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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2.15|조회 : 3904

제19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 시 부문
「귀로」 외 4편_이세인 /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 4년
· 소설 부문

「마음과 생활」_이재은 / 명지대 문예창작 3년
· 희곡 부문

「돌연변이 고래」_윤여경 / 서울예대 극작 3년
· 평론 부문

「레즈비언 구출하기 : 침묵, 방백, 그리고 대화」_전승민 / 서강대 영미어문 4년 
· 동화 부문

「밤의 고백」 외 1편_박하림 / 숭실대 문예창작 4년

심사평
· 시 부문

  이번 공모 시 부문에는 총 383명이 응모했다. 작품으로 셈하면 1,915편으로, 예년보다 그 수가 조금 는 셈이다. 작품을 읽는 동안 심사자들은 자주 놀라곤 했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더러는 개개의 작품에 깃든 열기로 인해 ‘아, 시에 자신의 미래를 걸고 있구나’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심사자들에겐 이를 넘어선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생각, 새로운 화법, 새로운 발성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런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대체로는 익숙한 세계에 머물며 익숙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 보였다. 어떤 경향을 의식한 듯 특정 시인들의 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 전개 방식을 차용한 시들이 다수였는데, 선명한 기시감이 되풀이될수록 아쉬움이 쌓여갔다. 아울러 극적인 상황을 가공하여 자신의 무기력과 지루함을 발산한다거나(시는 으레 그런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죽음과 같은 무거운 소재를 비극적 자기인식의 매체로 가져와 지극히 표피적 차원에서 소모해버린다거나, 말과 말, 상상과 상상을 이어가는 ‘놀이’를 거듭하며 결과적으로 단순 나열에 그치고 만다거나 하는 등의 특징을 계속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시적 기량에 걸맞은 개성과 참신성을 갖춘 작품을 찾는 일은 극히 어려운 것이었다. 대체 왜일까. 잘 쓴 시는 많은데, 좋은 시를 찾기란 왜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 ‘잘 쓴 시’와 ‘좋은 시’의 극명한 차이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화려한 외관에 이끌려 그 속을 들여다보면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시를 읽을수록 허탈한 감정이 커졌다. 어쩌면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그 자체에 대해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만 무작정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했다.

세 명의 심사자들이 전체 투고작을 살피는 데에는 11월 한 달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12월 중순 14명의 작품을 선별, 본심에서 토론했다. 응모작의 수준이 고른지 등을 살펴 최종으로 5명의 작품을 뽑았고, 이어 재차 정독과 논의의 과정을 거쳤다. 당연히 그 원고들은 모두 무기명이었다. 최종 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타히티」 외 4편, 「예약석」 외 4편, 「여름나기」 외 4편, 「새가 머리를 조아리는 저녁」 외 4편, 「귀로」 외 4편이다.

