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2015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5.12.16|조회 : 11641

 2015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2015년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과 심사평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신 대학생 여러분들께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수상자

· 시 부문

「전염」 외 4편_장성호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2년

 

· 소설 부문

「스물세 번의 로베르또 미란다」_박소희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과 1년

 

· 희곡 부문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_박서혜 인하대 경제학과 1년

 

· 평론 부문

「보급형 선악과 베어먹기 - 김사과론」_최윤정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 4년

 

· 동화 부문

「글자를 훔치는 오리」 외 1편_최유진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3년

 

심사평

 


촉수 예민한 예비 시인들이 보내온 시편들은 대체로 새로운 감수성을 앞세워 낯설게 아름다운 시세계를 열어가고 있었다. 패기와 실험정신이 넘치는 시작품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저마다의 편차는 분명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은 시적 완성도를 떠나 1,300여 편의 시를 보내온 응모자 모두에게 아낌없는 응원부터 보내고 싶었다. 크게 아쉬웠던 점은 이상하리만큼 혼자 웅얼거리고 있는 것 같은 시가 적잖이 눈에 띄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유형의 시작품들은 대체로 외래어나 비속어를 난삽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미사여구에 현학적이거나 관념적인 언어까지 무분별하게 더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시편들은 다소 난감하기까지 했다. 선자들의 손에 끝까지 남은 시는 다섯 응모자의 작품이었다.
먼저, 「호스피스」 외 4편은 서정에 서사를 덧입히는 기법이 매력적이었다. 위태로운 ‘형’을 그리고 있는 표제시는 간결한 호흡으로 시를 밀고 나가는 힘이 남달랐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 딸, 남편이 나오는 시편들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인지 다소 말이 많았다. 말 수를 줄여 긴장감을 불어넣었으면 어땠을까. 「이사」외 4편은 자신의 감정을 일상적 삶에 밀착시켜 단아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낼 줄 아는 미덕을 지니고 있었다. 이 응모자의 시작품은 읽을수록 깊이가 있는 것들이어서 읽는 이들의 마음을 오래 잡아끌기에 충분했는데 나지막한 어조로 삶과 사물의 이치를 차분하고도 순하게 알아가는 점이 유달리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미 익숙해 보이는 지점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사물의 월식」 외 4편은 어떤 현상에 대해 품은 의문에 의문을 더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만만찮아 보였다. 하지만 표제시와 함께 동봉한 한두 편의 시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말을 아끼지 않고 있어 두고두고 아쉬웠다. 「진단」 외 4편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극을 특유의 감성으로 조절하며 상상의 폭을 넓혀가는 솜씨가 각별했다. 차분한 어투와 간결한 언어를 툭툭 던지면서 낯선 시세계를 열어가는 남다른 재능에도 오래 눈길이 갔다. 하지만 다소 작위적이다 싶은 몇몇 행이 내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심사위원들이 큰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민 「전염」 외 4편은 시를 직조하는 손길이 다부졌고 행간을 힘 있게 밀고 나가는 패기 또한 유달랐다. 시의 결을 섬세하게 매만질 줄 아는 미덕도 높이 평가할만했다. 특히 표제작 「전염」 은 “정적”과 “총성” “어둠”과 “햇볕” “매복”과 “행군”, 그리고 “우리”와 “그들” 같은 것들을 날줄과 씨줄 삼아 엮어내며 고요와 역동의 시세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좀 더 가다듬거나 덜어냈으면 하는 행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작품 간의 편차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이 응모자에 대한 신뢰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밀린 응모자들에게는 심심한 격려를 보낸다.
_박성우 장석남 조용미

 

