정될 수있다. 아무리 편을 들고 싶어도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표절의 대부분은 ‘몸부
림’의 범주에서 저만치 벗어나 있다.현재 한국에서 고발되는 대부분의 ‘따라 하기’는 명백하게 상습적이며 적극적이며 선제적이다.
초거대 기업이 미국 휴대폰을 베끼고, 유수의 제과업체가 일본 과자를 베끼고, 같은 한국 내에서도 이 라면회사가 저 라면을 베끼고, 저 포테이토칩 회사가 이 포테이토칩을 베끼는 이유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 능력이 부재하거나 미달해서가 아니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끼는 건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돈도 시간도 노력도 적게 들어서 저비용고효율의 경제원칙에 부합한다고, 남들도 다 베끼니 괜찮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살고 말 텐가? 그런 방식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형기업만 욕할 것도 아니다. 괜찮은 국밥집이 하나 생기면 인근에 ‘진짜 원조’ 국밥집이 줄줄이 들어선다. 한 가게가 수제맥주로 재미 좀 보았다하면 한두 달 지나기 전에 빌딩 전체가 수제맥주를 판다. 그리고 좋은 날을 받아 모두 한꺼번에 망한다. 가요 영화 드라마와 같은 상업적 대중문화는 물론이거니와 음악 미술 문학과 같은 순수 예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 전반에 걸쳐 노골적인 표절이 횡행하는 중이다. 거기에 동종업자에 대한 비겁한 관용이 겹치면서 자정 시스템마저 먹통이 되었다. 목도하건대 이 더러운 벌레는 너무 빠른 속도로 자신의 타락한 알을 우리 의식 구석구석에 슬어대고 있다.
시급히 염치를 회복할 일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구호를 기다리는 최빈국도, 발견을 기다리는 변방의 소국도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 네트워크 및 IT 환경을 갖고 있어 우리가 쓰는 소설과 우리가 만드는 노래와 우리가 찍는 영화는 서대문구 A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소식과 함께 즉각 세계에 퍼져나간다. 만약에 당신이 누구의 것을 표절했다면 그 치욕스러운 소식은 지구한 바퀴를 돌아 사흘 뒤 당신 가족의 트위터에 게시된다. 그러면 어제까지의 존경이 무색하게 당신은 갑자기 치매에 걸린 시늉을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시궁창까지 끌어내려야 한다.
몇 차례 생활의 때를 벗기는 과정에서 저 많던 미얀마 뮤직비디오를 모두 잃거나 혹은 잊어버렸다. 아직 꼭 붙들고 있는 건 <나웅 베이나웅> 하나에 불과하다. 버마족 처녀가 여행지에서 반달곰처럼 생긴 샨족 총각에게 하트를 날리다가 며칠 뒤 고향으로 돌아가니 덜컥 홀로 남겨진 반달곰은 고목을 등지고 대책 없는 그리움에 젖는다 — 대충 이런 내용이다. “나웅 베이나웅 나웅 베이나웅 센도 요야 오지덴, 드띠 야 말라 메이 말라, 메이 라이츤 데” 하는 부분이 클라이맥스인데, 이 중에서 “나웅 베이나웅 나웅 베이나웅”하는 소리는 놀랍게도 샨족 나무꾼이 북 두드리는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다.
촌스럽고 사랑스럽다. 이것이 미얀마 문화다. 조악한 의상과 산짐승의 연기력은 몇 밤 지나면 자연히 나아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