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산창작기금 지원대상자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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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
성명 |
작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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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소현 |
「위다웃」 외 51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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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
「겹쳐 쓰기」 외 49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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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원 |
「고기후학」 외 62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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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김지연 |
장편소설 『사랑의 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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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빈 |
「새의 카탈로그」 외 8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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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은 |
「들개 사이에서 우리는 만나」 외 8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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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
이정수 |
「EVERGREEN」 외 1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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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김다솔 |
「가장 밝은 세계를 등지는 힘」 외 17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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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
이소현 |
동시 「이야기 버스」 외 49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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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설리 |
장편동화 『방문으로 가는 길』 |
■심사평
<시 부문>
“순수한 열망이 그 장의 건강성까지 갱신한다는 믿음”
심사자들은 우리 시가 사랑해왔으나 이제는 관습이 되어버린 내용과 형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노력과 그 성공적 사례를 기쁘게 공유하였다. 먼저, 정갈한 언어로 순간을 포착하며 그 의미를 영원 속에 펼쳐놓고자 하는 시편들은 일군의 경향성 반대편에 있다는 점에서 응원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응집된 언어가 삶을 단순화하거나 축소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반면, 강렬한 에너지로 개성적인 시도를 감행하는 시편들은 언어의 재기발랄함이 자기 근원을 놓친 채 다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했다. 시의 문장은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를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언어를 소진하거나 소비하는 듯하다는 의심에도 응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다웃」 외 51편’은 현실에 대한 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언어를 통해 감각의 내부를 균형 있게 파고드는 시편들이었다. 어떤 시로부터 ‘절실함’을 느낀다고 할 때, 그것이 시적 표현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라 시의 이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말하자면 자기 연민과 인식 과잉을 벗어난 곳에서 화자와 세계의 접점이 지속적으로 갱신되는데, 이는 언어의 수행성이 현실의 톱니바퀴와 맞물림으로써 그 동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겹쳐 쓰기」 외 49편’은 선별된 대상과 화자의 일상을 반복 배치함으로써 드러남과 지워짐의 교차가 만드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었다. 자유분방함을 잃지 않고 능숙하게 언어를 운용하면서도 그 우연에 달라붙는 필연의 잔해들이 가진 반짝임을 놓치지 않았다. 다소 전략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이면을 비추는 투명한 언어 속에 예기치 못한 순간을 배태시키는 힘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보태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고기후학」 외 62편’은 선명한 이미지와 형식의 대담함을 통해 예측불허의 세계를 감당하고자 하는 고투로 가득했다. 부조리와 비애를 시니컬한 언어로 통과하면서도 풍경과 순간의 본질을 탐사하고자 하는 열망이 뒤엉켜 있었다. 일부 장황함과 관념성이 시적 긴장을 연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었으나 그조차 손쉽게 의미의 기각 상태를 전제하는 최근의 방법론에 동조하지 않고 불가능성을 향한 건강한 응전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한편, 모든 심사가 끝나고 공정을 위해 가려졌던 응모자들의 이력이 열리자 심사자들은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종 검토 대상을 포함한 선정작 7할 이상이 소위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신인들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역량 있는 새로운 작가의 발굴과 양성에 역점’을 둔다는 본 창작기금의 취지에 부합할 뿐 아니라 문학장의 구성을 제도적 승인에 맡겨온 그간의 관성이 상당 부분 무마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기성의 영역과 가늠 바깥에서 새로운 시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또 축적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미학적 과정의 다변화를 넘어 문학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 그 장의 건강성까지 갱신하고 있다는 믿음을 제공하기에 충분하였다. 응모한 모든 분들이 이미 우리 시의 현재인 것이다.
심사위원 : 김기택 신용목 하재연
<소설 부문>
2026년 대산창작기금 소설 부문 응모작은 모두 274건이었다.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응모 편수에 맞춰,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이 세 명으로 늘어난 점은 신진·예비 작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다만 그만큼 높은 수준의 응모작들 역시 많았던 만큼 심사 과정 역시 무척 까다로웠다는 점도 밝혀둔다.
