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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3.11.03|조회 : 10518


 

제 11 회  大山文學賞 수상작

 

    시   『처음 만나던 때』 김광규

    소설 『사람의 향기』 송기원

    번역 『Vögel 새』에델투르트 김·김선희 獨譯  

    희곡·평론   수상작 없음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 부문별 3천만원씩 총 9천만원 시상

  수상작 외국어로 번역·출판, 시상식 11월 28일 하오 6시 세종홀

- 선정 경위

  ▲ 詩 부문 : 수상작 『처음 만나던 때』(김광규 作, 문학과지성사 刊)

  예심을 통해 넘어온 9권의 시집들을 정리하고, 김광규의『처음 만나던 때』와 이성복의『아, 입이 없는 것들』이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김광규를 수상자로 정하도록 한 것은 그의 '연륜'의 힘이었다. 시인이 과거와 결별하고 180도 방향을 바꾸어 새 길을 개척하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그러나 김광규처럼 눈에 잘 띄지 않게 회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연륜'이라고 부르는 정신의 자세에서 나오고, 그것이 그의 시와 삶에 품격을 주는 것이다. 과거의 이분법적 단순함과 결별하고 활달한 감성과 능청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삶에 대한 관찰이 자리 잡은 『처음 만나던 때』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 小說부문 : 수상작 『사람의 향기』(송기원 作, 창비 刊)

 예선에서 선정된 10편의 작품들 중에서 은희경의 『상속』, 성석제의 『인간의 힘』, 송기원의 『사람의 향기』 등이 본심에서 집중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 작품들은 작가마다의 문학적 통찰력과 재현의 의지로 다층적인 진실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작가들의 이전 작품들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세계의 탐구를 보여준 작품들로 평가되었다. 이런 점에서 문학성의 성취와 새로운 탐구라는 두가지 측면을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절망적이고 초라해 보이는 주변인들의 삶을 풍부하고 그윽한 삶의 결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낸 『사람의 향기』를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 飜譯부문 : 수상작 『Vögel 새』(에델투르트 김·김선희 번역, 오정희 원작, 독일 Pendragon Verlag 刊)

 금년도 대산문학상 번역 부분 본심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최종 심사에는 독어권의 『새』와 스페인어권의 『젊은 날의 초상』이 경합 했는바, 『새』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젊은 날의 초상』 또한 정확한 번역과 저명한 출판사의 선정 등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 되었으나, 『새』가 수상작으로 결정된 것은 원작이 유럽 독자들의 정서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는 판단, 원작의 서정적 정조와 절제된 언어가 놀랍도록 정확하게 독어로 옮겨진 사실, 출판사의 성의 있는 편집 작업과 홍보 활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번역 작품이 독일에서 『Liberatur』라는 의미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사실 등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 戱曲부문 : 수상작 없음

  1차 심사에서 추천된 작품은 박근형의 <집>, 홍원기의 <에비대왕>, 오태영의 <수레바퀴>, 박상현의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김윤미의 <체어>, 고선웅의 <이발사 박봉구>, 고연옥의 <인류 최초의 키스> 등 7편이었다. 이미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 박근형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삶의 미세하고 은밀한 부분을 찾아내는 데 특장(特長)을 지녔다. 동시에 그러한 삶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감동을 이끌어내곤 하였다. <집>도 이런 계열에서 멀다고 할 수 없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오히려 형성력이 뒤지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7편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아 장시간 논의되었지만 작품 자체의 내적인 요인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 評論부문 : 수상작 없음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대상작은 총 8권, 그중 작년에 이미 올랐던 것이 5권이니, 새로 추가된 것은 정작 3권에 지나지 않았다. 1차 회동한 심사위원회는 전체를 다시 읽되 새로 오른 김인환 정효구 김성곤을 더 집중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다.