소설


젊은 언어 감성으로 무장한 패기 넘치는 신인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산대학문학상 심사의 자리는 늘 설렌다. 상상력의 지평에서 동시대 한국문학과 치열하게 교통하고, 사회와의 긴장을 지치지 않고 유지하며, 그리하여 우리문학의 우듬지에 꽃필 수 있는 예비된 신인을 만나는 심정으로 심사위원들은 투고작들을 읽어나갔다. 올해 투고작들은 취업, 알바, 생활고 등 다소 어두운 청춘의 기록들이 많았는데 시류적인 글쓰기라기보다 시대상에 대한 정직한 반영으로 읽혔다. 수준작들이 무국적이거나 이국 취향 소재의 작품들이 대세인 점도 최근 경향과 궤를 같이 했다.
「브로카와 베르니케」는 종말을 앞두고 풍비박산 난 한 가정을 보여주는 한 편의 잘 짜인 부조리극이었다. 기성작가들에게서 익숙하게 목격되는 서사 패턴, 무국적 소설들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이른바 내력 없는 인물들이 주는 현실과의 긴장감 없는 설정이 흠으로 남았다.
「2인승 픽업트럭」은 동유럽작가 소설선집의 한편이라고 해도 무방할 유려한 번역소설 같았다. 체르노빌 원전 사태에서 비롯한 피폭 후유증, 내전의 참상과 신나치의 발흥 등 현대사의 민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이들 인물들을 어느 언어권의 소설에 갖다 놓아도 무방할 만큼 새로운 서사랄 게 없었다. 익숙한 설정과 안정된 문장으로 만들어진 기성품과 같은 작품이었다.
「멜티드 아이스크림」은 작가가 보여주려 하는 것과 드러난 것이 낭비 없이 적절히 녹아든 감각적인 작품이었다. 고통에 대한 공감력이라는 당대적 주제에 대한 끈질긴 탐색이 빛나는 작품이었는데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와 자살자의 마지막 식사가 소재의 특이성으로 나란히 병치되어 있을 뿐 서로 몸을 섞이며 서사가 확산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점 아쉬웠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소재주의 작품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돌멩이」는 가난과 무관심 속에 노출된 어린 인물들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작은 상징적 장치들, 냉정한 묘사력 등 작가의 섬세한 언어 감수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린 인물들의 비극이 실상 미학주의자의 필치에 의해 낭만화 되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웠다. 어린 인물들을 둘러싼 폭력의 세계가 낯익은 방식으로 처리된 점 역시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작가가 자신의 탁월한 언어감각마저 해체하고 삶의 이면과 본질에 더욱 육박하는 힘을 길러낸다면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당선작 「스물세 번의 로베르또 미란다」는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 「죽음과 소녀」를 패러디한 일종의 메타소설이다. 소설은 고문실을 무대로 펼쳐진다. 고문실의 피해자인 빠울리나와 헤라르도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로베르또마저 ‘사건 전’인 고문실로 데려가 작가는 원작의 근원, 혹은 트라우마의 현장을 복원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고문실의 의사로 가해자 입장에서 선 로베르또를 화자로 내세워 나약한 지식인이 공범자가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점도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죽음이 차라리 안식일지 모른다’는 원작의 실존적인 주제를 보다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심화하고 있다. 이처럼 소설은 원작의 주제를 계승하면서도 다양한 인물들이 폭력과 죽음, 무기력에 노출된 모습들을 한층 직접적이고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다시 쓰기의 자의식을 선취하고 있다. 인물들의 대화가 ‘사건 이후’로 열리는 지점들이 주는 통증도 선뜩할 뿐 아니라, 우리의 현실적 인식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힘도 강력했다. 이 작가의 젊은 비판의식과 이지적이고 섬세한 필력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는 긴 논의 없이 이 작가의 작품에 신뢰를 보냈다. 축하하며 작가의 활약을 열렬히 응원한다.
_강영숙 김종광 전성태

희곡
번에 응모한 희곡은 총 67편으로 작년도 69편과 비슷했다.
희곡들은 친구문제에서부터 부모자식 관계, 폭력과 살인이 일어나는 보험이나 범죄 이야기까지 다양했으며, 극의 전개도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다양한 소재에 비해서 정작 만나고 싶은 대학생 작가들의 질문과 문제의식은 단편적인 인상이었다. 다사다난한 사건들로 어지러운 이 시기에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이 하나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의아하게 느껴졌다. 대학생 작가로서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더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인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논의 선상에 오른 희곡은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 「사인, 미상」 「嘶 울시 浡 일어날 발」 「이상적인 사회」 「봄눈」 이었다.
「봄눈」 은 구성과 전개가 유연하여 논의에는 올랐으나 등장인물의 정황과 사건의 전개에서 새로운 시선이 보이지 않고 티브이의 멜로드라마 방식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을 하였다.
「이상적인 사회」 는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친구에게 찾아오는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로웠고, 우물과 빨간색 파란색의 상징성이 배치돼있었으나 결말이 해결되지 못한 채 억지스러웠다.
「시발」 은 선산을 팔고 이장하는 문제로 갈등하는 남매들의 이야기로 대사들이 짧고 간결하면서 상황이 극단을 향해 직진하고 있었다. 작가가 가진 도발적인 문체는 인물들과 사건진행에 관심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그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그만한 힘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선산을 지키려는 큰형의 이유에서 동생들의 절박한 현실적 요구에 대립할 만한 새로운 의의나 가치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이러한 자극적인 상황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구축되어있지 않았다.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과 상황이 설득력이 약했고, 내용이 받쳐주질 않아 의미가 약했다.
「사인, 미상」 은 문체가 깔끔하고 일상을 들여다보는 차분하고도 예리한 시선이 있었다. 보험 살인이라는 통속적인 소재인데도 일상적인 상황과 언어로 긴장감을 주고 극을 전개시킨 점이 높이 살만하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 현재와 과거의 교차 및 사건의 전개도 유려하며 박자감이 있었고, 등장인물들의 처지와 아픔에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일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결말의 반전에 극적 효과를 주었다는 의견과 아들, 딸, 며느리의 전형적인 성격이 이야기 진행에 힘을 주지 못하고 반전을 약화시켰다는 심사위원 사이의 견해 차이가 있었다.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 는 소재의 처리와 희곡의 전개방식에 신선함이 있었다. 장면별 등장인물의 수가 6,3,2,1로 줄면서 가족구성원의 양상이 달라지고 결합의 방식도
달라지면서 가정이란 의미의 다양한 측면과 변화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매카니즘처럼 이야기의 전개 방식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있었고, 구조 속에서 주제를 드러내며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귀결되고 있는 점이 단연 돋보였다. 장면의 설정이 특수한 상황이고 짧아서 등장인물들이 표피적인 감이 있었으나 대사가 깔끔하고 속도감 있게 극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심사위원은 「사인, 미상」 과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 를 놓고 의견을 더 나누었다. 두 작품 모두 잘 쓴 희곡인 것에 동의했지만 「사인, 미상」 이 다소 감상적이라면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 는 구조의 힘이 강하고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있어 최종 선정작으로 흔쾌히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 를 결정하였다.
희곡 한편을 완성하였다는 것은 큰일을 해낸 것이다. 언급되지 않은 응모작 중에도 재능이 있어 보이는 작품들이 여럿 있었다. 더욱 매진한다면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응모한 모두에게 격려를 보낸다.
_이성열 최진아