  먼저 「타히티」 외 4편은 말을 다루는 솜씨로 심사자들을 압도했다. 말을 능숙하게 이어내며 자신의 세계를 거칠 것 없이 펼쳐 보이지만 그 세계의 면면을 자세히 살폈을 때는 특별한 사유의 깊이와 폭을 지닌다고 확신하기 어려웠다. 「예약석」 외 4편은 이미지를 포착하는 독특한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시편들을 관통하는 쓸쓸함이 시종 무력하게 부유할 뿐이라는 사실이 취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여름나기」 외 4편은 일상의 아이러니를 다루는 방식이 탄탄하고 유연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새롭지는 않았다. 본연의 것이라기보다 기성 시들을 학습한 결과라는 생각이 심사자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산문적 문장을 습관적으로 구사한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었다. 「새가 머리를 조아리는 저녁」 외 4편은 날카롭고 또렷한 주제의식이 믿음직스러웠다. 「환상통」, 「쿠마펜 펠렛」 등에 담긴 일상의 공포가 생생한 울림을, 때로는 섬뜩한 기분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들 시편 또한 기시감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주제의 심도에 비해 직조된 내용이 다소 단조롭다는 인상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심사자들의 손에 남은 것은 「귀로」 외 4편이다. 이 시편들이 첫눈에 심사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복해서 읽을수록 그가 일군 세계와 발성을 신뢰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는 오롯한 자신의 것이 아닌가! 기성의 것을 기웃거리지 않고, “도둑을 꿈꾸는 습작생” 혹은 “없는 인간”으로서의 자신 안으로 깊숙이 침잠해가고자 하는 화자(들)의 태도에서 그런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화자는 수시로 타지를 떠돌며 외부 세계의 풍경과 현상을 포착하는데,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한 탐색이 거듭된다는 점이 좋았다. 이를테면 심사자들이 주목한 「귀로」는 먼 이국에 자신을 위치시킨 뒤 이방인으로서의 고독을 과장 없이 그려낸다. “영어보다 새들의 말을 더 잘 알아듣는다”라는 고백과 함께 “네가 되고 싶어, 생각했다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모르겠다는 말을 다시 곱씹는다”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여운을 주었다. 익숙한 것에 기대는 대신 보다 확장된 시공간으로 독자를 불러들이려는, 외적 요인을 자유롭게 충돌시키려는 시도 자체에 대한 지지도 있었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그가 앞으로 써낼 미래의 시를 얼른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 또한 밝힌다. 부디 더 넓고 깊은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주기를.

  본심에 올랐으나 아쉽게 당선하지 못한 이들은 물론 대산대학문학상을 믿고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보내준 응모자 모두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 시를 쓰는 순간순간 여러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되겠지만, 실은 그것이 실패와 좌절이라기보다 훗날 웃으며 고백할 귀한 추억임을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지금의 간절함을 잃지 않고 쉼 없이 자신을 단련해가야 할 것이다.

박소란, 이병률, 임승유



· 소설 부문

  390여 편의 응모작들을 살펴보니 가족 소재 소설과 판타지와 현실을 비유적으로 그린 상상체계의 소설이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은 몸과 마음으로 접촉하는 마지막 현실인 듯하다. 세계는 급속하게 비대면화 되고, 많은 부분이 온라인 영역으로 넘어가 남겨진 현실은 지극히 빈약한데, 그마저 서로 낯을 가리고, 철저히 소독되고 타자와의 거리는 기약할 수 없이 멀어졌다. 이런 현실에서 소설 쓰기란 무엇인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 사람의 심사위원은 예심을 거쳐 아홉 편을 본심에 올렸고, 최종적으로는 「마음과 생활」 「다다를 수 없는 마음」 「눈이 쌓이는 소리」 「파수꾼」을 놓고 논의했다.

  「다다를 수 없는 마음」은 어릴 때 가족과 헤어져 이모의 집에 얹혀살아온 화자가 사촌 언니의 자살을 애도하는 과정을 서술했다. 우리 사회 표면에 떠오른 낯익은 이야기로 구성했지만, 개별성을 파고들어 깨어지고 찢어지는 세부의 단면마다 마음을 긁는 울림이 있었다. 이야기의 갈래와 부피를 늘여가는 필력이 돋보이는 데 비해 서술 방식이 자의적이고, 의미 있는 질서를 찾아 전체를 통합시키는 내적 구조가 취약했다.

  「눈이 쌓이는 소리」는 순수성의 극점과 현대인의 공허한 인간성을 묘파한 작품으로 응모작 중에서 단연 색다른 소재였다. 외국에서 성장해 한국에 돌아온 화자를 설정해 선입견 없이 경험하고 섣부른 판단 없이 서술해 중립적인 거리를 두면서, 인간의 오래된 문제를 새롭게 조명했다. 오 교수같이 관습적인 인물이 화자라면, 삶과 병행할 수 없는 내면의 심연에 빠져들어 충격적인 자살을 한 주변인에 대해 간단히 폄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비되는 두 사람인 화자와 오 교수가 함께 장례식장을 향해가는 권태로운 현재의 선상에서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구성해, 각화된 현실과 그 아래로 흘러가는 순수하고 당혹스러운 기억들 사이에서 긴장감과 흡인력을 높였다. 순발력 있는 구성과 실감 나는 상황 묘사, 서로에게 생뚱맞은 타인들의 모습을 극대화한 감각적인 대화와 서술이 소설적 재미를 주었다. 마지막 단락에 이르러서는 고뇌 속에서 죽어 간 인간에 대해 끝까지 예의와 사랑을 지키며 존엄성을 구현해 현실을 뛰어넘는 소설적 비약을 이루어냈다.