1차 예심을 통해 선정된 12건 중 네 명의 심사위원의 고른 지지를 받은 ‘「시적 정의」 외 8편’, ‘「저먼핀셔가 잠드는 새벽」 외 8편’, ‘「들개 사이에서 우리는 만나」 외 8편’, ‘「새의 카탈로그」 외 8편’과 함께 장편소설 『사랑의 뼈』 등이 최종 심사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이 중 다음의 세 편을 최종 선정하였다.
‘「들개 사이에서 우리는 만나」 외 8편’은 주로 일상적인 풍경으로부터 일어나는 기묘한 순간들을 포착해 낸다. 익숙한 인물 관계와 구도를 작가 나름의 시선과 호흡으로 비트는 점이 좋았고, 정제된 문장으로부터 발현되는 문체와 분위기 역시 빼어난 수준이었다. 그중에서도 무심하게 배치된 주변적 상황을 활용한 세련된 알레고리 구성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새의 카탈로그」 외 8편’은 SF적 소재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세계관과 상상력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생소한 소재나 배경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를 경유하여 더해지는 깊이 있는 사유 덕분에 오랜 눈길을 끌었다. 요컨대 응모작 중 공상적인 요소를 다루는 소설은 드물지 않았으나, 남다른 문학적 성취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만한 SF는 이 응모작이 거의 유일했다.
『사랑의 뼈』는 응모된 여러 장편소설들 가운데 그 전개나 밀도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특히 몰입감 있는 도입부로부터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과 세밀한 정서를 드러내는 과정이 유려했는데, 긴 분량을 한 호흡으로 끝까지 읽게 만드는 구성과 문장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원숙함을 갖춘 이 응모작을 선정하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모든 응모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특별히 선정된 세 분에게는 축하의 말을 더한다.
심사위원 : 강영숙 구효서 이주혜 임현
<희곡 부문>
2026년 대산창작기금 희곡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총 62편이었다. 응모작들은 산업현장의 산재 문제를 비롯하여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의 정착, 청소년이 겪는 혼란, 노년의 고독, 신화적 상상력의 변주, 민속과 설화의 현대적 변용, 한국사를 소재로 한 역사극,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채로웠다.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서 논의된 작품은 ‘「펜과 검」 외 2편’, ‘「강산안드레아스교차로속그리니치와우주」 외 2편’, ‘「박신장」 외 1편’, ‘「EVERGREEN」 외’ 1편이었다. 이 작품들은 각기 다른 소재와 형식을 갖고 있지만,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 개인의 욕망과 신념이 삶과 공동체 안에서 작동하는 양상을 깊이 있게 탐색했다. 참신한 발상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삶과 선택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설득력 있게 녹여냈다. 다만 표제작 외 일부 작품은 인물 간의 갈등과 관계의 변화가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거나, 흥미로운 발상이 견고한 극적 구조로 구축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두고 숙고를 거듭한 끝에, 만장일치로 ‘「EVERGREEN」 외 1편’을 최종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EVERGREEN」은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자연주의 혁명에 가담한 젊은이들의 신념이 점차 맹목과 극단주의로 변질되는 과정을 3막의 긴 호흡 속에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여러 인물을 촘촘하게 엮고, 각자의 신념과 욕망이 구체적인 행동과 충돌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견고한 극적 구조를 구축하였다. 함께 제출된 「백파」는 원양어선에서 벌어진 선상 반란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원양어선, 어업 현장에 관한 충실한 취재와 연구를 바탕으로 낯선 세계를 생생하게 형상화하는 작가의 성실함이 돋보였다. 두 작품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문제의식과 탄탄한 인물 구축, 극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을 높이 평가하였다.