평론
모두 18명의 대학생이 글을 보내왔다. 신춘문예와 문학잡지 공모에 평론 응모작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볼 때 자못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더 바람직한 일은 응모작들의 수준이 대체로 높았다는 점이다. 대학생 예비 평론가들의 기량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상위권의 글들이 지닌 장점은 ‘넘치는 에너지’였다. 대학생다운 패기와 열정이 넘치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치며, 작품을 장악하려는 의욕이 넘치고, 기성 평론과는 다른 새로운 독법을 제시하려는 포부가 넘쳤다. 읽는 내내 긴장감과 비평적 흥미를 경험하게 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넘치는 에너지’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는 평론이 경계해야 할 다양한 ‘과잉’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론의 틀 짜기와 개념화, 분석도구 설정 등에서 프로이트, 라캉, 들뢰즈, 지젝 등의 외국 이론에 과하게 의존하는 현상은 우려를 자아냈다.
「사랑하는 눈을 뜨라, 그리고 한낫 꽃같은 심장으로 침몰하라」 는 서정주의 『화사집』 에서 탈주의 주체와 자기부정의 운동성을 읽어내려는 비평적 자의식이 선명하다. 하지만 자의식과 도전정신이 승한 나머지, 표현과 어조의 격앙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소설이라는 탈을 쓴 문학과 정치」 는 정용준의 소설을 ‘한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의 ‘정치적인 계보학’으로 읽어 낸다. 최근 문학의 위기 담론과 정치 논쟁까지를 아우르려는 스케일에 비해 논의의 구체성은 소박한 편이다. 주체와 사랑, 정치 등에 대한 논의에서 자기 목소리가 부족하며 작품과의 밀착성이 떨어진다. 「가면과 얼굴의 전도」 는 김영하의 『빛의 제국』 을 대상으로 N포 세대와 그 이전 세대의 정체성의 차이를 분석한다. 문제의식이 분명하지만, 소비사회의 거짓과 진실을 이분법적 구도로 설정한 점, 평론과 학술논문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점, 세대 담론을 텍스트에 연역적으로 적용한 점이 아쉽다. 「미로: 떠도는 것들의 집」 은 박성준, 손순미, 황병승의 시를 근대에 대한 이의 제기로서 ‘비정상’과 ‘결핍’의 관점에서 읽는다. 시의 속살을 더듬어 나가는 감각이 예민하다. 세 명의 시인을 한꺼번에 다룬 내공이 인상적인데, 결론이 없어 마무리가 안 된 글이 되고 말았다. 「결여의 존재론: ‘나’의 상실에 대하여 – 김숨 소설 읽기」 는 마지막까지 물망에 오른 글이다. 김숨 소설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김숨 소설에서 ‘반복’이 갖는 의미, 즉 우리 삶의 내밀성이자 전부로서 과잉(결여)과 붕괴의 형태로 나타나는 ‘반복’이 ‘나’의 존재에 가하는 충격을 설명한다. 비평적 감식안이 섬세하고, 이를 뒷받침할 문장력과 논리 구성 능력도 갖추었다. 루카치와 지젝의 이야기를 좀 더 녹여내서 썼다면 보다 자연스럽고 깔끔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최윤정의 「보급형 선악과 베어먹기 – 김사과론」 은 신선하고, 간결하고, 명료하다. 텍스트와 현실사회를 겹쳐 놓고 읽는 비평적 통찰력이 뛰어나며, 근사한 글쓰기나 위엄 있는 평론에 대한 강박이 없다. 이 글은 우선 형식이 독특하다. 수사일지를 기록하는 형식을 빌려, 김사과의 여러 소설로부터 죄인과 심문 대상자 들을 소환한다. 죄목은 체제 진입의 ‘실패’와 체제에 대한 ‘의심’이다. 태초의 선악과가 낙원과 낙원 추방을 가르는 유일한 징표이자 사건이었던 반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선악과는 자본의 일방통행로를 질주하는 예비성공자들(예비실패자들로 전환 중인) 앞에 널려 있는 상품이며 일상이다. 최윤정은 ‘보급형 선악과’라는 흥미로운 개념 설정을 바탕으로, “‘체제’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체제에 부여된 절대성’이 절대적”이라는 깨달음이 김사과 소설이 현재 우리사회에 던지는 귀중한 메시지임을 설파한다. 한국문학의 미래를 열어나갈 좋은 평론가로 대성하기를 바라며,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
_김사인 김수이