  김인환의 『다른 미래를 위하여』는 이미 팔봉비평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깊이 고려되었다. 정효구의 『시 읽는 기쁨 2』는 시와 독자 사이의 가교를 놓으려는 의도가 돋보였으나 뜻이 세서 작품의 선정이나 분석에서 갸우뚱한 부분이 없지 않아 속살이 충실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김성곤의 『문화연구와 인문학의 미래』는 인문학에 불어닥친 위기를 전통적 과 체제의 문제점과 함께 분석하면서 그 타개책을 문화연구에서 찾고자 하나 지나치게 서구의 첨단적 문화연구에 경도된 점이 문제였다. 심사위원회는 이 중에서 수상작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 심사평 (본심)

  시부문

  <김광규의 '연륜'>

  예심을 통해 넘어온 시집들을 정리하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간 김광규의『처음 만나던 때』와 이성복의『아, 입이 없는 것들』처럼 성격이 전혀 판이한 두 시집 사이의 우열을 정하는 일은 참으로 당혹스러웠다. 수영과 육상의 기록을 비교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위 두 시집은 시인 각자의 특색을 이루는 장처들이 동시에 단처가 되기도 하는 그런 경우를 보여주곤 했다. 이성복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은 이따금 재기가 너무 승해 친절하게 번호까지 붙인 시들의 진행을 반복되는 재치의 남발로 방해하기도 했으며, 김광규의 의젓함은 여기저기서 평범과 상식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김광규를 수상자로 정하도록 한 것은 그의 생물적인 나이도 나이였지만 그의 '연륜'의 힘이었다. 그는 초기의 따뜻하고도 예리한 관찰의 세계에서 떠나 한동안 시골 혹은 고향 것은 좋고 도회지 것은 나쁘다는 것 같은 이분법에, 다시 말하면 느낌과 생각의 단순함에, 한참 빠졌었다. 거기에 중후한 과거와 경박한 현재, 짜임새 있는 외국 풍물과 어수선한 국내의 삶의 모습 등의 이분법이 가해졌다. 그리고 너무 접근이 쉬운 알레고리들이란! 그러나 이번 시집에는 그런 단순함이 많이 가셔지고 대신「줄무늬 고양이」같은 활달한 감성과「옳은 자와 싫은 자」나「그것은」같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삶에 대한 관찰이 자리 잡았다.  

  시인이 과거와 결별하고 180도 방향을 바꾸어 새 길을 개척하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방향 표지판들을 있는 그대로 둔 채 화살표만 반대로 그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광규처럼 눈에 잘 띄지 않게 회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연륜'이라고 부르는 정신의 자세에서 나오고, 그것이 그의 시와 삶에 품격을 주는 것이다. 그가 방향 전환할 때 얼른 눈에 잘 띄지 않는 키의 움직임은 배 밑의 물결이 온몸으로 알아주리라.  

신경림 유종호 황동규

  소설부문

  예선에서 선정된 10편의 작품들 중에서 은희경의 『상속』, 성석제의 『인간의 힘』, 송기원의 『사람의 향기』 등이 본심에서 집중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 작품들은 작가마다의 문학적 통찰력과 재현의 의지로 다층적인 진실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작가들의 이전 작품들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세계의 탐구를 보여준 작품들로 평가되었다. 이런 점에서 문학성의 성취와 새로운 탐구라는 두가지 측면을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심사위원회는 『사람의 향기』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사람의 향기』는 작가 송기원이 성장과정에서 만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대상화하여 만든 단편들의 모음이다. 이전에 발표된 그의 작품들이 대체로 자의식의 시각에서 작가 자신의 삶을 그린 것이었다면, 『사람의 향기』는 작가가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면서도 관심의 초점을 주변 인물들에 맞춰서 그들을 주인공처럼 부각시킨 것이다. 이러한 기술방법은, 문학은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작가의 삶, 작중 인물의 삶, 그리고 무수한 독자의 삶에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들의 삶과 진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언으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작가의 자기절제와 객관화된 시각은 함께 녹아들어 삶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겉으로는 절망적이고 초라해 보이는 그들의 삶은 풍부하고 그윽한 삶의 결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게 된 것이다.

  『사람의 향기』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일 뿐 아니라 삶의 어떤 시련 속에서도 사람살이의 근본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작품이기도 하다. 『사람의 향기』를 통해 문학의 인간적 향기를 느끼게 한 송기원씨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서정인 김원일 오생근

  희곡부문

  1차 심사에서 추천된 작품은 박근형의 <집>, 홍원기의 <에비대왕>, 오태영의 <수레바퀴>, 박상현의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김윤미의 <체어>, 고선웅의 <이발사 박봉구>, 고연옥의 <인류 최초의 키스> 등 7편이었다. 이미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 박근형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삶의 미세하고 은밀한 부분을 찾아내는 데 특장(特長)을 지녔다. 동시에 그러한 삶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감동을 이끌어내곤 하였다. <집>도 이런 계열에서 멀다고 할 수 없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오히려 형성력이 뒤지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7편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아 장시간 논의되었지만 작품 자체의 내적인 요인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에비대왕>은 유명한 바리데기 설화를 극화한 것이다. 장면설정이나 구조는 짜임새 있지만 설화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의 부족함을 보였다. 신화의 본질에 대한 연극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설화를 과거시제의 사건으로 재현함으로써 현란한 구경거리에 머물게 한 것은 아쉬움이었다.