올해 대산창작기금 공모에 소중한 작품을 보내준 모든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작가들에게는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작품을 응모해 준 모든 작가의 건필과 새로운 성취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 김민정 차근호
<평론 부문>
이번 2026년도 대산창작기금 평론 부문 심사는 총 세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우선 1차와 2차는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총 네 편의 최종심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후 두 심사위원은 대면으로 이 네 작품에 대한 숙고와 토론을 거쳐 최종 당선작을 선정하였다. 이번 응모작은 총 23편으로 지난해에 비해 많았으며 비평의 형식과 내용, 그 범위까지 꽤 넓고 다양했다. 이번 평론 심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문학을 둘러싼 세계질서와 조건의 변화를 거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담론 비평의 본격적 등장이다. 특히 AI를 일종의 비평적 매개로 활용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당대 문학의 장 안에서 논의되기보다는 추상적 이론의 영역에 머무른 점이 아쉬웠다. 두 번째는 메타 비평의 본격화 현상이다. 메타 비평은 비평에 대한 비평이라는 점에서 비평을 일종의 자기성찰적, 지적 실천의 매개 역할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 과정에서 비평은 개별 작품이나 작가에 한정된 리뷰를 넘어 문학장 전체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최근의 메타 비평은 비평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문학적 환경에 대한 우울증적 진단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기만의 비평적 중핵을 단단하게 쌓아올려 한국문학 비평장에 좀 더 적극적인 싸움을 걸어줬으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다. 세 번째는 아동문학, 연극, 시조 등의 장르에 대한 관심의 증가다. 비평의 기회나 지면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장르에 대한 비평들은 일단 반가웠지만, 이들 장르에 대한 비평이 제한된 독자를 넘어 문학 독자 전체를 끌어당길 만한 보편적 설득력이 아직까지는 부족했던 것 같다.
이번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언페어한 세계에서 페어링하기』, 『오직 ( )만이 살아남는다』, 『‘나’들의 죽음·삶과 윤리로의 나들이-최진영론』, 『가장 밝은 세계를 등지는 힘』이다. 이 네 작품집 중 『언페어한 세계에서 페어링하기』는 망해버린 세계를 대하는 지금 시대 특유의 허무주의적이면서도 시니컬한 정동과 감각을 특유의 시적인 언어로 유려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일종의 반출생주의를 연상케하는 공도동망의 정서가 매혹적이다. 다만 자신이 발견한 비평적 개념을 좀 더 다듬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생략되어 있어 글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오직 ( )만이 살아남는다』는 미투 이후의 백래시로 인해 더 이상 아무도 적극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때 거의 홀로 문학의 윤리적 상상력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문학이 가진 긍정적 변화의 힘을 믿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루 모색하는 문학적 태도는, 다소 진부해 보이지만 그래도 꽤 설득력 있는 힘이라고 본다. 다만 자신의 경험을 비평의 영역으로 끌고오는 방식이 조금 거칠고 자기를 상처입히는 방식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쉽지만 두 심사위원의 견해차가 너무 커서 최종 당선작이 되지는 못했다.
『‘나’들의 죽음·삶과 윤리로의 나들이-최진영론』은 기존의 작품론이나 작가론의 형식에 머무는 대신, 폭넓은 문학적 시간대와 다양한 작품 목록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비평적 기민함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특히 ‘sink’와 ‘sync’라는 동음이의어를 오고 가면서 지금 한국 시에 등장하는 침잠하는(sink) 존재들이 세계와 어떻게 동기화(sync)하는지를 유희적이면서도 꽤 설득력 있게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비평적 기교가 자기만의 비평적 지도 그리기로 집중하기보다는 단발적 기술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렇듯 치열한 토론과 논의 끝에 이번 대산창작기금 평론 부문에서는 『가장 밝은 세계를 등지는 힘』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집은 기본적으로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기반해 있으면서도 이를 선언적 구호로 내세우기보다는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론적 논의와 결합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특히 문제의식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당대적인데 반해 작품에 대한 분석은 고전적인 신비평의 방식을 채택하는 비평적 불균형은, 오히려 지금의 문학 독자를 단단하게 설득하는 비평적 힘이 되는 듯하다. 거기에 더해 고통받는 존재를 단일한 피해자성에 가두는 대신 그들 스스로가 질문하고 거부하고 기억하고 관계맺는 방식을 통해 고통과 어둠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가장 연약한 존재들과 가장 깊은 어둠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역설적 통찰이야말로 멸망 직전의 상황에 놓인 존재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갈 것으로 본다.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아쉽게 당선작으로 선정되지 못한 분들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작품들을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비평가들의 노고와 열정이 한국문학의 장을 더욱 풍성하고 경이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심사위원 : 심진경 오형엽
<아동문학(시) 부문>