동화
아마도 ‘대학문학상’이라는 이름 때문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패기, 도전, 참신성 등의 단어를 떠올리며 심사에 임했다. 지금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지, 그것이 우리 동화에 어떤 새로움을 예고해 줄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투고작들이 전체적으로 새롭고 위험한 도전보다는 익숙하고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본심에서 다룬 5편을 만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먼저 「상처 모양의 초승달」과 「오늘은 담배 피우고 싶은 기분」은 모두 어린이라고 하기엔 훌쩍 커버렸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른다움(?)을 연기하기에는 어정쩡한 경계의 존재들, 6학년 아이들이 경험할 법한 불안정한 세계와 혼란스러운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들이었다. 이들 작품에는 ‘칼빵’, ‘화장’, ‘이성 교제’, ‘패거리 문화’, ‘담배’ 등 다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했지만, 이것들은 작중 아이들의 혼란과 갈등을 직접적으로 매개해주는 것들로서 단순히 시선을 끌기 위해 동원된 수단은 아니었다. 아동문학이 다룰 수 있는 것과 다룰 수 없는 소재가 따로 있다는 경직된 선입견을 걷어내려는 젊은 작가의 도전은 마땅히 응원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이 요즘 아이들의 ‘상처’나 ‘기분’을 묘사하는 생태 스케치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주요 사건을 떠받치고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보다 진지하게 탐구되고,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좀더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우리 아빠 물물교환해요!」, 「내 짝꿍 유봄이를 소개합니다」, 「글자를 훔치는 오리」 세 편은 좀더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였다. 먼저 「우리 아빠 물물교환해요!」는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꾸려가는 솜씨와 매끄럽고 안정감 있는 문체가 돋보였다. 유년동화에 잘 어울리는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 호흡이 깔끔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엄마/아빠를 바꿔치기 한다는 흔한 설정,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건 전개 방식 등은 아쉬운 점이었다. 「내 짝꿍 유봄을 소개합니다」와 「글자를 훔치는 오리」는 심사위원들이 당선작 결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검토한 작품들이다. 「내 짝꿍 유봄을 소개합니다」는 자칫 밋밋한 교훈담으로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를 ‘의인화 숙제’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단조롭지 않게 만들었다. 봄이(할머니)의 ‘의인화 숙제’는 할머니를 귀찮게만 생각하던 상우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인생과 관계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따뜻한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에도 깊은 감동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특히 상우의 짝꿍 ‘봄이’가 사실은 뒤늦게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할머니라는 것을 독자가 미리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상우를 비롯한 반 친구나 담임선생님이 할머니의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쓰도록 설정한 것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당선작 「글자를 훔치는 오리」는 멋스러운 빨간 머플러를 두른 오리 캐릭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 멋쟁이 오리가 가진 신기한 재주는 예기치 않은 소동을 일으켰는데, 좌충우돌하는 이 오리의 경쾌하고 발랄한 행보가 나름 만만치 않은 상징성까지 담고 있어 이 작품을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 물론 글자를 없애거나 먹어치운다는 설정이 기존 동화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오리의 행동 동기와 변화 과정도 불충분하게 설명된 면이 있었다. 그러나 글자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아름다운 날개짓은 충분히 매력적인 고유성을 갖고 있으며, 뒤뚱거리면서도 결국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멋쟁이 오리의 걸음은 대학문학상의 기대를 감당할 만큼 씩씩하다고 판단되었다. 멋지고 씩씩한 오리처럼, 새 길의 모험에 용감하게 첫 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_박상률 조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