  <수레바퀴>는 돈(錢)에 대한 다양하고 유연한 개념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 '돈은 돈의 논리뿐이다'라는 어떤 고정관념이 작품의 문법이 되고, 그 문법에 따라 시종 동일한 방향으로 작품은 전개되어 단조롭고 답답한 내용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적 진실보다는 관념적 논리를 추수(追隨)하는 관성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405호...>는 삶의 미스터리가 작품의 독특한 세계를 규명하는 데 이르지 못한 채 끝내 미스터리 자체로 남는 점에서 감동을 잃고 말았다. 전개 자체는 매우 흥미롭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행위냐 하는 점이 보이지 않는다. 해롤드 핀터 류(流)의 애매성을 연상시키지만 부조리성의 본질을 형상화 시키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체어>는 사진틀 속의 인간들이 지닌 내밀한 관계가 논리적으로 얽히지 못한 채 하나의 스케치로 보이는 것이 흠이다. 지리한 느낌을 주는 장막극이다. 종래 아기자기한 내용을 다루던 작가가 부조리 문제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였지만, 삶의 부조리성이 작품구조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발사...>는 사투리를 재미있게 구사하는 능력이 돋보였지만, 불필요하게 욕설을 남발하는 버릇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투리나 욕설이 표준어보다 표현상에 분명한 도움을 줄 때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유 없는 폭력과 살인에 대하여 작가는 책임을 저야 한다는 점도 지적해 두고 싶다. 박봉구의 삶이 안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은밀하게 드러내는 데 치중했어야 할 작품이다. 끝으로 <인류 최초의 키스>는 매우 낡은 형식의 드라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두고 싶다. 가두는 사람이나 갇힌 사람이나 판사나 변호사나 참고인이나 한결 같이 유식하고 논리적이고 유형적인 인물들이다. 수사학은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드라마는 개성 있는 인물의 창조라는 평범한 진실을 상기시켜 준 작품이다.

오태석 서연호 이강백  

   평론부문

  <당선작을 못 낸 아쉬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대상작은 총 8권, 그중 작년에 이미 올랐던 것이 5권이니, 새로 추가된 것은 정작 3권에 지나지 않았다. 10월 7일 대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1차 회동한 심사위원회는 전체를 다시 읽되 새로 오른 김인환 정효구 김성곤을 더 집중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다.

  10월 17일 재단 회의실에서 다시 모인 심사위원회는 우선 3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김인환의 『다른 미래를 위하여』는 이미 팔봉비평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깊이 고려되었다. 정효구의 『시 읽는 기쁨 2』는 시와 독자 사이의 가교를 놓으려는 의도가 돋보이는 평론집이다. 우리 시대의 시들을 유파를 넘어서 다양하게 감싸안은 균형적 관점에서 시를 뽑고 그에 대해 자상한 해설을 붙인 일관된 주제의식을 내세운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속살이 충분히 충실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걸린다. 뜻이 세서 작품의 선정이나 분석에서 갸우뚱한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곤의 『문화연구와 인문학의 미래』는 인문학도라면 누구나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수요자 중심의 학부제 도입 이후 특히 인문학에 불어닥친 위기를 전통적 과 체제의 문제점과 함께 분석하면서 그 타개책을 문화연구에서 찾고자 하는 그의 제안은 경청에 값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평론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기초학문의 충실한 축적이 빈약한 우리 현실을 다소 외면하고 지나치게 서구의 첨단적 문화연구에 경도된 점이나, 중복이 더러 눈에 띠는 것도 문제다. 심사위원회는 이 중에서 수상작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고 지난 해에 이미 검토한 이상섭 염무웅 이태동 황현산 윤지관에서 수상작을 고르기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새 평론집을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의견을 모으면서, 올해는 아쉽지만 평론상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김윤식 김병익 최원식