  「파수꾼」은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해 ‘세상이라는 괴물’을 마주한 젊은 여성의 불길한 현재와 공장 시대에서 보낸 우화처럼 맑은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기회 대신 오염된 손을 내미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꿈의 시원과 같은 과거와의 만남을 향해가는 조용한 격렬함과 두 세계를 아우르는 청신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자기만의 글쓰기 방법이 뚜렷해서 인물과 문체와 내용이 위화감 없이 서로에게 꼭 맞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불안과 환멸을 느끼면서도 사회라는 공동의 흐름 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분투하는, 단념하지 않는 정신도 큰 장점이다.

  당선작으로 뽑힌 「마음과 생활」은 이혼하고 떠난 엄마와의 관계를 불안정하고 빈약한 그대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때론 서술이 벅찰 때도 침묵하는 삶을 한사코 구어체로 바꾸며 나아가는 소설 정신이 빛났다. 자주 어느 낯선 여자의 면모를 보이는 엄마가 긴 유랑을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화자의 삶도 풀려나는 전환점을 맞는데, 잔잔한 이야기인데도 오래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들이 들어있다. 많은 응모작이 가족을 소재로 한 것은 그만한 이유, 의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시대상이 급격하게 바뀌는 때인 만큼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그 다채로운 형태와 거리를 수용하며 관념을 재조정하는 시기인 듯하다.

  「마음과 생활」에는 은은한 묘미가 있다. 그것은 감상은 인물 속에 가라앉히고 뻔한 세부는 덜어내고 서술에 적절한 선을 지킨 세련미에서 온다. 당선자가 앞으로도 고유한 안목과 균형감각으로 관계의 짧은 접점들과 긴 여백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구어체로 계속 바꾸어가기를 기대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 외에도 「별과 우주 같은 것들」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상력으로 고안한 폐쇄적 비유 체계 속에서 인간에게 닥친 꿈의 금지와 자유 상실, 비인간화와 첨예한 고립적 상황을 과학적 언어로 형상화했다. 화자가 갈망하는 ‘예스’가 단순히 ‘접촉’을 의미하는 것일 때, ‘예스’를 그토록 갈망하는 「별과 우주 같은 것들」은 바로 지금 시대에 딱 맞는 미래 재료의 옷처럼 보였다. 

전경린, 전성태, 정한아



· 희곡 부문

  올해 응모작은 총 67편이었다. 대체적으로 소재는 다양한 편이었으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흥미 위주의 소재에 갇혀 매력적인 주제로 발전되지 못하는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또한 자아 성찰, 희망, 꿈, 미래사회 등의 몽환적인 내면을 파고드는 작품들이 많아 현세대의 새로운 경향으로 보이기도 했다.