2026년 대산창작기금 공모 동시부문에는 지난해 91건보다 늘어난 114건이 접수되었다. 응모작을 통해 동시 창작에 뛰어드는 연령층이 한층 젊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만큼 새로운 감각과 다양한 실험을 향한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로봇과 AI가 화자이거나 주요 대상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참신한 소재에 비해 서술 방식과 결말은 익히 예상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최종 본심에는 ‘「응달」 외 49편’, ‘「산, 나무 말고 풀과 벌레」 외 49편’, ‘「물 한 마리」 외 50편’, ‘「까먹어」 외 49편’, ‘「이야기 버스」 외 49편’이 올랐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이었다. 응모작 전체를 살펴보면 첫머리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배치해 좋은 인상을 남기는 전략을 취한 경우가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밀도가 다소 떨어지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 역시 저마다의 장점과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응달」, 「산, 나무 말고 풀과 벌레」, 「이야기 버스」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응달」은 동시의 본질에 가까운 미덕을 지닌 작품이었다. 안정된 구성과 익숙한 시상 전개는 작품에 편안한 호흡을 부여했지만, 한편으로는 전개와 결말이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서 마무리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장점과 한계가 맞닿아 있는 작품이었다.
「산, 나무 말고 풀과 벌레」는 사임당이라는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시집 전체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 낸 구성력 또한 높이 평가했다. 다만 여성 어른 화자의 목소리가 작품 전반을 이끌면서 다소 단조로운 인상을 주었고, 시적 변주가 조금 더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끝까지 논의를 이어간 작품은 「이야기 버스」였다. 기존의 시 형식에서 한 걸음 벗어나 시상의 전개와 소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믿음직했다.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전복하는 시선 또한 인상적이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시적 형상화의 방식이 하나의 패턴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한 시인이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도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담아 두 심사위원은 ‘「이야기 버스」 외 49편’을 올해의 대산창작기금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새로운 시선은 새로운 형식보다 오래 남는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동시의 세계를 넓혀 갈 작품들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임수현 장철문
<아동문학(소설) 부문>
아동·청소년문학 분야에는 전년도보다 많은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작품을 쓰는 동안 작가님들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심사위원들도 잘 알기에 모든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심사에 참여했습니다.
예심에서는 문장력, 구성, 주제 전달, 캐릭터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익숙한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결말이 예상되는 작품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인물들의 대화로만 갈등을 해결하는 작품도 많아 아쉬웠습니다. 또한 어린이를 지나치게 순수하고 선한 존재로 설정한 작품은 이야기가 밋밋해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린이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눈여겨보며 요즘 아이들의 상황, 심리를 생생하게 그려내면 좋겠습니다. 단편집은 작품들의 편차가 컸고, 단편만의 매력, 여운을 보여주는 작품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토론한 작품은 단편집 1편과 장편 3편, 총 4편입니다.
단편집 『블루베리 스트로베리 체리 치커리』는 기후 환경 문제 등을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담아내 주목을 받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굴각과 이올』은 도식적인 역사소설에서 벗어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동학농민혁명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깊은 사유를 감각적인 문장으로 담아낸 점도 좋았습니다.
『불의 소녀, 세나』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로봇 이야기는 AI가 화두인 요즘 시의적절하게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이끌어줍니다.
『방문으로 가는 길』은 유머 감각이 좋고 흡입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특히 방을 심리의 지도로 활용해 매력적이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흥미롭게 전달합니다. 바퀴벌레로 변한다는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이 작품에서는 한 가지 설정을 더 추가해 차별화한 점도 돋보입니다.
심사위원들은 토론 과정을 거쳐서 스스로 변화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고 주제를 확장하는 『방문으로 가는 길』을 수혜 작품으로 선정했습니다. 당선된 작가님께 축하를 전합니다. 탈락하신 작가님들께는 위로를 건네며, 지원하신 작품들이 훗날 멋진 책으로 세상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점점 창작 여건이 어려워지는 가운데도, 치열하게 작품을 쓰시는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사위원 : 문부일 송미경