  번역부문

  금년도 대산문학상 번역 부분 본심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영어 번역으로는 김소영과 Julie Pickering이 공역한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과 최인훈, 황석영, 윤흥길, 조세희 등 네 작가의 단편을 모은 전경자 번역의 『총독의 소리』 외 2편이, 불어 번역으로는 박전규, 박탐 공역의 김동리 작 『을화』와 강거배, Claire Boitel 공역의 최인훈 작 『가면고』, 그리고 김보나 번역의 『이상 선집』 등 3편이, 독어 번역으로는 윤현숙, Nikolaus Gross 공역의 김주영 작 『홍어』 및 Edeltrud Kim, 김선희 공역의 오정희 작 『새』 등 2편이, 그리고 스페인어 번역으로는 고혜선, Francisco Carranza 공역의 이문열 작 『젊은 날의 초상』과 김현창이 번역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 등 2편이 예심을 거쳐 본 심에 올랐다.

  이들 중 영어권의 두 번역 작품은 전반적으로 우수하기는 하나 특별히 뛰어난 번역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담당 심사위원의 의견에 따라 심사 대상에서 제외 되었다. 불어권의 세 작품 중 『을화』와 『가면고』는 번역의 미숙함과 성의 없는 편집, 그리고 출판사 선정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역시 심사 대상에서 제외 되었다. 『이상 선집』의 경우 성실하고 세심한 번역, 돋보이는 편집 작업, 그리고 명망 있는 출판사의 선정 등 여러 관점에서 빼어난 번역 작품으로 인정되었으나 이 책에 실린 이상의 『오감도』 15편의 시가 이전에 이미 불어로 번역되어 발표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3년 동안 연달아서 프랑스어 번역 작품이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받은 사실 등이 고려되어 심사위원들의 아쉬움 속에 탈락되었다.   

  독어권의 두 작품은 모두 뛰어난 번역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으나 『홍어』의 경우 부분적이기는 하나 원작의 섬세한 언어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젊은 날의 초상』이 정확한 번역과 저명한 출판사의 선정 등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 되었다.

  따라서 최종 심사에는 독어권의 『새』와 스페인어권의 『젊은 날의 초상』이 경합 했는바, 이중 『새』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이 작품이 유럽 독자들의 정서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는 판단, 원작의 서정적 정조와 절제된 언어가 놀랍도록 정확하게 독어로 옮겨진 사실, 출판사의 성의 있는 편집 작업과 홍보 활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번역 작품이 독일에서 『Liberatur』라는 의미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사실 등이 『새』가 수상작으로 결정되는 원인이 되었다.

  영, 독, 불, 스페인어의 4개 외국어로 번역된 작품들 중 단 한편의 수상작을 가리는 일은 사실 불가능한 작업이다. 심사위원들 중 누구도 이 언어들을 모두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주어진 여건 하에서 나름대로 주관적 판단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고 노력했다. 수상한 분들에게는 축하를, 탈락한 역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록 김희영 김수용 민용태

- 수상자 약력

▲ 詩  부문 : 『처음 만나던 때』 김광규

              - 1941년 1월 7일 서울 출생

              - 서울대 독문과 졸업, 동대학원 및 독일 뮌헨대 대학원

              - 1975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   

              - 시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물길』『아니리』『아니다 그렇지 않다』 등

              - 시인, 한양대 독문과 교수

▲ 小說부문 : 『사람의 향기』 송기원

              - 1947년 12월 8일 전남 보성 출생

              - 중앙대 문창과 졸업

              - 197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회복기의 노래>,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經外聖書>가 당선되어 등단

              - 소설집 『또 하나의 나』『안으로의 여행』『청산』『인도로 간 예수』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등

              - 소설가

▲ 飜譯부문 : 『Vögel 새』(오정희 作 ) 김에델(Edeltrud Kim)·김선희

       김에델 - 1939년 12월 29일 독일 Duisburg 출생

              - 독일 본대, 뮌헨대 졸업, 본대 대학원

              - 번역서 『어둠의 혼(김원일 作)』『내 영혼의 우물(최인석 作)』등

              -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 번역가

       김선희 - 1958년 1월 22일 서울 출생

              - 이화여대 독문과 졸업, 독일 마르부르크대 및 하이델베르크대 대학원

              - 번역서 『내 영혼의 우물(최인석 作)』 등

              - 이화여대 인문대 강사,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