  두 심사위원은 작품의 완성도, 문장력, 참신성을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 「둘이서 돌을 넘기」, 「여인과 소녀」, 「습기 너머」, 「표류」, 「돌연변이 고래」, 「집 앞 단골 구멍가게 낙타 아저씨를 훔치는 방법」 이렇게 6작품을 본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둘이서 돌을 넘기」는 희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며 문장력이 우수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결말의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았고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모호해진 것이 큰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여인과 소녀」는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의 전개 방식과 인물들의 개성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마지막 반전을 위해 달리는 것을 장점으로 볼 수 있으나 반대로 그 반전에 작품이 매몰되어버리는 바람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깊지 않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습기 너머」는 최근 다수의 희곡에서 다뤄지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과 살아있는 대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장면과 불필요한 대사들이 긴장감을 떨어뜨리며 다소 지루하게 만들었다. 희곡은 압축미가 중요하다. 보다 함축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표류」는 사건을 유연하게 전개해나가는 개연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단순하며 전형적인 캐릭터 구축이 아쉬웠고 결말에 이르는 주제가 기존의 익숙한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분량이 공모 규정보다 많아 감점 요소로 작용되었다.

결국 두 심사위원은 「돌연변이 고래」, 「집 앞 단골 구멍가게 낙타 아저씨를 훔치는 방법」을 최종 선정대상으로 논의를 거듭하였다.

  「집 앞 단골 구멍가게 낙타 아저씨를 훔치는 방법」은 제목부터 흥미를 유발시켰다. 구멍가게 낙타 아저씨를 훔치고자 하는 이유가 그 아저씨의 삶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란 설정과 도둑1과 도둑2의 대사가 매우 흥미로웠다. 이야기를 신선하게 끌고 가는 패기가 돋보였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밋밋한 전개가 힘을 떨어뜨렸고 결말이 기대에 못 미쳐 아쉽게 느껴졌다.

  「돌연변이 고래」는 ‘고래 전문 장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의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냉장고 안에 웅크려 있던 자미란 인물과 인간이 주고받는 대사가 자연스러웠으며 사건의 전개와 서술이 지나치지 않고 매끄러웠다. 장면 속에 인물과 의미를 녹여내며 아동폭력이란 다소 무거운 소재를 불편하지 않게 상징적으로 담아낸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였다.

  결국 최종 당선작으로 「돌연변이 고래」를 선정하기로 하였다. 두 심사위원은 일치된 마음으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데에 동의하였음을 특별히 밝힌다. 자신의 시선을 유지하며 극작가로 꾸준히 성장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윤미현, 정범철



· 평론 부문

  올해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문 응모작은 작품과 그 작품이 놓인 문학적 현실을 자기만의 개성 있는 독법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였으며 그 수준 또한 두 명의 심사위원 모두가 상당히 놀랄 정도로 뛰어났다. 특히 이번 평론들은 여전히 한국문학의 현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페미니즘과 퀴어 관련 주제는 물론, 한국의 빈곤 청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심리적 자리들, 돌봄의 윤리 등에 이르기까지 당면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섬세한 분석력으로 작품이 내장한 깊이와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물론 자신의 문학적 신념을 선언하는 데 그치거나 자기만의 비평적 시각과 언어 없이 작품에 끌려다니다가 끝나는 글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는 작품이 징후적으로 포착한 삶의 감각과 깊이를 명징한 현실적 언어로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비평 심사가 즐겁고 행복했던 이유다.

  본심에 올려 토론한 작품은 일곱 편이지만, 심사의 최종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두 편이다. 공교롭게도 두 명의 심사위원이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각각 최종심에 올린 두 작품이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에 당선작을 뽑기 위한 토론은 이 두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돈데 보이(Donde voy), 우리는 어디로 가나-권여선 작품론」은 권여선의 작품이 그런 것처럼 언뜻 놓치기 쉬운 사소한 표현에서 출발해 손쉬운 상징화와 의미화를 거부하는, 권여선 특유의 복잡다단한 인물 이해에 도달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기성의 이론적 도식이나 특정한 방법론에 기대지 않고 오직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민한 통찰력만으로 어떤 평론가도 말한 적 없는 자기만의 권여선론을 쓰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작품 후반부에 다룬 󰡔레몬󰡕에 대한 분석이 전반부와는 달리 자기 편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권여선 작품을 관통하는 자기만의 비평적 키워드가 약하다는 점, 문장을 너무 공들여 쓰다 보니 오히려 의미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몇 차례 논의 끝에 「레즈비언 구출하기: 침묵, 방백, 그리고 대화」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심사위원 간의 이견은 없었다. 이 평론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만의 문학적 에너지와 문학적 야심을 확실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문학’은 시스 젠더 여성을 중심으로, ‘퀴어문학’은 시스 젠더 게이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되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글은, 여성문학에서도 퀴어문학에서도 타자화되어 온 ‘레즈비언’의 시각으로 기성 문학비평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기만의 문학적 영토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서 레즈비언 서사를 그들만의 문학으로 게토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성애자 여성과 레즈비언 여성의 시선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지점들, 그리고 퀴어와 비-퀴어가 공유하는 세계에 대한 감각들을 통해 우리 문학이 담아내고 있는 풍성한 가능성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만큼 한국문학의 품은 넓고 깊어진 것이다. 물론 레즈비언 주제의 고백이 침묵에서 방백, 대화로 이어지는 여정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 정치적으로 올바른 문학이 언제나 문학적으로 뛰어난 문학인가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이 모든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 안정된 문장력과 박진감 넘치는 해석,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글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진심으로 당선을 축하한다. 아울러 안타깝게 당선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도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진경, 한기욱

 

· 동화 부문

  올해는 50명의 응모자가 보낸 100편의 작품을 두 심사위원이 나누어 읽고 본심에서는 6명의 작품을 논의했다.

  「채널수비대 김촨촨」은 유튜브와 온라인의 생태, 중국 공안의 검열 문제 등 동화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에 접근한 패기는 좋았으나 독자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건드리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유튜버를 ‘덕질’하는 아이의 리얼한 심리 묘사는 동화와 청소년소설의 영역에 걸쳐 있었다.

  「의자 공장 앨리스」는 어른들에게 강제당하는 어린이의 삶을 의자 공장의 테스터인 앨리스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어린이의 구원자는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라는 설정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두 아이가 의자 공장에 잠입하고 탈출하는 과정이 매우 어설프고 특히 결말은 작품 전체를 무너뜨릴 만큼 허무했다.

  「내 방에 가면」은 얼굴에 들러붙은 진흙 가면이라는 상징을 통해 나다움을 잃어버리고 가식적인 어른이 되어가는 현실을 비판한 작품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이고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시감이 많이 느껴졌다. 그로테스크하고 모호한 이미지의 사용, 어른을 묘사할 때의 이분법적 접근방식도 고민해 보기 바란다.

  「또 다른 세계에서」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상실감과 슬픔, 가상현실 속 존재의 고통은 실재인가? 혹은 인간의 고통으로 볼 수 있는가? 등의 철학적 질문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지하실에 들어가는 과정이 허술하고 가상 현실 속에서 만난 두 아이의 이야기는 설명적이었다. 작품 내적으로 중요한 고민과 갈등을 인물들이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처리해버리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명예 경찰견 또또」는 유기견 문제를 로봇 강아지를 통해서 그린 점이 의외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대사도 재미있다. 그러나 결말의 감동이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특히 ‘감정 스위치’라는 설정이 작품 내적으로 충돌을 일으켜 주인공 또또의 대사나 행동 등 여러 정황들이 전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으로 밀기엔 결정적인 흠결이었다.

  당선작인 「밤의 고백」은 불면증에 걸린, 혹은 그것이 불면증인지조차 몰랐던 아이들의 이야기다. 김영도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혜윤이의 심리묘사도 좋다. 처음엔 함께 엮이는 것조차 싫었던 영도에게 혜윤이가 한 발 다가서게 되는 결말도 좋았다. 공들인 대사와 문장도 읽는 맛이 있었다. 다른 응모작에 비하면 완성도가 높았다. 다만 당선작으로 결정하기 전에 이 작품의 새로움은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 두 심사위원 모두 고민이 있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소소한 결점이 있더라도 그것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주길 바라며 당선자에게 축하를, 아쉽게 떨어진 분들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이병승, 이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